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5)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동해가스전. 사진=뉴시스

계속되어야 할 국내대륙붕 탐사

비록 고래 D와 동해-1 가스전의 연계개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래 D의 가스매장을 확인했고 시험생산을 통해 가스생산을 확인했으므로 고래 D의 개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인공지진파 자료해석에 의하면 고래 D 인근에 추가 유망구조가 여러 개 존재하므로, 가까운 지역에서 가스가 발견되면 이를 고래 D와 연계해 개발할 경우 상업적 가스전개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한 당면 목표이지만 또 다른 목표도 있다. 현재 생산 중인 동해-1 가스전의 생산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국내대륙붕에서 추가 가스전을 발견해야만 산유국(産油國)의 지위가 계속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석유탐사·개발분야의 발전과 인력 양성에도 기여해 해외 석유탐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갖게 되므로, 국내대륙붕에서 추가 가스전 발견을 위한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과거 7광구로 불리었으며 한 때 노래와 영화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제주도 남부 해상 지역도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둬야 하는 해상광구다.

1978년 일본과의 합의 하에 ‘한일공동개발구역’으로 설정되고, 한 때 일본과 공동탐사를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지금은 탐사가 중단된 상태다. 복잡한 외교적인 문제가 얽혀 있지만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돼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또는 일본과 공동으로 탐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과 인근 지역의 지질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계속 진행해 나가고, 해상 석유탐사와 개발에 대한 기술과 경험을 계속 축적해 나가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할 것이다.

석유개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석유개발사업에는 탐사사업과 개발·생산사업이 있다. 석유개발에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는 투자 여력과 실정에 맞게 탐사사업과 개발·생산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성공했을 때는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high-risk,high-return)에 참여할지, 아니면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수익률은 낮은 사업(low-risk, low-return)에 참여할지 적절히 판단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탐사사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유나 가스를 찾아내는 사업이므로 성공률이 낮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탐사사업은 비록 성공률은 낮지만, 개발·생산사업에 비해 투자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사업에 성공했을 때 투자비에 비해 수 배 내지 수십 배의 수익을 올려 기업의 자산 가치를 획기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은 ‘고래 D 가스전’ 후보지역에서 가스층의 존재를 최종 확인하고 생산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전정신만 가지고 무모하게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는 결코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가 없다. 석유탐사에서 10~30% 성공률이라는 것은 입수 가능한 모든 석유지질 자료와 인공지진파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해 가장 좋은 광구를 선정했을 때의 성공률이다.

제대로 기술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사업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기술력은 사업성공의 필수조건이다.

또한 탐사사업의 경우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올인(all-in)하기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지분을 양도해 투자비를 줄이고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미얀마 탐사사업에 있어서 기존 자료 분석부터 인공지진파 탐사를 거쳐 사업의 성공을 결정지은 첫 번째 탐사정 시추까지 소요된 총 투자비는 약 2300만 달러다.

지분 60%에 해당하는 투자비는 약 1400만 달러에 해당하지만 정부의 성공불융자를 받고 파트너를 영입하면서 지분 비율 이상의 투자비를 부담하게 해 회사가 실질적으로 투자한 자체자금은 260만 달러에 불과하다. 수십억 달러의 엄청난 자산 가치를 창출한 프로젝트의 초기 자체자금투자비 부담은 260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다.

개발·생산사업, 철저한 사전 검토와 사후 관리 능력 필요

개발·생산사업은 다른 회사가 이미 성공시킨 유전이나 가스전의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므로 사업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어 탐사 사업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생산사업의 경우 유전 평가의 적정성과 유가 변동에 따라 사업의 성공 여부가 좌우되며 투자비 규모가 대체로 크므로, 사업 참여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사업 타당성평가를 할 때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철저한 검토를 해야 한다.

또한 사업을 인수한 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미리 충분한 검토를 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경영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현지의 인력만 믿고 개발·생산사업을 진행하다가 투자비 회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적절한 포트폴리오 전략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석유개발을 하겠다는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와 많은 투자자들을 유혹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러시아, 남미 등 수많은 사업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석유개발사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자주 들을 수 없었다.

석유개발사업에 있어서 결코 한두 개의 프로젝트에 회사의 사운을 걸어서는 안 된다. 리스크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기업은 투자능력을 고려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석유개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데 반해, 우수한 인력을 통해 얻게 되는 이득은 막대하다. 따라서 석유개발을 하고자 하는 회사는 기술 인력뿐만 아니라 회계, 법률, 협상, 경제성분석 등 석유개발에 필요한 전문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절대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석유개발사업은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다.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탐사사업은 물론이고 개발·생산사업도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물론 실패한 사업에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시적으로 손실이 났다고 해서 쉽게 포기해서는 결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지난 2011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대우인터내셔널, STX에너지, 한국석유공사와 국내대륙붕 제 6-1 해저광구의 남부 및 중부지역에 대한 조광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조광계약서 체결에 따라 6-1 해저광구의 남부지역(고래 D)은 대우인터내셔널(운영권자, 70%)과 석유공사(30%)가 개발에 참여하게 됐다. 사진=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미래를 위해 석유개발은 계속돼야 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전문가들이 석유는 앞으로 40년 내지 50년내에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추가 매장량 발견으로 2016년 현재도 원유는 여전히 수십년 이상 사용할 매장량이 남아 있다.

또한 최근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등 비전통석유자원의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다 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석유가 멀지 않은 장래에 고갈될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지하에 있는 한정된 석유자원에 비해 인구의 증가로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짧게는 100년, 길게 봐도 수백 년 이내에 셰일가스·오일을 포함한 석유자원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선진국들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석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은 원자력 정도에 불과하다. 비록 원자력이 석유를 대체할 주요 에너지원이 된다하더라도, 인류의 생활 구석구석에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소재는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따라서 멀지 않은 장래에 에너지원으로는 원자력을 사용하고, 석유는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만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최근 셰일가스·오일의 생산과 국제 정치적인 요인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유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수요공급의 법칙 외에도 물량 부족을 염려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원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이 예상 외로 더 빠른 시기에 더 많이 상승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하겠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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