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비밀】,【백자초문】의 저자
백자초문(百字抄文) 한자학습법 창시자
한자한글교육문화컨텐츠 협동조합경당 이사장
전 명지대 민족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8년도 대한민국에서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려 힘쓰는 사람들에게 유달리 신경쓰이는 용어가 하나 있다. ‘보수(保守)’가 그것이다.

이 용어를 접할 때마다 ‘나는 보수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보수’는 ‘보수주의자’를 의미하며 ‘진보주의자’와 상대되는 개념이지만,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 자체로야 어떤 현상의 한 표현이므로 선악의 관점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흔히 진보와 보수의 진영으로 나누기를 좋아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여긴다.

이 두 용어는 은연중에 서로의 정체를 대변하며 적대시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향하여 적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당연히 많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세상에서의 어떤 갈등은 때로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 이것은 정말 무의미한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보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보수’가 무엇인지 알고 나는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보수는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保守(보수)는 ‘지킬 보’, ‘지킬 수’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을 지킨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술어로만 되어 있다. ‘보수=保守=지킨다’ 보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지킨다는 말인가?’

‘보수(保守=지킨다)’를 주장한다는 것은 원래 ‘국수’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 그리고 ‘국수’는 흔히 접하는 장터국수가 아니라 ‘國粹’ 즉 어떤 나라가 나라답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을 의미한다. 누구든 자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가를 단위로 국민으로써 꼭 지켜야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알아 지키려고 하는 것이 바로 국수(國粹)다.

국수(國粹)의 핵심은 ‘粹(순수할 수)’에 있는데, ‘粹’는 ‘米’와 ‘卒’로 되어 있고 ‘햇살(米)’과 햇살로부터 뿜어나오는 ‘열기(米)’를 상징한다. ‘米’는 ‘쌀 미’자로 ‘해의 살’을 의미하고 ‘卒’은 ‘병사 졸’로 ‘임금-제후-병사’에서의 세 번째를 의미한다. 우리말 ‘살’은 셋의 구조에서의 두 번째를 나타내고 병사는 셋의 구조에서의 세 번째를 의미하며 이런 사고방식의 중심에는 ‘해-햇살-열기’가 있다.

세상을 ‘천지인’ 셋으로 보기를 좋아했던 한겨레 전통의 사고방식의 결과이다. 따라서 ‘수(粹)’란 삿된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햇살 그대로의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나라(國)’가 개입되면 ‘국수(國粹)’가 되어 ‘나라의 나라다움’ 즉 한 나라가 반드시 지키고 선양해야할 나라를 나라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한국인이므로 한국인으로써 마땅히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국수주의자’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은 보수(保守), 국수 없는 보수, 그 보수는 도대체 무엇을 지킨다는 말인가! 참으로 공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든 보수든 자기의 성향을 말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국수(國粹)’에 대해서 이해하고 알고 존중해야한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진보와 보수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우리 대한민국은 자꾸만 가벼워져가는가!

어찌 세계에 웃음거리가 되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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