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폭력은 빙산의 일각"

▲ 지난 4월 16일 영주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진 이모군(13)의 책상 위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에 이어서 영주 중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 학교 폭력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19일 25억을 들인 학교 폭력 전수 조사를 발표했다. 교과부의 보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의 폭력 실태를 조사한 보고는 학교 폭력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한편, 부실 조사와 폭력 학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억 투자 실효성 의문…폭력학교 '낙인찍기' 구설
성추행 못 견디고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례 '충격'

강원도에 학교 폭력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는 16만 6,445명의 대상 학생 중 4만 626명이 응한 가운데 학교폭력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학생이 6122명이나 됐다. 하지만 설문지 회수율이 10% 이하인 학교가 1,906개교나 되며 0%와 100% 이상이 되는 학교들도 있어 조사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다.

“너 내 장례식장에 오면 죽일거야”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 30분쯤 개그맨을 꿈꾸던 한 소년이 세상과 등을 졌다. 이날 경북 영주시의 중학교 2학년인 이모군이 한 아파트의 20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이군의 가방에서는 이군이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1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군의 유서에는 “공부를 하면 뒤에서 때렸다. 몸에 침을 묻히려고 했다. 몸을 더듬고 볼을 만졌다” 라고 적혀 있었다. 이군이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이군은 자신의 유서에 자신을 괴롭힌 가해학생 2명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군이 거론한 전모군은 자신과 함께 다니는 친구들과 ‘○○패밀리’를 조직해 이군을 상습적으로 팔, 가슴, 다리 등을 폭행하고 자신의 모임에 가입하라고 강요했다. 전군의 강요에 마지못해 가입한 이군은 수시로 지정장소에 나오라고 협박당했으며 돈을 가져와야만 했다.
 
아울러 유서에 따르면 전군은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을 이용해 이군의 등을 뒤에서 연필로 찌르거나 툭툭 치고, 이군이 그린 그림에 붓으로 물을 뿌렸다. 또 지난 3월 8일 전군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앞자리가 이○○인데 내가 뒤에서 괴롭힌다고 해야 되나. 진심 존나 재미있음. ○○도 쪼개면서 도와줌’이라고 글을 남겼으며 경찰 조사에서 이군의 성기를 만지거나 침을 뱉은 것으로 드러나 이군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군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몸을 던지기에 앞서 오전 8시 12분쯤 다른 가해학생인 진모군 등 3명에게 문자메시지로 ‘나 학교 좀 늦는다고 말해줘’라고 보냈으며 약 40분이 흐른 뒤 오전 8시50분쯤 전군에게 ‘너 내 장례식장에 오면 죽일거야 꼭’이라는 내용의 원망 어린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마지막 순간 자살을 결심한 이군은 마음을 바꿔 몸부림쳤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다. 목격자인 여대생 김모씨(22)의 진술에 따르면 이군이 창문틀을 붙잡고‘저기요, 저기요’라고 부르자 이군을 돕기 위해 집에 있던 사촌 오빠를 부르러 간 사이에 이군이 떨어졌다.

한편 학교는 교육당국이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판정 받은 이군에 대해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의 담임교사는 지난달 반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가정환경 학교 폭력 여부 등에 대해 상담했지만 이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명랑해졌다”고 기록했다. 또한 학교 측이 이군의 자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군으로부터 학교에 늦게 갈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진군이 3분 뒤 담임교사에게 알렸고, 담임교사는 이군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이군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군의 휴대전화 전원 켜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군은 같은 반 학생들의 폭행에 시달려가며 학교의 방치 속에 죽어갔다.

폭력 없는 학교 존재 여부는

우리반에 김아름(가명)이라는 애가 있는데 애들이 바이러스가 감염된다고 하면서 그애 책에 손세정제를 발라둔다. 쉬는 시간에 책상을 치워버리고 어쩔때는 마구 때리기도 한다. 너무 불쌍하다. 특히 장영식(가명)이라는 남자애가 1년 내내 괴롭혔다.

3학년 2반 김철(가명)이라는 애가 우리학교 일진인데, 여러애들을 힘들게 한다. 특히 장애인 친구 한상민(가명)이 제일 많이 당한다. 저번에는 여러 명이 이 친구를 발로 밟고 웃으며 놀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조사해 발표한 ‘학교폭력 전수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교과부는 지난 4월 19일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 559만명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전수 조사’를 발표했다. 교과부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의 약 25%가 ‘학교 내 일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학교 폭력 피해학생이 100명이 넘는 학교가 93개교로 나타났으며 그 수가 300명에 육박하는 학교도 있었다. 학교 폭력의 발생률은 중학교가 41.6%로 가장 높았고 초등학교가 31.2%, 고등학교 17.5%로 그 뒤를 이었다. 일진에 대한 인식률 또한 중학교가 28%로 높았으며 초등학교 16.9%, 고등학교 11.2% 순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가 일진이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학교 내 일진 또는 폭력서클이 있다’는 답변에 강원도가 28.8%로 가장 높았고 서울이 26.9%, 대전이 26.3%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강원도 내 중학생들의 일진인식률은 43%, 최근 1년간 학교 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 15.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아 일진으로부터 학교폭력의 위험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지역에서는 강남구(15.1%)·서초구(14.1%)·송파구(15%) 등 강남 3구의 학생들이 서울 내 다른 구 학생들보다 최근 1년간 학교 폭력을 많이 경험했다. 또 일진 인식 비율은 중랑구가 34.7%로 가장 많았으며 성북구 31.5%, 강남구 29.8%, 영등포구 29.76%, 강동구 28.4%로 나타났다. 아울러 학교 폭력이 없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학생 수 100명 이상을 기준으로 학교 폭력 피해율과 일진 인식률 0%인 학교는 경남 거제시 능포초교, 경남 이천시 도지초교 등 13개교로 집계됐다.

전교생이 3명, 응답률이?

교과부는 학교폭력 전수 조사를 지난 4월 20일부터 교과부 내 학교 폭력 예방자료 게시판에 게시해 놓았으며, 오는 27일부터 각 학교별 홈페이지에 등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과부가 조사한 학교폭력 전수 자료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체 학생 559명 중 1/4만이 참여해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교과부는 회수율 10% 이하인 학교 1,906개교 및 신설학교, 각종학교·특수학교 중 회수율이 0%인 학교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경위조사와 실태조사에 대해 재실시를 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교과부 스스로가 완벽하게 실태를 조사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교과부가 이번 조사에 부실했다는 점은 조사내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강원 횡성군에 위치한 명문고인 민족사관고의 일진 인식 비율과 피해 응답 비율이 모두 100%로 나타났다. 이것은 민족사관고의 모든 학생들이 일진인 동시에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경북 청도군의 동산초교의 재학생 수는 3명인데 비해 응답은 11건으로 설문회수율이 366%라는 황당한 수치가 나왔다. 인천 강화군 삼산초교 경우 재학생은 9명인데 비해 응답은 18건으로 나타나는 등 회수율이 100%를 넘는 학교는 모두 204곳에 달했다.

교과부가 25억을 들인 이번 조사가 객관성과 실효성,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학교별 폭력 수치가 전면 공개로 인해 낙인효과에 대한 부담감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일제고사나 수능의 학교별 성적 공개와 같이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학교의 정보 공개로 인해 학교 폭력의 책임을 해당 학교에 전가하는 것도 모자라 폭력 학교의 서열을 가려 낙인을 찍을 수 있는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교과부는 이번 전국단위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계기로 매해 상·하반기, 연 2회의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제도화해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정책수립에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시기는 학교폭력의 발생 빈도가 높은 매 학기 초(3~4월, 8~9월)에 기존 우편 방식에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개선해 실시할 예정이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은행권 개인정보보호 동의서 사생활 침해 논란
“CCTV 직원 통제 이용 변질 우려”

이번달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은행권에 직원 통제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4월 16일 행정안전부와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에서는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을 기초로 새로운 내용의 정보보호 규정을 만들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은행이 은행원의 개인정보를 수집 및 처리하기 전 해당 은행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동의서에는 은행원의 사생활에 대한 개인정보를 체크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노조 및 은행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의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는 크게 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상벌.징계.평정을 위해 필요한 개인 정보와 은행에 설치된 CCTV 촬영정보, 계좌번호 및 금융거래내역을 담은 ‘필수적 동의’와 장애사항을 포함한 건강정보, 노조 및 정당 가입·탈퇴 정보, 범죄경력 등의 내용으로 이뤄진 ‘선택적 동의’가 있다. 필수적 동의 항목에는 모든 은행원이 동의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으며 선택적 동의는 은행원이 거부를 행사할 수 있으나 근로계약 해지나 복리후생 혜택 외 등의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이에 각 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인사부를 거쳐 직원들에게 이같은 동의서를 나눠준 후 서명을 받고 있다. 한국씨티·SC 등 외국계 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동의절차를 완료한 상태이지만 KB국민·우리은행은 노조 및 은행원들의 반발로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각 은행 노조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 취지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은행이 직원의 병력이나 정치적 성향 등 업무 이외의 부분까지 지나치게 자세하게 정보 수집과 사용을 동의를 받으려고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CCTV 촬영 정보를 문제삼고 있다. 은행에 설치된 CCTV는 보통 금융사고 발생을 방지하거나 범죄자 검거를 위해 쓰이고 있지만 동의서에 CCTV 촬영정보가 포함돼 있다. 노조원들은 이에 대해 “근무태도를 감시하려고 하고 있다”며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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