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도, 복사 수준도 ‘금메달 감’

▲ 논문 표절·대필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문대성 부산 사하 갑 당선자.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내며 최근 부산 사하 갑에 당선된 문대성 당선자는 계속해서 승승장구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동아대학교 교수직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해준 논문은 표절·대필 논란이 일어났고,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판명되자 그에게 몰락을 가져왔다. 또한 그의 불미스러운 논문은 체육학계의 커다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해당 지식 부족 불구 학위 취득 갈증에 ‘짝퉁 논문’ 만들어내
스포츠 스타 저서, “전문가와 대필 작가 끼고 출판” 소문 무성

논문 비리 행위가 체육학계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표절·대필 논란을 빚은 문대성 당선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동아대학교 태권도학과에는 문 당선자를 비롯해 두 명의 교수가 의혹을 받고 있으며 체육대학의 모 교수도 같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출판계에서도 스포츠 스타들의 저서도 사실은 대필작가가 썼다는 소문이 널리 펴져 있는 상황이다.

‘정치 공작’ 이라더니…

표절·대필 의혹이 처음 제기된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은 지난 2007년 8월 국민대 대학원을 통해 발표한 박사 학위 논문이다. 민주통합당은 자료를 통해 “문 당선자의 논문이 같은 해 2월 명지대 대학원에서 김백수씨가 제출한 논문의 내용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문 당선자와 논문 67페이지와 김씨의 논문의 82페이지의 세 문장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일치할 뿐만 아니라 ‘축구선수들을 대상으로’라고 써야 할 부분을 ‘축구선수들은 대상으로’ 썼던 부분의 오자까지 일치하고 있다. 이에 문 당선자는 “김씨의 논문과 연구 방법, 결과까지 상당히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민주당의 정치공작” 이라고 표절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문 당선자가 쓴 논문 표절 의혹은 연이어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문 당선자가 2005년 국민대 박사과정 시절 동아대학교 태권도부 감독으로 부임, 교수가 되기 위해 썼던 논문인 ‘태권도학과 재학생의 태권도용품 광고 성향 인식에 관한 연구’이다. 이 논문은 2004년 윤상화 용인대 교수가 썼던 ‘태권도용품 광고가 대학생의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상당부분이 비슷하다고 제기됐다. 이 두 사람의 논문은 연구대상 수와 설문 응답자 수, 회수율까지 모두 같다.

또한 문 당선자가 2003년 2월에 쓴 석사 학위 논문인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의 경쟁상태 불안에 관한 연구’의 반쪽 분량이 2001년 8월 김종문씨가 발표한 ‘태권도 선수들의 시합 전 경쟁상태 불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두 논문은 본문의 내용이 거의 같을 뿐만 아니라 세 번째 단락의 시작인 ‘경쟁특성불안’부터는 한 글자도 다르지 않고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평론가는 문 당선자의 논문이 대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동호 평론가는 문화연대가 제작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문 당선자의 2003년 석사학위 논문이 2년 후 ‘한국스포츠리서치’라는 학술지에 다시 게재됐는데, 스포츠리서치에 게재될 때는 대표저자가 김태일 교수로 등록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태일 교수가 동창들과의 모임에서 문 당선자의 논문을 대필해줬다고 말한 것을 들은 모임 참가자의 제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문 당선자는 잇따른 논문 표절·대필 논란으로 네티즌들로부터 ‘문도리코’,‘컨트롤 V’, ‘복사학위’ 등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지만 탈당 선언을 번복하며 끝까지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0일 국민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가 예비조사 발표에서 “문 당선자의 논문이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선 표절”이라고 밝히며 그동안 논란이 됐었던 논문 표절·대필 의혹은 사실로 판명 났다.

스포츠 스타의 저서, 사실은?

문대성 당선자로 인해 드러난 체육학계의 논문 비리 행위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일 ‘미디어스’는 지난 2008년 동아대 태권도학과의 교수들이 집단적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신고와 동아대 본부에 이미 접수됐던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문건이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교수는 태권도학과의 문 당선자를 비롯해 권모, 김모 교수와 체육대학의 박모 교수이다. 대필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전직 출판인 출신 A씨는 “특정 스포츠 스타의 이름을 딴 책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 대필 작가가 기술해 스포츠 스타가 쓴 것으로 위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체육학계에서 이같은 비리가 많이 이뤄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국내의 운동선수 육성 구조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학교의 공부를 병행하며 훈련을 받는 외국의 선수들과 달리 국내의 운동 선수들은 어렸을 적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오전까지 듣고 훈련에 임한다. 아예 수업을 듣지 않고 바로 운동을 하러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울러 대학을 입학해서도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과에 들어가 운동에만 매진하고 있는 것이 국내 체육계의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스포츠에는 두각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학위를 따기 위해 갖춰야 할 해당 학문의 지식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편 문 당선자의 표절·대필 논문 논란은 체육학계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문화연대는 학위를 취득한 스포츠스타 명단을 작성해 최근 5년간 체육계에 등재된 학위 논문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체육학계에 피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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