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CEO가 된 스티브 잡스는 주변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2001년 애플스토어를 내놓았다.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 교육을 베스트바이 등 전자제품 리테일러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애플스토어는 애플만의 철학을 오프라인에 구현한 공간이다. 깔끔한 캐주얼 차림으로 고객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제품을 소개하는 직원은 그 자체가 애플 브랜드를 연상시킨다.

고객은 방해요소 없이 온전히 인간화된 애플을 만난다. 그의 판단은 맞았다. 애플스토어는 500여 개 매장에서 42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애플 전체 매출의 18%에 달한다.

앱 서비스에게 애플스토어는 고객센터다. 고객센터 상담원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이 만족한 점과 아쉬움, 어려운 점을 듣고 고민한다. 앱 서비스들이 전체 인력의 30%를 상담 인력으로 운영하거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상담원은 고객에게 가장 인간화된 앱 서비스다.

그러나 상담원 대다수는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한 구인·구직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76%가 ‘난 감정노동자’라고 답했다. 직무별로는 ‘영업/고객상담 직무’가 84%로 가장 높았다. 고객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객으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기어때는 이러한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 상담원(해피니스)이 고객 민원을 적극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안심예약제’다. 숙소 사정으로 고객 예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돼 사용자가 피해 입을 경우, 여기어때 상담원이 기존 예약된 객실보다 더 좋은 대안 숙소를 제시하고 객실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제도다.

안심예약제 도입 전 숙소의 예약 취소가 발생할 경우, 상담원은 숙소 측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제휴점주를 대신해 고객의 강도 높은 컴플레인을 견뎌야 했다.

반면 안심예약제 도입 이후, 상담원은 고객의 난처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단순히 ‘죄송하다’는 사과 대신, 더 나은 객실을 찾아 제안하는 등 적극 대처가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회사는 악성 민원에는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욕설이나 비하, 성희롱을 하는 고객은 상담원이 특정 버튼을 눌러 상담이 종료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같은 상황이 2회 반복되면 상담이 종료된다.

제도 도입 이후 고객의 강성민원은 52.2%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상담원 업무 만족도 상승에 기여했다. 최근 여기어때 고객행복센터 상담원 약 80명을 대상으로 안심예약제 도입 후 근무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상담원 10명 중 9명(86.0%)이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했다.

또 ‘고맙다’, ‘수고했다’ 등 고객의 칭찬을 듣는 빈도에 변화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절반(44.0%)'이 칭찬, 격려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안심예약제 도입 후 업무 만족도 변화를 묻자, 상담원 10명 중 7명(74%)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덕분에 그간 안심예약제 전담 상담원 퇴사율은 제로(0%)다. 높은 업무강도로 이직이 잦은 콜센터 업계에선 이례적인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근로자의 건강 장해 예방조치 의무화, 피해자 치료와 상담 지원 등을 담은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는 상담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 실행은 기업이 나서야 한다.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장기 근속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상담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져 고객 만족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김다빈 여기어때 PR매니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