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종료’ 미끼로 바가지

▲ 올해 말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와 함께 디지털 시대를 앞둔 가운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당장이라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등 꼼수 영업을 벌여 가입자들이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올해 말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와 함께 디지털 시대를 앞둔 가운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가입자들을 상대로 한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SO들은 가입자들을 상대로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으면 당장 TV를 시청하지 못할 것처럼 말할 뿐만 아니라 가입자의 사생활까지 침해하고 있다. 방통위는 사업자의 영업행위를 방송법상 금지행위 위반에 해당된다고 간주하고 제동을 걸고 앞으로 시정명령, 과징금 등 제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고령 고객에 “시청 불가능” 협박하고 실 가입자 연락처 요구 ‘강매’ 수준
‘안테나 수신 가구’ 실질 대상… 마구잡이식 영업에 공식 피해 건수만 80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불법 영업은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높은 디지털 케이블 TV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상술이다. 아날로그 케이블 TV 상품의 한 달 사용료는 6,000원에서 8,000원 수준인데 비해 디지털 상품은 1만 5,000원에서 1만 8,000원으로 아날로그보다 2~3배정도 비싸다.

20여개 불과했던 채널 수가…

서울에 사는 A씨(36)는 휴가 차 어머니댁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20여 개에 불과했던 TV 채널이 130여 개로 늘어났다. 늘어난 채널 수에 대해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얼마 전에 케이블 TV 업체에서 ‘올해 말에 아날로그 TV가 종료돼 더 이상 시청이 불가능하니 미리 디지털 TV로 전환하라’고 말해서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어머니 혼자 시청하기엔 너무 불필요한 채널이 많았으며 한 달에 6,000원이었던 기존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에 비해 디지털 케이블 TV 상품은 세배나 비쌌다. 케이블 TV 업체에 전화해서 해약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업체 측은 “이미 가입을 했으니 해약하게 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일관할 뿐이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B씨(24)는 케이블 TV 업체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업체는 “디지털 전환이 되면 아날로그 방송이 없어지니 미리 바꿔야 시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던 B씨는 부모님이 생활비를 대주고 있는 상황이라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고 나중에 연락 드리겠다”고 말하자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가입할 것을 강요했다. 성화에 못 이긴 B씨는 자신의 사정에 대해 설명하고 “가입은 뒤로 연기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상담원은 “부모님께 전화 할테니 전화번호를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황당한 B씨는 상담원에게 “그런 식으로 영업하지 말라”고 화를 낸 후 전화를 끊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가입자들을 상대로 한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위의 사례와 같이 마치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으면 당장 TV를 시청하지 못할 것처럼 말하고 다니고, 일부 SO들은 디지털 상품 전환의 할당량을 책정해놓고 영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가입자의 사적인 부분까지 침해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SO들의 이 같은 불법 영업은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높은 디지털 케이블 TV 상품을 더많이 팔기 위한 상술이다. 현재 아날로그 케이블 TV 상품의 한 달 사용료는 6,000원에서 8,000원 수준인데 비해 디지털 상품은 1만 5,000원에서 1만 8,000원으로 아날로그보다 2~3배 정도 비싸다.

디지털 방송 시청 대상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디지털 전환 민원 접수는 80건으로 허위 영업이 46건이 가장 많았으며 위약금 및 요금이 18건, 기타 16건 순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 보호 단체 등 비공식적으로 따지면 피해 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 TV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SO들의 설명과는 달리 올해 말 오전 4시에 아날로그 TV 방송이 끝나더라도 케이블 TV, 인터넷 TV(IPTV),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에 가입한 가구는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데 제약이 없다. 또 유료방송에 연결되지 않은 아날로그 TV와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 TV 방송(KBS, MBC, SBS 등 지역민방)만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만이 디지털 전환 대상이다. 이들 가구는 기존 아날로그 TV에 컨버터를 달거나 아파트 공시청설비만 개선하면 디지털 방송 수신이 가능하며 정부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초부터 전국 77개 권역 94개 SO들 중 1차로 23개 SO들을 대상으로 허위 과장 영업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방통위의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방송사업자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으로 불법영업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신설된 이후 첫 사례이다. SO의 불법 디지털 가입 유도에 대한 민원은 지난 2010년부터 계속 제기돼왔으나 당시 방통위가 민원 접수를 해도 SO 불법 영업을 조사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경고조치에 그쳤다.

방통위는 이들 사업자의 영업행위를 방송법상 금지행위 위반에 해당된다고 간주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해 디지털 상품의 교체나 공동주택 단체가입 등의 내용을 강요하는 행위는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한다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 행위의 수위를 보면서 조사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시정명령, 과징금 등 제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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