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수천만원’ 현혹 먹튀 행각

▲ 불법과외나 학원을 신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파라치’ 양성학원에 대한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오후 10시 이후 심야교습 학원을 신고해 포상금 10만원을 받는 ‘학파라치’, 수입 쇠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을 신고해 5만∼100만원을 챙기는 ‘쇠파라치’ 등 각종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러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16일 주의보를 발령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는 무려 970여개에 달해 파파라치 양성학원도 덩달아 성행하고 있다.

포상금 비법 미끼로 장비 구입 강요·반품 거부·줄행랑 ‘수강 사기’ 극성
수업 고작 15분에 수강료만 170만원, 생계 보태려다 생돈 날리고 시간 허비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파파라치 양성 학원 관련 피해상담 건수는 2010년 11건에서 2011년 4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도 3월까지 11건이 접수됐다. 대표적인 소비자 불만은 카메라를 비싸게 팔고도 반품을 거부하거나 수강료를 환불해주지 않는 행태다. 일부 학원은 카메라 값만 챙겨 도망가는 ‘먹튀’ 행각을 벌이고 있다. ‘파파라치’ 양성학원의 횡포 기승 실태를 민주신문에서 추적해봤다.

연 1억원 수익 고연봉의 비밀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38)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2학년인 딸을 두고 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자 생활하는데 버거움을 느꼈다. A씨는 웹서핑을 하던 중 한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다. ‘신고만 해도 1억원을 내 손에’. 그것은 파파라치 양성학원의 광고였다. 서울 강남에 있는 파파라치 학원에 등록을 하러 온 A씨에게 원장은 “3일간 교육을 받기만 하면 포상금 신고 요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5만원이라는 수업료가 부담감이 있었지만 당장 학파라치로 활동할 수 있다는 원장의 말에 그정도쯤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원장은 A씨에게 파파라치 활동을 하려면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며 카메라 구입을 권유했다. 카메라의 가격은 200만원으로 왠만한 일반 카메라의 값보다 4배나 높은 가격이었다. A씨는 마지못해 구입했지만 그 카메라가 50만원인지 우연한 기회로 알고 나서 학원을 다시 찾았다. 학원 측에서는 이미 사용한 카메라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학파라치’는 지난 2009년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부터 생겨났다. 당시 정부는 학원을 사교육의 뿌리로 판단하고 학원 불법행위를 신고한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해 사교육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로 ‘불법 학원 신고포상금제도(학파라치제)’를 시행했다. 현재 학파라치로 활동 중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주부로,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시간 투자 대비 고소득을 올릴 수 있고 정보를 얻는데 쉽기 때문에 많은 주부들이 학파라치를 직업으로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아파트 전단지나 지역생활신문에 나온 광고를 보고 해당 강사와 연락을 취한다. 이어 “우리 아이가 다니려고 한다”는 등 자녀 상담 등의 이유를 대며 손가방이나 시계, 볼펜 모양의 카메라를 장착해 무장한 채 학원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다. 아울러 이들은 강사의 휴대전화 번호와 학원 주소, 학원 내부 동영상과 함께 수업료와 학생 수를 알아낸 뒤 교육청에 신고한다. 이들의 불법 신고 대상은 무허가 학원이나 교습소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2010년 10월 당시 포상금이 지급된 8,720건 중 학원·교습소 등록위반이 4,219건(48.4%) 21억1,0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수강료 초과징수 3,846건(44.1%) 11억5,400만원, 미신고 개인과외교습 598건(6.9%) 1억1,800만원, 교습시간 위반 57건(0.7%) 1,700만원 순으로 지급됐다.

학파라치 학원이 고발되는 이유

학파라치의 활동이 법제화되는 동시에 학파라치 학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성행하고 있다. 학파라치 학원은 5년 이상 학파라치 활동을 한 강사들이 이론 교육, 증거 수집을 가르치고 있다. 학파라치 학원을 찾는 대부분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는다. 하지만 불법 학원 감시를 가르치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시계, 옷, 가방에 달린 카메라를 비싼 값에 강매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 내용이 부실한데다가 카메라를 구입하지 않으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등 오히려 학파라치 학원에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월 16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A씨와 같은 사례 외에도 ▶수업료를 현금으로 지급했으나 영수증 또는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증빙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 ▶ 당초 수업 내용에 대한 약속과 달리 수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거나 연락조차 두절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파파라치 양성 학원 관련 피해상담 내용으로는 전체 68건중 장비 미환불이 40건(59%)으로 가장 많았고 수강료 환불거부가 18건(27%), 강의내용 불만 5건(7%), 기타 5건(7%)순이었다.

또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파파라치 양성 학원 교습 관련 상담건수는 2010년 11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대폭 증가했으며 올해도 3월말 현재 11건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김정기 소비자정책국 소비자안전정보과 과장은 “전문신고자의 거액포상금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으므로 현혹하는 광고에 주의하는 한편, 성급하게 카메라 등의 장비를 구매하지 말고 시중판매가격 등을 꼭 확인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당부했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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