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으로 법인설립 유명대학에서 사업설명회 투자자 안심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해외 스포츠 배팅사이트 환전사업을 미끼로 고수익의 수수료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끌어 모은 다음 수백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구속됐다.  

광주 광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가짜 스포츠 배팅 환전 수수료 대행회사를 차린 뒤 ‘원금·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환전 사업 투자자를 모집해 막대한 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유사 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로 A(55)과 공범 B(40)씨를 구속하고 공범 C(48·여)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광주와 대전, 부산 등에 허위로 스포츠 경기 환전 수수료 대행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투자금의 10% 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 71명에게 267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금융투자업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에 환전 사업 홍보물을 마련해두는가 하면 유명 대학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스포츠도박 대신 ‘스포츠롤링’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스포츠도박을 즐기는 세계 각국 누리꾼을 대상으로 달러 환전 사업을 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부추겼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해외 스포츠경기 배팅 사이트 회원들이 달러를 환전할 때 수수료가 발생한다. 중앙은행 10곳과 연계해 환전 수수료 대행 업무를 하고 있다”고 속여 돈을 가로챘다.  

또한 “3000조 규모의 해외 스포츠시장의 환전 수수료만 챙기는 사업이라 안전하다. 투자원금에 따른 수수료 5~10%를 매달 1일과 16일 지급하고, 원금 회수를 요청하면 내일이라도 돌려주겠다. 법조인·교수·금융권 관계자들도 투자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일당은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허위로 공증과 보증을 서줬고 투자자들이 이를 통해 부동산과 신용 등을 담보로 최대 14억 원대의 대출을 받아 A씨 등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받은 돈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수료 또는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를 분석한 결과 A씨 등이 이같은 방식으로 끌어모은 투자금이 전국적으로 2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범행 초기엔 계좌로 투자금을 받다 세금을 빌미로 현금 거래를 요구한 뒤 부당 수익금(약 94억 원 추정)을 고급 외제차와 아파트 구입비로 쓰는 등 호화생활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잠적한 일당을 추적해 검거에 성공한 경찰은 공범들을 상대로 여죄를 조사할 방침인데 지역별 투자자 모집에 관여한 사건 관계자를 조사하는 한편 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유사금융업체는 관리·감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특히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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