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회장에 집중된 르노-닛산-미쓰비시 3각동맹의 권력...지분 적은 닛산·미쓰비시 배후설

세계 2위의 자동차기업 르노닛산얼라이언스를 이끌었던 카를로스 곤 CEO가 지난 19일 일본 검찰에 의해 전격 체포됐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그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인지, 폭군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사이가와 히로토 닛산 CEO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지속됐던 곤 회장의 통치 체재의 어두운 측면, 권좌에 오래 앉아서 발생한 폐해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일본 도교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은 일본 도교지검 특수부에 의해 전격 체포됐다. 50억엔(한화 약 500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축소신고했고, 자택 구입 대금을 회사에 부담시켰다는 게 혐의였다. 이후 곤 회장은 도교지점에 도착한 지 한시간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며 현재까지 수사를 받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전격적으로 진행된 곤 회장 체포 소식에 의아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닛산의 행보를 보며 이번 곤 회장 체포의 배경에 닛산의 계획이 자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999년 닛산을 위기에 구해주며 영웅으로 떠올랐던 그의 몰락을 너무나 당연하게 지켜보는 닛산의 모습이 부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어서다. 

체포 이후 곧바로 CEO에서 해임

카를로스 곤 회장은 20년 가까이 닛산을 이끌어왔다. 1999년 당시 경영위기에 처했던 닛산에 곤 회장의 르노가 출자를 단행하면서 닛산을 기사회생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르노와 닛산은 '르노닛산얼라이언스(동맹)'라는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 2위의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영위기를 겪던 미쓰비시자동차 역시 나중에 이 동맹체에 합류했다. 

이런 그가 지난 19일 일본에 입국하자마자 전격적으로 체포됐다. 2011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곤 회장의 실제 누적 총보수는 99억9800만엔(한화 약 998억원)이었는데, 이보다 50억엔 적게 신고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보수 축소 신고를 이유로 그를 체포하는 것은 이례적이란게 일본 내부의 반응이다. 

이후 닛산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히로토 닛산 사장은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위임했다"며 "이것이 오랜 시간 지속된 곤 시대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곤 회장에 대해 비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22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곤 회장을 닛산 CEO에서 해임했다. 닛산 측은 곤 회장의 해임과 관련해 "내부 고발에 따른 조사 결과 부정행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반면 르노그룹은 곤 회장의 CEO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르노는 20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한 결과 "티에리 볼로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임시CEO를 맡을 것"이라며 "닛산은 곤 회장 수사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밝혔다. 

르노에 끌려다닌 닛산의 반란?

글로벌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세계 2위의 글로벌자동차회사의 CEO가 보수 축소 신고를 이유로 체포된 것은 이례적이지만, 곤 회장의 전격적인 체포 이후 닛산의 행보가 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 역시 "닛산이 곤 회장의 개인비리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영위기를 벗어난 닛산이 이제는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프랑스 플로랑 주에 위치한 르노그룹(왼쪽)과 일본의 닛산자동차(오른쪽) 사진=민주신문DB

이런 추측이 나오는 것은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르노와 닛산은 지난 19년간 동등한 관계에서 제휴를 맺는 독특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르노가 1999년 닛산 지분 43.5%를 사들여, 지분만 보면 르노의 지배력이 강해보이지만, 2002년 닛산도 르노의 지분 15%를 사들여 양쪽이 모두 상대방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이후 두 회사는 지분 절반을 출자해 르노닛산BV를 네덜란드에 설립했다. 이 회사가 바로 르노닛산의 지주회사다. 현재 곤 회장이 CEO를 만고 있다. 

이런 두 회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동맹관계가 시작됐던 초기만 해도 프랑스 르노의 입김이 강했지만, 닛산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르노의 부진이 겹치면서 닛산 내부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르노는 지난해 기록했던 51억유로(약 6조6000억원) 순이익 중 절반 이상이 닛산의 배당금이었다. 판매대수 역시 376만대를 생산하는 르노보다 581만대를 생산하는 닛산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가 르노를 통해 닛산을 자회사로 통합하는 방식의 합병을 추진했던 것도 닛산을 자극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4년 당시 2년 이상 보유 주주의 의결권을 두배로 인정해주는 플로랑 주법을 놓고 르노닛산과 갈등을 빚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지분 15% 정도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이 법안대로라면 의결권은 30%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시 이 법안을 추진한 이는 경제산업부 장관이었던 마크롱 현 대통령이다. 

결국 르노닛산이 이에 반발하면서 프랑스 정부의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두는 조치가 취해지긴 했지만, 이런 행보가 닛산의 불안감을 자극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르노삼성에도 불똥 튈까

과정이 어찌됐든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곤 회장이 체포되고, 닛산의 CEO에서도 해임된 만큼 르노닛산의 협력관계 역시 변화의 조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히로토 닛산 사장이 지난 20일 "르노와의 제휴관계는 당분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고, 마크롱 대통령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등 양국 정부 역시 제휴를 지지한다는 나섰지만, 한번 깨진 신뢰가 과거처럼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업계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곤 회장 체포 이후 르노와 닛산의 협력관계에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르노삼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생산물량 감소다. 르노삼성의 최대주주는 지분 80%를 보유한 르노그룹이지만, 생산량 중 절반은 닛산에서 받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현재 닛산의 소형 SUV인 로그를 생산중인데, 전체 생산량(26만대) 중 절반에 가까운 12만대가 바로 로그이기 때문이다. 로그는 내년까지만 르노삼성이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와 닛산이 대립하게 되면 르노삼성은 새로운 물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닛산과 달리 르노는 부산에서 생산할 정도로 대량생산하는 차종은 없는 상태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이번 사태를 그 누구보다 심각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라며 "일단 르노삼성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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