거래재개 vs 상장폐지...경영 투명성, 기업의 연속성, 건전성 개선 따라 상폐 결정

한국거래소는 지난 14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경남제약 홈페이지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레모나'로 잘 알려진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는 14일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경남제약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인 다음달 8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 개선기간 여부 등을 최종 심의 및 의결한다고 밝혔다.

경남제약은 지난 3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결과 매출채권 허위 계상 등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과징금 4000만원, 감사인지정 3년,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받았다. 이로인해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증권가는 그야말로 반발하는 모습이다. 거래소가 이에 앞서 분식회계로 거래정지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로직스)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거래재개를 결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결정에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권분쟁으로 6개월의 개선시간 놓쳐 

증권가에서는 경남제약의 경영권분쟁과 미흡한 대처가 거래소로 하여금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 재무안정성, 투자자보호, 경영의 투명성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상장폐지 심사를 진행하는데, 경영진이 잇달아 교체되면서 거래소가 요구한 개선책이 미흡해졌고 이에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란 관측이다. 

거래소 측은 이와 관련 "경남제약은 지난 5월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는데도, 경영진의 투명성과 기업의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충분한 기간이 주어졌음에도 경남제약이 제대로된 대응에 나서지 못한 것은 경남제약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경남제약은 최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3개월 사이에만 대표이사가 2번 교체됐고, 최대주주 역시 바뀌였다. 

시작은 2007년 경남제약을 인수한 이희철 전 대표가 2014년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후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시작됐다. 현 경영진은 이를 근거로 이 전 대표에게 지난해 9월 16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 전 대표는 부인 명의의 지분 13.7%를 자신의 몫으로 전환하며 경영권 탈환에 나섰다. 

현 경영진은 이에 제3자유상증자를 통해 마일스톤KN펀드를 최대주주로 유치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경남제약 노조가 마일스톤KN펀드에 대한 자본출처 조사를 금융당국에 요청하면서 경영권분쟁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다. 여기에 거래소도 새로운 최대주주인 마일스톤KN펀드와 경영진의 투명성 및 건전성을 자세하게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거래소가 요청한 6개월의 개선시간에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결국 경남제약은 거래소가 요구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고, 이에 상장폐지 결정을 받게 된 것이다. 

개선책 제출할 경우 유예가능성도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다음달 8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통해 최종 상폐여부가 결정된다. 결국 경남제약 입장에서는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한 마지막 한수는 남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동안 경남제약이 거래소로부터 지적받았던 경영진의 투명성 및 기업의 계속성 여부에 대한 자료를 보완해 제출할 경우 상폐가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스터피자로 잘 알려진 MP그룹 역시 지난 3일 상장폐지가 결정됐지만, 정우현 현 회장이 경영포기 등 강력한 개선조치를 내놓으면서 코스닥시장본부가 4개월의 유예기간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남제약이 이전처럼 부실한 개선책을 내놓을 경우 코스닥시장위원회는 곧바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리매매 등을 통해 상폐절차를 밟게 된다. 비상장사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만큼 자금여력 부분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제약은 이와 관련 "회의를 통해 상장폐지와 관련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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