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빚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진위 밝혀지기까지 신중한 접근 필요

마이크로닷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연예인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폭로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래퍼 마이크로닷(25)에서부터 래퍼 도끼(28), 가수 비(36), 마마무의 휘인(23), 배우 차예련(33) 등으로 이어지며 연예계는 바야흐로 ‘빚투’가 한창이다. ‘빚투’는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에 ‘빚’을 더한 온라인 합성어다.  

이번 ‘빚투’ 폭풍의 시작은 이달 초 인터넷에 래퍼 마이크로닷(25·신재호)의 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부터다.

과거 충북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던 마이크로닷의 아버지(61)는 축협에서 지인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수억원을 대출 받았고 다른 지인들에게도 거액의 돈을 빌렸으나 1998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증언이 하나둘 등장하고 마이크로닷 부모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는 확인서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일부는 마이크로닷 부친에게 보증 사기를 당했으며 마이크로닷 식구들이 야반도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인들은 과거 마이크로닷의 부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소재 불명 상황이 지속돼 기소중지 처리됐다. 하지만 피의자가 형사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 등은 공소시효가 중지된다. 

이러한 모든 내용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삽시간에 알려졌고 지난 19일 언론에 급부상했다. 제천경찰서는 현재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마이크로닷의 부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마이크로닷 부모는 체포영장이 유효해 입국하는 동시에 체포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마이크로닷은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자 사과와 함께 21일 입장문을 냈다.

마이크로닷은 “부모님과 관련한 일로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죄송하다. 늦었지만, 부모님에게 피해를 보셨다고 말씀하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듣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갈 당시 자신은 다섯 살이었다면서 최근 불거진 부모 관련 일들에 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마이크로닷은 현재 자신을 인기인으로 만들어준 채널A ‘도시어부’와 tvN ‘국경 없는 포차’ 등의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래퍼 도끼

논란이 일던 래퍼 도끼는 어머니로부터 과거에 사기를 당했다는 시비가 일단락된 상황이다. 도끼 모친의 중학교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A씨는 IMF 사태 이후 도끼의 어머니에게 1000여만원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했다고 온라인에서 주장했다. 

경찰은 도끼 어머니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돈을 갚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변했다. A씨는 도끼 모친이 빌려간 돈을 변제하지 않고 있고 연락도 닿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도끼는 “2002년에 부모님이 운영하던 레스토랑이 광우병 루머로 경영난을 겪어 16년 전 파산하게 됐다. 1000만원의 채무는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함이었으며 기사가 터진 뒤에야 이 같은 채무 사실을 저는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이번 사건은 도끼의 말 한마디에 역풍을 맞았다. 과거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 정도로 가난에 찌들었던 도끼는 최근 호화주택에서 사는 모습이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부각됐고 공연 등으로 한 달에 버는 돈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끼는 모친 관련 논란을 해명하면서 “돈은 제게 오시면 갚아드리겠다. 그 돈은 내 한 달 밥값 밖에 안 되는 돈”이라며 피해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해 스스로 자충수를 뒀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힙합가수 도끼 세무조사 요청합니다’는 글이 게재됐는데 “천만원이 한 달 밥값인 힙합가수 도끼 세무조사 요청한다. 1000만원이 한 달 밥값인데 세금을 잘내는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도끼는 27일 인스타그램에 “어젯밤 이후 피해자 분과 연락이 닿아서 서로 오해했던 부분들을 풀었고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안고 피해자 분에게 변제하기로 했으며 최종적으로 오늘 원만히 합의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번 ‘빚투’에는 가수 겸 연기자 월드스타 비도 피해가지 못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비의 부모를 고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1988년 서울 용문시장에서 떡가게를 하던 비의 부모가 쌀가게를 하던 자신의 부모에게 쌀 1500만원어치와 현금 800만원을 빌렸는데 아직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원금 만이라도 갚으라고 요구했으나 비의 가족이 잠적했다. 소송을 걸려고도 했으나 가정 사정이 빠듯해 하지 못했다. 결국 소송 기간도 지나버렸다”고 주장했다.

현재 비 소속사 레인컴퍼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당사 대표와 비 부친이 글쓴이를 27일 직접 만나 대화했다. 온라인에 게시된 글에서 특정한 비의 모친이 이미 고인이라 사실 관계에 대한 진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만난 자리에서 차용증은 없었으며 약속어음 원본도 확인하지 못했다. 해당 장부 또한 집에 있다고 해 확인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피해 주장 당사자들은 비측에 가족에 대한 모욕적인 폭언과 함께 합의금 1억원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만난 자리에서 정확한 자료는 직접 확인할 수 없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레인컴퍼니 관계자는 “당사와 비는 상대측이 주장하는 채무 금액에 대해 공정한 확인 절차를 통해 확인되는 금액에 한해 비 본인이 아들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전액 변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피해 주장 당사자 측의 인터뷰와 거론되는 표현들은 비와 부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와 관해서는 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마무 휘인

인기그룹 ‘마마무’ 멤버 휘인도 부친 사기 논란 시비에 휩싸였다. 휘인은 27일 소속사 RBW를 통해 해명에 나섰는데 “저는 친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친아버지는 가정에 무관심했고 가장으로서 역할도 등한시했다”며 아픈 가정사를 털어놓았다. 

이어 “이로 인해 가족들은 예기치 못한 빚에 시달리는 등 가정은 늘 위태로웠다”고 토로했다. 
휘인은 가정에 무관심한 부친으로 인해 2012년 부모가 이혼했으며 어머니는 몇개월 전까지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했으며 이혼 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지만 그 이전까지의 많은 피해를 어머니와 제가 감당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마무 휘인 부친 때문에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딸이 유명한 연예인이니 어느 정도 믿고 선거래 했으나 그 후 몇 번 결제를 밀리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힘들어하시다가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년 가까이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배우 차예련도 부친 사기 사건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차예련은 28일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19살 이후 15년간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10년간 아버지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차예련

차예련은 “연예계 데뷔 후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자 촬영장이나 소속사 사무실로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아버지가 빌려간 돈을 대신 갚으라며 나를 붙잡고 사정하거나 폭력을 휘둘렀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아버지의 빚을 대신 변제한 액수가 10억원 정도다. 출연료는 써보지도 못한 채 모두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차예련 부친은 2015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계 관계자는 “가족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늘면서 연예인 본인과 가족 구성원의 경계가 흐려진 탓에 연예인과 가족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연예인의 가족이 소셜미디어에 그릇된 발언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심하지 말고 매사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조사 등으로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이 가족의 일을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여론을 타고 악의적인 의도로 비방하는 목소리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선이 연예계에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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