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로 투자자들 안심시켜, 뒤늦게 안 피해자들 관련법 정비 촉구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허위투자 상품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아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하며 돈을 빌리려는 사람(차주)과 공모해 약 252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업체(개인 간 대출 중개 회사)펀딩플랫폼 대표가 사기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P2P업체 펀딩플랫폼의 대표 유모(49)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모자인 동생 유모(47)씨와 건축업자 이모(44)씨는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일당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부동산 투자를 기반으로 한 P2P 대출을 진행하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이씨를 차주로 내세우는 허위 투자상품을 운영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1700여명에게 25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P2P 대출은 돈이 필요하거나 투자를 원하는 곳(차주)에서 온라인 홈페이지에 대출 액수나 사용처를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대출방식이다. P2P 대출업체는 차주와 투자자를 중개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경찰에 의하며 이들은 빌라 구입 혹은 다세대주택 리모델링 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상품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아 이익을 남기는 P2P 대출을 진행했다. 연수익 24%를 약속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였으나 이후 연체가 지속됐고 구멍난 연체를 돌려막기식으로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 직접적인 피해자 ‘펀딩플랫폼 사기 피해자 모임’은 지난 1월 유씨 등이 허위 투자 상품을 내세워 투자금을 가로챘다며 고소장을 제출해 이 사건을 표면위로 끌어 올렸다. 피해자 모임 부대표 A씨(46)는 “지난해 중순 이후 모든 상품들이 동시적으로 연체되기 시작했고 연체규모가 200억원에 육박했다. 모두 같은 차주에게 돈을 빌려준 거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P2P 대출 업체를 규제하는 법이 없는 탓에 플랫폼업체는 차주의 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았고 의심스러운 정황은 계속 이어졌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들은 변호인단을 선임한 후 스스로 사기 증거를 찾아 지난 4월 재고소했는데 건물 공사비를 투자 받겠다는 차주가 사실은 건물이 세워질 땅조차 구매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 대표가 펀딩을 진행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또한 자격이 없는 차주가 NPL(금융회사의 부실채권·대부업체 등 특정 업체만 구매 가능)을 사겠다고 대출을 신청했다. 이를 허용한 증거와 유씨 형제가 이씨에게 ‘당신이 대출 자격이 되지 않는 걸 알지만 어차피 상품을 내놓으면 펀딩은 된다’고 말한 녹취록 구해 경찰에 제출했다. 피해자들이 직접 발로 뛰고 나서야 수사는 10개월여 만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이다.

‘펀딩플랫폼 사기 피해자 모임’ 피해자들은 관련법 정비를 촉구했고 현재 금융감독원은 P2P 업체를 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어 연계 대부업체를 통한 간접적인 관리만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 일당은 불가능한 높은 이자를 약속해 나중에 연체되고 구멍이 나는 상황에서도 허위상품을 올려놓으며 범행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유씨 등은 경찰 조사 중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며 이번 주중에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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