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22개 대기업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 44.8% 달해...공정위 '제도개선을"

박기흥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173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

소수의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 총수일가가 순환출자 구조로 대기업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지주회사 제도'가 오히려 총수일가의 권한만 강화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공정위가 밝혔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지주회사 현황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 지주회사 22곳의 대한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무려 44.8%로 집계됐다. 사실상 총수일가들이 강력한 지분율을 바탕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에 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이런 결과가 초래된 원인으로 '현물출자'와 '인적분할'을 지적했다. 총수일가들이 현물출자와 인적분할 방식을 활용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더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주사 전환 1년이 지난 대기업 19곳 중 12곳이 이 같은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방식을 사용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강화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진중공업그룹을 제시했다. 한진중공업그룹은 2007년 한진중공업을 한진중공업홀딩스와 한진중공업(신설회사)로 인적분할했다. 이를 통해 조남호 회장 등 총수일가는 홀딩스와 중공업의 지분을 각각 16.9%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조 회장 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중공업 지분 16.9%를 홀딩스에 넘기고(현물출자), 홀딩스의 지분 33.2%를 신주형태로 받았다. 당시 중공업의 기업가치가 홀딩스가 높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물출자가 가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 회장 총수 일가는 홀딩스의 지분을 기존 16.9%에서 50.1%까지 늘릴 수 있었다. 

신설된 한진중공업의 지배력은 자사주를 통해 해결했다. 인적분할 전 한진중공업은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19.6%를 사들였다. 이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인적분할이 되면서 자사주는 홀딩스와 중공업에 각각 19.6%의 주식으로 배분됐고, 홀딩스가 갖게된 중공업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살아났다.

여기에 총수일가가 현물출자한 16.9%의 지분까지 더해지면서 홀딩스는 한진중공업의 지분 36.5%를 보유하게 됐다. 사실상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확보해 인적분할 과정을 통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한진중공업그룹 뿐 아니라, 상당수 대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됐다.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우 지주사 전환 전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이 36.3%였지만, 지주사 전환 이후 73.9%까지 늘어났다.

공정위가 공개한 지주회사 전환사례. A사가 바로 한진중공업이다. 사진=공정위 제공

CJ그룹 역시 지주사 전환 전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6.6%였지만, 38.2%까지 확대됐다. 코오롱 역시 13.2%에서 47.2%로 지분이 늘며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더 강화됐다. 

공정위는 현행 지주회사 제도에 허점이 많아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박기흥 지주회사과장은 "대기업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가 방지될 수 있도록 지주회사법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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