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측, 상장 불구 풋옵션 강행할 듯..위축된 공모시장에 기업공개 성공여부도 불확실

교보생명이 지난 1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여섯 번째다.

교보생명은 지난 11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IPO 추진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주간사 추가 선정,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등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이 새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을 늘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또한 풋옵션 행사 방침을 밝힌 재무적투자자(FI)들과을 달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생보업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하고 증권공모시자이 어느 때보다 위축돼 있어 과연 교보생명이 원하는 수준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공개 통해 자본확충 나서

교보생명은 1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 추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1958년 8월 창립된 지 60년, 7월 이사회에서 IPO를 포함한 증자를 검토하기로 결정한 지 5개월 만이다. 

상장 주관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NH투자증권이 선정됐다. 교보생명은 조만간 주관사를 추가 선정하고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 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까지 IPO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신주발행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시장에선 교보생명의 시가총액이 5조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이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상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ㆍ킥스)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은 수조원대의 추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 부채가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되는 것은 물론이고, 생보업계 전체 수입보험료의 33%가량을 차지하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새로 편입된다. 보험사마다 부채 규모가 급증하면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교보생명도 매년 5,000억원을 내부 유보금으로 쌓고, 지난해 7월에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힘써 왔다. 그 결과 자산 규모는 107조원을 넘어 섰고, RBC(지급준비여력) 비율은 292%에 달한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 보험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풋옵션 행사한 FI 달래기?

금융권은 그러나 교보생명의 상장 재추진 결정이 단순히 자본확충 때문만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약속을 번번히 어기자 풋옵션 행사에 나선 재무적투자자(FI)를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 구성된 교보생명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사면서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받았다. 

하지만 당초 약속한 시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최근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FI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FI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FI 중 한 곳은 "풋옵션은 교보생명이 아니라 신창재 교보증권 회장 개인에게 행사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IPO를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밝혔다.

FI들은 현재 약 2조원대의 풋옵션 행사를 신 회장에게 통보한 상태다. FI 측 관계자는 "각 FI들이 각각 회계법인을 통해 지분가치를 평가하고 종합한 것"이라며 "PBR(주당순자산가치), 자본시장법상의 본질가치, 수익가치 그리고 상속세·증여법상 가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회사 가치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보생명의 자본총계를 감안하면 2조원의 풋옵션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밝혔다. FI 측 한 관계자는 "2012년 지분을 살 때 교보생명의 자본총계가 5조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9조원이 넘는다"면서 "단순계산해봐도 풋옵션으로 2조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FI들은 지난달 말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보고서'를 이미 신 회장에게 전달한 상태다. 계약조건상 평가보고서를 제출한 뒤 한 달 뒤인 올해 안에 신 회장이 풋옵션 이행을 결정해야 한다. 만일 FI들의 지분을 되사주지 않으면 신 회장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된다.

풋옵션 이행기일이 지나면 양측은 중재소송에 들어가게 된다. 만약 FI 측이 승소할 경우,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이나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물론, 처분도 할 수 있다. 

위축된 공모시장, 변수로 작용하나

증권가 공모시장이 위축된 점도 교보생명에게는 부담이다. IPO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생보사는 현재 5곳이다. 동양생명이 2009년 10월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했고, 2010년 3월과 5월에는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각각 뒤를 이었다. 이후 2015년 7월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5월에는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도 상장했다. 교보생명이 상장될 경우 국내 손보사 중에서는 6번째 상장사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상장과정에서 중요한 지수로 평가받는 시장가치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표적인 생보사의 현재 시장가치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3~0.5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기자본이 9조원에 달하는 교보생명이지만, 0.5배의 PBR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5조원에 안되는 셈이다.

FI에서 판단하는 밸류에이션과 차이가 적지 않다. IPO를 추진하더라도 밸류에이션 문제에서 시장 혹은 FI측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수를 모두 극복하고 상장에 성공해도 신 회장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문제가 뒤따른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8%를 보유 중인데, 상장에 성공하게 되면 이후 지분율은 더 낮아진다. 최대주주 지분율 하락에 따른 경영권 안정성 여부도 IPO 과정에서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이 때문에 교보생명 IPO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미 금리차 확대, 저축성 보험 판매 저하 등으로 생명보험사 손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교보생명이 IPO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측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장 시점이 빨라도 내년 하반기인 만큼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면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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