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4일 ‘대고려’ 특별전 개막

‘아미타여래도’, 고려 14세기,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소장.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행사의 백미이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년 동안 야심차게 기획한 ‘대고려전’특별전이 역대 최대 규모로 그 성대한 막을 올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영국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세계 11개 기관과 해인사,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문화재단 등 국내 34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 점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을 4일 개막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과거 장르별 전시와는 달리 고려 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정명희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3일 “대고려전은 전시품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특별하다. 고려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전시에 국보 11점과 보물 33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송악(지금의 개성) 거상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바다를 통한 무역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랐던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건국한 고려는 훈요십조를 통해 불교를 숭배하고 외국인을 재상으로 등용할 만큼 개방적이며 당시 주변의 외국들의 문물을 받아들여 독창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문화를 이룩한 문화강국이었다.

고려는 중국 본토에 들어선 한족의 나라 송(960∼1279)은 물론이고 요동과 요서에서 거란족과 여진족이 건국한 요(916∼1125)와 금(1115∼1234), 몽골이 세운 원(1271∼1368)과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했다.

이번 전시에는 불교제국 고려를 대표하는 유물인 불화와 불교 목판, 청자, 불상, 금속공예품이 출품됐는데 특별히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아미타여래도’와 1098년에 새긴 합천 해인사 목판,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 은제 주자(注子)가 공개된다.

전시는 고려 수도 개경, 불교 사찰, 고려인이 즐겨 마신 차(茶), 고려가 이룩한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펼쳐진다.

1부에서는 고려의 수도이자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춘 개경을 바다와 육로를 통해 드나들던 사람들과 그들이 가져온 물산을 조명하고 교류의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 ‘최상의 아름다움, 왕실 미술’은 최고급 소재로 새로운 차원의 문화를 창조시킨 당시 문화예술의 최대 후원자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회화와 금속공예, 나전칠기 등의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미국 보스턴박물관 소장 12세기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

2부는 경전을 베끼는 사경(寫經)과 금속활자 발명의 동인이었던 불교와 관련된 각종 유물을 소개한다. 고려 신앙의 중심인 불상과 불화에는 고려 문화의 독자적인 다원성이 드러나는데  고려의 불상과 불상 내부에 납입된 복장물 그리고 섬세한 직물은 동북아시아 불교의례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중요한 열쇠다. 

3부는 ‘차가 있는 공간’ 고려의 다점(茶店)이다. 차는 국가와 왕실, 사찰의 각종 의례와 행사 그리고 고려인의 삶 속에 언제나 함께 존재했던 문화다. 다점에는 고려의 수준 높은 지식과 문학, 예술 그리고 다양한 향유 계층을 만날 수 있다. 

4부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이다. 고려의 문화는 도전의 역사다.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면 외국인이어도 국가가 주도한 공장에 일할 수 있었으며 그 덕분에 고려의 찬란한 예술세계가 꽃필 울 수 있었다. 

특히 고려청자와 정교하고 아름다운 고려불화, 나전칠기의 치밀함은 당시의 신기술에 대한 고려인의 끊임없는 도전이 이뤄낸 예술의 정점으로 고려의 문화는 더욱 풍부해지고 개성 넘치는 또 하나의 전성기를 이루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000년이 되던 1918년은 일제강점기였기에 이번 1100주년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고려가 이룬 창의성과 독자성 그리고 통합의 성과와 뛰어난 예술성은 우리 안에 흐르고 있는 또 하나의 유전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우리의 중세 왕조 안에 갖춰져 있기에 대고려전은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의미 깊은 전시다. 고려의 예술세계를 통해 고려가 이루었던 문화적 성취를 만나고 오늘날의 우리를 형성한 정체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북한에 남은 고려 유물 대여를 추진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례적으로 1992년 10월 고려 태조 왕건릉인 북한 개성 현릉(顯陵) 외곽에서 발견된 왕건상을 위해 자리를 비워둔 채 전시를 시작한다.

전시 도중에라도 왕건상이 북한에서 오면 왕건 스승을 새긴 조각상인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과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있는 희랑대사좌상도 평소에는 보기 어려운 유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전을 기념해 15일 한국미술사학회와 함께 학술대회를 열고 12월20일, 1월10일, 1월24일, 2월14일 전문가 초청 학술 강연회를 개최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영국 피츠윌리엄박물관 소장 12세기 ‘청자 주자와 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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