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3억원 회유·증거인멸·허위진술 강요”

양진호 회장의 직원 도청을 고발한 공익제보자 A씨가 13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직원들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양 회장은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수억원의 보상금을 미끼로 협박과 회유한 정황도 폭로됐다.

13일 양 회장의 직원 도청 내용을 제보한 A씨가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A씨는 “양 회장은 경찰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전인 8월달에 임원들에게 ‘이 사건으로 구속되는 직원에게는 3억원을 주겠다’, ‘집행유예될 경우에는 1억원을 주겠다’, ‘벌금이 나오면 벌금의 두 배로 보상하겠다’, ‘소환조사 당할 경우 1회당 1000만원씩 주겠다’며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이 돈은 진술을 잘 할 경우 나중에 주겠다는 뜻이었다”며 “실제 소환조사된 직원들은 다녀와서 50만원씩 받았고 소환되기 전 모 임원에게는 현금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실제 모 임원이 경찰 소환되기 전날 판교 사무실 근처 커피숍에서 해당 임원에게 준 500만원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임원은 처음에는 이 돈을 거부했지만 일단 가져왔다가 두려워 A씨와 상의해 A씨에게 맡겼다. A씨는 이를 증거자료로 쓰기 위해 변호사 통해 보관하고 있었으며 향후 증거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제보자 A씨가 13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공개한 양진호 회장이 한 임원을 회유하며 준 돈봉투. 사진=조성호 기자

또한 A씨는 양 회장이 이 같은 회유가 잘 통하지 않으면서 ‘내가 구속되면 너희가 무사할 줄 아느냐’, ‘너만 살겠다고 배신할거냐’는 취지로 많은 협박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협박을 받은 한 임원의 경우 심장박동 이상으로 심장 수술을 받을 정도로 임직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양 회장의 협박과 회유는 3개월 간 지속됐다” 강조했다.

A씨는 또 양 회장이 지난 8월 초 자신의 스마트폰을 세 번에 걸쳐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양진호 회장 특성상 카톡 중독자다”며 “모든 업무 지시를 카톡으로 하는데 이를 하지 못하니 새로운 핸드폰의 카톡으로 지시를 계속했다. 이 지시 내용이 회사 운영 증거가 되기 때문에 이를 없애기 위해 계속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월 6일경 경찰에서 양진호 회장 핸드폰을 압수하러 왔는데 양진호가 없어 나중에 제출했다”며 “당시 신폰과 구폰이 있었는데 신폰을 제출하자니 증거인멸 혐의가 될 수 있었고, 구폰을 제출하자니 그간 써 왔던 카톡 내용이 담겨 있어 어떤 걸 제출할지 회의를 수차례 했다. 결과적으로는 폰을 둘 다 제출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하드디스크를 전부 교체하거나 삭제하는 증거 인멸 행위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직원들의 텔레그램이나 PC에 설치된 보고서에 ‘양진호’나 ‘회장’ 등의 단어가 들어간 문서는 모두 폐기,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이는 수사방해 행위라고 생각하며, 경찰이 많은 인력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한 다고 하더라고 증거가 전부 인멸된 상황에서 제대로 혐의를 밝혀내고 처벌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서 고발을 결정하게 됐다”며 “수색 전날 회사에 압수수색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어떠한 경로로 저희에게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임원들에게는 전부 전달이 됐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마지막으로 “이번 내부 고발은 단순히 양 회장의 폭행과 엽기 행각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디지털 성범죄 영상에 대한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 “이번 내부 고발로 인해 이후 웹하드 업계 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서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완전히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유통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많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드린 점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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