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W타워 세입자 “휘문 믿고 계약했다”…임대대행 계약에 분통 터뜨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전통의 사립명문 휘문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소유의 건물을 관리하는 임대업자가 거액의 횡령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15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휘문의숙 소유 강남구 대치동의 주상복합건물 W타워를 임대관리하면서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 13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임대업자 휘문아파트관리 대표 신모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신모씨는 지난 3월 횡령으로 물러난 휘문의숙 전 이사장 민모씨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은 7층 140여가구 규모로 전세 세입자는 50가구가량 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법으로 횡령한 보증금 130여억원은 신씨의 개인사업에 쓰여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휘문의숙의 비리를 적발하고 휘문의숙의 비리 의혹이 드러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보다 앞선 지난 2월부터 신모씨를 횡령 혐의를 인지하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에는 휘문고는 체육관 등 학교건물을 교회에 빌려주고 매년 7000~1억5000만원의 건물사용료를 받았으며 2011년부터 6차례에 걸쳐 38억여원의 기탁금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휘문의숙은 휘문고 주차장 터에 7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을 건축하고 신모씨가 운영하는 휘문아파트관리에 임대·관리를 맡겼다. 보증금 21억원에 주변시세보다 낮은 연 21억원의 임대료만 받고 건물을 빌려줬으나 사달이 났다. 불법으로 횡령한 보증금을 개인 사업에 탕진한 신모씨는 건물 세입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건물 소유주인 휘문의숙에서 받으라고 입장표명을 했다.

신모씨는 건물 내 엘리베이터 공지문을 통해 “현 상황에서 여러분의 보증금은 휘문의숙에서 해결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휘문의숙에게 임차인들의 계약을 승계해 줄 것을 요청해 왔는데 휘문의숙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휘문의숙은 신모씨와 해당 대치동의 주상복합건물 W타워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입주자들은 임차인(신모씨 회사)에게 다시 전차를 받은 전차인이기 때문이다.

W타워에서 대책 회의를 가진 세입자 40여명은 건물 지하 1층 공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우리 모두 휘문을 믿고 계약을 했다”며 휘문의숙이 신모씨가 대표로 있는 (주)휘문아파트관리와 임대대행 계약을 했다는 것에 분통을 터트리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표명했다. 

한 세입자는 “전대차 계약이라는 걸 알고 계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름도 휘문아파트관리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휘문의숙에서 관리감독을 안했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휘문의숙에도 과실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한 세입자들은 "민 전 이사장이 신모씨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불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 사건을 공론화 한 세입자는 “만기가 돼서 나가려고 했는데 상황을 알게 됐다. 휘문의숙으로부터 내용증명 답변이 왔는데 돈을 줄 수 없고 아파트관리랑 계약을 했으니 거기서 받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휘문의숙에서 이미 대형 로펌을 구했다는 소식을 접한 세입자들은 개인보다는 집단으로 소송을 거는 게 낫다고 보고 일단 학교법인을 항의 방문한 후 집단소송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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