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분 4.68%(9228억원) 친족들에 증여...자회사 IPO 준비 주가·배당 상승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보유 중인 (주)SK 지분 약 1조원을 친족들에게 증여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족 및 친족들에게 1조원 규모의 (주)SK 주식을 증여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5일 보유 중인 (주)SK 주식 329만주(4.68%)를 친족 18명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증여한 (주)SK 지분의 가치는 9228억원 규모로 이중 절반인 166만주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받고, 친족들에게 나머지 전량을 증여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SK그룹의 분가설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SK그룹을 설립한 최종건 창업주의 2세들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을 통한 계열분리 가능성과 함께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독립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이분 지분 증여로 이런 분가설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증여받은 지분의 규모를 감안하면 SK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신 지지한 가족들에게 1조 증여

SK그룹에 따르면 이번 최 회장의 지분 증여는 최 회장이 직접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년간 그룹경영을 자신에게 맡기고, 한결같은 지지와 응원을 해준 가족들에 대한 보답차원이란 설명이다. 

SK그룹은 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1973년 폐질환으로 먼저 세상을 뜬 후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이후 1998년 최종현 회장이 별세하자 가족들이 회의를 거친 결과 창업주의 2세가 아닌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3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창업주의 아들이었던 최윤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 최창원 회장이 그룹 회장 직을 양보한 것이다. 

최 회장이 증여를 결정한 지분 중 절반을 최재원 부회장에게 넘긴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1998년 최태원 회장이 취임할 당시 자신이 받아야할 상속지분까지 포기하며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재계에서는 그룹 총수가 친족들에게 대규모 증여를 하는 것은 보기 힘든 사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족들에게 지분을 증여할 경우 세금도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본인의 경영권도 자칫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 회장도 이번 증여로 인해 (주)SK의 지분율이 기존 22.93%에서 18.29%로 낮아졌다. 

SK그룹 측은 이와 관련 "취임 당시 친족들에게 마음의 빚이 있던 최태원 회장이 취임 20주년을 맞아 결정한 사안"이라며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주가 낮아 증여 타이밍도 Good!

증권가에서는 최 회장의 증여타이밍도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주)SK의 주가가 많이 빠져 있어 저평가된 주식을 증여했기 때문에,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주)SK 주가는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공정거래법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고 35만4500원까지 기록했던 (주)SK는 최근 20만원대 초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공정거래법개정안 발표 이후 지주회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결된 만큼 저평가된 지주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주사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해 연초 지주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었지만, 최근에는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증여받은 SK일가들은 향후 배당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주)SK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실적이 양호하고, 향후 비상장계열사들이 상장가능성도 열려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SK가 100% 지분을 보유한 SK바이오팜은 지난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뇌전증 신약판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FDA 승인을 득하면 나스닥(NASDAQ)과 국내 코스피에 상장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여기에 LG그룹에서 인수한 SK실트론과 SK건설도 상장가능성이 높아 향후 이들 계열사를 통한 (주)SK의 배당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계획중인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주)SK에 상당한 규모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평가된 주식을 증여해 증여세를 낮추고, 향후 주가상승과 배당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최 회장의 이번 증여는 굉장히 시기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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