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제공’ 꾀어 수십 년 인권유린

▲ 지난 4월 9일 해양경찰청은 수십년동안 지적장애인들을 외딴 섬 양식장 등에 팔거나 어선 등에 태워 일을 시킨 혐의로 11명을 붙잡아 이모씨(47) 등 6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지적장애인들을 팔아 넘겨 강제 노역을 시키게 한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적장애인들이 전북과 전남 등지에 있는 양식장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임금까지 갈취당한 것. 이번 사건은 5년 전 발생한 서해안 인신매매 사건 이후 발생한 장애인 강제노역 사례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 유린이 버젓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의 전모와 같은 사례, 계속해서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해 추적해본다.

공포영화 같은 군산 장애인 인신매매사건 30년 만에 세상에 ‘충격’
가족 낀 11명 대이어 100여명 유인, 19세부터 28년 간 착취당하기도

지적장애인들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꾐에 빠져 전북과 전남 등지에 있는 양식장으로 팔려갔다. 이들은 여관에서 생활을 하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노동을 해야 했고 임금 또한 빼앗겨야 했다. 약 30년 뒤 묵고 있는 여관에 이 섬에 있으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그들은 또 다시 다른 양식장으로 팔려갈까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큰 돈 벌게 해주겠다더니…”

지적장애인들을 팔아 넘겨 강제노역을 시키게 한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9일 해양경찰청은 수십년동안 지적장애인들을 외딴섬 양식장 등에 팔거나 어선 등에 태워 일을 시킨 혐의로 11명을 붙잡아 이모씨(47) 등 6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전북 군산 시내에 여관을 운영하면서 지적장애인과 노숙자 등에게 “숙식 제공을 하며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인, 군산과 목포의 어선과 낙도 등지에서 강제로 일하게 한 후 100여명으로부터 임금 수십억원을 강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1992년부터 총책(이씨), 모집책(최모씨·조카), 관리책(딸), 성매매 알선책(누나), 운송책(형·택시기사) 등 각각의 업무를 나눠 지적장애인들을 착취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발견된 지적장애인 은모씨(47)는 19세 때부터 지금까지 약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한 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은씨를 2006년 5월 5t짜리 어선에 선원으로 승선시켜 연간 1,100~1,300만원의 임금을 갈취하는 등 28년동안 2억원을 뜯어냈다. 이어 2009년 8월 지적장애인 이모씨(54)가 어선 조업 중 발목 부상을 당하자 부상에 대한 상해보험금 400여만원 등 보험금 1,500여만원도 가로챘다.

아울러 이씨의 누나 이모씨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화대 등의 명목으로 돈을 착취했다. 특히 모집책 이씨는 1980년대부터 이 같은 범행을 해왔던 모친 차모씨(2007년 사망)로부터 지적장애인 100여명을 물려받아 계속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이 중 70여명을 전남 목포의 선박과 섬 등에 팔아 넘겼으며 지적 연령이 낮은 30여명은 군산 일대 섬 등에서 최근까지 노예처럼 일을 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이씨 등이 지적장애인 1명 당 1,000만원 안팎의 금액으로 팔아 4년에서 18년까지 강제 노역을 시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이씨 일당들에게 피해 받은 지적장애인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이지만 심리진단 결과 이들의 사회연령은 9.25세, 사회지수는 19.8세 정도로 일상생활 적응능력이 크게 낮다.해경 관계자는 “군산이나 목포 등지에서 이씨와 같은 범죄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로 전국 선박과 낙도의 인권유린 실태를 일제 단속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신매매가 되풀이되는 이유

지적장애인을 이용한 사건들은 그 전에도 많이 발생했다. 지난 2006년 전북 정읍에서는 지적장애인을 자신이 사는 산골마을로 데려가 노동력을 착취하고 수당까지 가로챈 마을 이장이 검거됐으며 같은 해 전북 남원에서는 섬에 감금하고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노동력을 착취한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2011년에는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지체장애인 명의로 대포폰을 만든 후 염전업자에게 팔아 강제 노역을 시키고 인신매매 대금으로 임금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다.

특히 양식장 강제노역 사건과 비슷한 사례로 2007년 장애인의 날에는 장애인이나 중증 폐결핵 환자 등 443명을 전남 서해안으로 인신매매 뒤 1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조직이 검거됐다. 이들 조직은 광고를 내고 찾아온 장애인에게 강제로 술을 먹여 윤락녀와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소개비와 외상값을 갚으라는 명목으로 노동력과 함께 임금을 착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이 서해안 인신매매 사건이 발생한지 5년 후에도 장애인들이 계속해서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지적장애인의 대부분이 독신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하고 무허가 소개업자로부터‘많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넘어가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섬들은 일을 하기 열악한 환경 탓에 신체 건강한 선원들 조차 꺼려하는 곳이다. 이에 선주들은 무허가 선원 소개업자로부터 소개나 인신매매 등의 방법이 아니면 선원을 모집할 수밖에 없는데 정상인들에 비해 판단력이 흐린 지적장애인들은 이들에게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장애인 인신매매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장애인에 대한 무허가 소개나 인신매매는 직업안정법 제47조 제5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이하의 벌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가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는 가운데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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