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재 육성 잰걸음...최고경영자는 현 체제 유지, 임원급은 외부수혈

LG그룹이 지난 28일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사진=민주신문 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최고경영자(CEO)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LG그룹이 28일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6인 체제의 부회장단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임원급에서는 외부인사들을 영입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번 LG그룹 인사의 특징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점이다. 구 회장이 40세의 나이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재계에서는 대규모 인사를 예상했지만, 구 회장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그렇다고 아주 기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부회장단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사장급과 임원진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여러 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앞날에 대비한 세대교체 준비에 나섰다는 평가다. 

임원급 경우 대규모 인사 이동

재계에서는 LG그룹이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외부 인력들을 영입하면서 향후 세대교체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관측이다. 

사장급의 경우 송치호 LG상사 사장,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윤춘성 부사장이 LG상사 사장으로,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이 LG이노텍 대표로, 김진용 부사장이 LG전자 VS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원급의 경우 승진과 퇴임이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났다. 상무로 승진한 신규 임원들은 총 134명에 달했으며, 퇴직 임원들도 그만큼 늘어났다. 

임원급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지주사인 (주)LG다. 이명관 인사팀장(부사장)을 제외하고 8개 팀장이 모두 교체됐다. 신설된 자동차부품팀장까지 포함하면 구 회장 취임 이후 모두 새로운 인물들이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주)LG의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LG그룹 특유의 순혈주의도 이번 인사에서 깨졌다. 구 회장은 그룹 전략을 담당할 경영전략팀장으로 홍범식 전 베인앤드컴퍼니 한국대표를 영입했다. 인재 육성을 담당할 이로는 이베이코리아 출신인 김이경 상무가 영입했다. 또한 신설된 자동차부품팀장에는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이 수혈됐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문을 분할매각하고 있는 서브원 대표로 이동열 전 MRO사업부장이 선임됐다. 광고계열사인 지투알에는 HS애드 출신 정성수 부사장이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김명규 전무, 오창호 전무, 양재훈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역대급 승진인사가 단행된 LG화학에서는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비롯해 부사장 1명, 전무 5명, 상무 신규 선임 28명 등 총 39명이 승진의 기쁨을 누렸다. 

IT계열사인 LG유플러스에서는 최택진 네트워크 부문장, 황상인 CHO(인사책임자)가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LG CNS는 현신균 CTO(기술책임자), 이재성 하이테크사업부장 등이 부사장이 됐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의 이번 인사에 대해 "변화보다는 안정읕 택한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고경영자는 그대로 유지됐지만, 사장급과 임원급에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만큼 향후 구광모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전면에 나설 때 함께할 미래CEO 육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본준 부회장, 조용히 경영서 물러나

LG그룹의 이번 인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 문제였다. 구 부회장은 일단 이번 인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임기인 내년 3월까지 (주)LG의 부회장은 유지되지만, 이후 연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구 부회장이 조용하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 계열사 중 한 곳을 갖고 독립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LG그룹은 장자가 경영을 승계하게 되면 선대 회장의 형제들이 계열분리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과거 LIG그룹을 비롯해 LF, LS그룹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계열분리됐다. 

구 부회장은 현재 (주)LG의 지분 7.72%를 보유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 지분을 구 회장 혹은 (주)LG에 넘기고, 매각대금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구 부회장의 장남인 형모씨가 전자부품·소재 제조업체인 지흥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구 부회장이 LG그룹 내 전자부품 혹은 소재 관련 계열사나 사업부문을 분리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했었다. 

그러나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 없이 퇴진을 앞두게 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계열분리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형모씨의 나이가 젊고, 구광모 회장 역시 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 부회장은 퇴진 이후 그룹의 고문으로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경영고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시기가 지나고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게 되면 구 부회장도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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