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주며 경찰 수십명 관리

▲ 2010년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룸살롱 황제 사건'에 경찰이 룸살롱 황제 이씨에게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경찰이 불안에 떨고 있다. 2010년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던 룸살롱 황제 로비 사건이 다시 검찰에 의해 물밑으로 올라왔다. 검찰은 룸살롱 황제 이씨의 진술을 통해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아 챙긴 경찰 간부 4명을 구속했으며 총경을 포함한 40여명의 경찰관들에 대해 수사중이다. 경찰 자체 내에서 밝히지 못한 사실을 검찰이 밝혀내자 경찰은 부실수사 논란과 청장 연루설까지 불거져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채왕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황까지 포착돼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룸살롱 황제 이씨와 사채왕 로비 리스트에 적힌 경찰관들의 행적과 이번 사건 연루로 지탄의 대상이 된 경찰들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매달 상납금은 기본, 명품·외제차에 골프 접대까지 다양한 수법으로 뇌물 줘
경찰 등에 업고 조폭 끼고 업계 막강한 실력 과시 삐끼에서 황제로 신분 상승

지난달 13일 복역 중인 강남 룸살롱 황제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자신의 내연녀에게 뇌물을 건넨 경찰관들로부터 뇌물을 회수하라고 한 것. 지난달 13일 세금 42여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복역 중인 강남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40)가 30억원의 벌금을 물기 위해 내연녀 장모씨(35·여)에게 자신이 뇌물을 준 전·현직 경찰관 리스트를 건네 뇌물을 회수하라는 지시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이씨가 전·현직 경찰관 리스트를 검찰에게 제보하겠다고 말해 어마어마한 파장을 몰고 왔다.

“남산 도서관서 마케팅 공부”

이씨는 서울 북창동과 강남 일대에서 17곳의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룸살롱 황제로 군림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는 그만의 영업방식과 사업수단으로 10여년만에 삐끼(호객꾼)에서 ‘황제’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삐끼로 시작한 이씨는 2000년대 초반 폐업 위기에 처한 북창동의 한 룸살롱을 싼값에 인수해 ‘양주 1병에 맥주 무제한 공짜’등 새로운 영업 방식을 도입, 손님 끌어 모으기에 성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이어 강남으로 진출한 그는 고객이 한쪽에서 반대편을 볼 수 없는 특수유리를 사이에 두고 여종업원을 고르는 ‘매직미러 초이스’ 시스템을 갖춰 룸살롱을 찾는 손님들이 더 늘어났다. 아울러 룸살롱 근처에 갈빗집이나 미용실, 스크린 골프장 등을 차려 룸살롱 종업원들에게 갈빗집 마일리지나 미용실 쿠폰을 줘 자신의 가게를 이용하게 했고 사채를 쓰려는 종업원들에게 자신이 관리한 조폭들이 운영하는 대부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이씨의 한 지인은 “이씨가 낮에는 남산 도서관에서 경영학 책을 읽으면서 마케팅 공부를 한다”고 말해 이씨가 가진 룸살롱 황제의 자리는 부단히 노력한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룸살롱 황제에게도 골치 아픈 일이 있었다. 영업의 걸림돌인 경찰들이었다. 이씨가 운영하는 룸살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한 A경사에게 인사와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화답’을 했으며 A경사 등 경찰관들에게 약 2억원이 넘는 금품과 현금을 ‘조공’했다. 또한 A경사 등은 경찰들은 2~3명이 함께 이씨를 만나 매달 500만원씩 받았으며 이씨로부터 프로 골퍼에게 골프를 받는 등 레슨비까지 받아 챙겨 동남아로 여행을 갔다. 또 아르마니·에르메스·몽블랑 등 명품과 고급 외제차 2대 등 고가품까지 받아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회종)는 이씨가 수감 중인 서울 구치소를 압수수색했으며 압수수색을 통해 이씨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체포된 A경사를 비롯 현직 경찰관 4명을 구속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곽윤경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4명의 경찰에 대해 지난달 31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앞서 이들의 자택과 파견근무중인 여성가족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씨가 이런 식으로 총경급 간부를 포함한 전·현직 경찰 40여명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이다.
 
한편 4월 3일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채왕 최모씨(58)가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 검찰은 최씨가 경찰관 수십명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최씨를 지난 2010년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인 다산리츠 부회장 조모씨(49)에게 “비리사실을 국토해양부에 알려 상장폐지 시키겠다”고 협박해 9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했다. 다산리츠는 증권시장에 상장됐으나 횡령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6월 상장폐지 됐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지검 강력부는 최씨를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사법처리 하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 1월 중순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조사를 통해 최씨의 비밀금고를 확인하고 최씨가 5~6년간 업체들과 거래한 기록이 게재된 비밀장부와 차명거래 내역이 담긴 통장 등을 확보했다.특히 검찰은 최씨가 서울시내의 경찰 수십명에게 거액의 금품을 뿌린 정황을 포착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 폭행 사건으로 고소당한 최씨는 봐달라며 1,300만원을 경찰관 2명에게 건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아울러 2007년 마약 사건에 연루된 지인 수사를 축소해 줄 것을 부탁하며 현금 5000만원을 경찰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 경찰관들의 리스트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부 징계 처분 못한 조현오 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씨와 수백회에 걸쳐 연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경찰관이 낸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해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성백현)는 지난달 27일 C(40) 전 경사가 “부당한 징계”라는 이유로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C씨는 이씨와 발신 487회, 수신 241회 등 모두 728회에 걸쳐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0년 9월 해임됐다. 이에 C씨는 “이씨와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조기축구 일정과 관련해 통화했을 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유흥업주와 지속적인 연락을 주고받은 C씨의 행위가 경찰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지만 돈을 받거나 단속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또한 28일 경찰이 이씨의 로비리스트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일어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따르면 현직 경찰 D씨가 낸 진정서에 2010년 경찰수사 당시 경찰이 이씨와 연루된 비리 경찰 수를 절반 가량 축소했으며 고위급 간부들이 포함된 경찰 130여명이 이씨와 통화를 했다. 이에 경찰은 2010년 경찰 로비 의혹 자체수사 결과 전·현직 경찰 69명이 이씨와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 이 중 39명을 징계했다. 하지만 D씨가 쓴 진정서에는 “130명 중에는 경찰대 출신과 유흥업소 단속부서 간부, 총경 이상급 간부 등이 포함됐으나 순경 출신의 하위직 경찰만 징계했으며 윗선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씨와 통화한 경찰관은 63명으로 알려졌으나 6명이 누락된 69명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어났다. 이에 조현오 경찰청장은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이었기 때문에 6명이 직무명령과 무관한 경찰청이나 경기지방경찰청 소속이라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씨와 120여 차례 통화한 E총경을 뒤늦게 대기발령 조치를 비롯, 경감·경위·경사급 경찰 6명에 대해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 내에서 밝혀내지 못한 사실을 검찰 측이 수사에 나서서 밝혀내자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왜 2년 전 자체 수사에서는 6명을 밝혀내지 못했냐는 것 이다. 특히 6명의 직위가 고위급으로 확인되면서 심지어 ‘청장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찰 측에서는 “이씨와 유착관계였던 경찰관들이 차명 전화를 쓸 가능성이 커 감찰에서 적발되지 않았고 조현오 경찰청장이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껄끄러운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내외에서는 “조 청장이 강 전 청장과 협조해 감찰에 나섰더라면 빠른 시간 내에 여러 의혹 제기 없이 ‘깔끔’하게 해결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룸살롱 황제의 리스트’로 휘청거리던 경찰이 ‘사채왕 리스트’가 나오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이에 조 청장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사과하고 “반부패 내부개혁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중·장기 부패 비리 근절과 제도 개선 방안 마련 등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중의 지팡이가 범죄자의 뇌물 리스트에 오르면서 국민들의 비난은 여전하다. 한 네티즌은 “경찰청 이름을 바꾸던지 해체해 버리던지 이젠 청간판이 X 색깔로 보인다”고 경찰의 자질에 대해 의심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 경찰은 할 만한 직업같다 월급도 받고 뒷돈도 챙기고” 라며 경찰들의 행태를 조롱했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피해 여성 절규에도 주소 타령
잔혹 살인 중국인 추적에 늦장 부린 경찰 논란

성폭행한 여성을 살해 뒤 시신을 토막낸 사건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해당여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던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중부경찰서는 지난 4월 2일 길 가던 20대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와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로 중국인 우모씨(42)를 검거했다.

우씨는 검거 전날인 1일 오후 10시40분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위치한 자신의 원룸에서 회사원 곽모씨(29·여)를 집으로 끌고 와 성폭행 한 후 둔기로 때려 실신시킨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씨는 곽씨의 목을 팔로 감고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뒤 둔기로 내려쳐 곽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씨는 또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곽씨의 시신을 토막 내 여행용 가방과 10여개의 봉지에 나눠 담아 유기하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우씨는 “자신과 부딪힌 곽씨가 욕을 해서 홧김에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던 실태가 드러나자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은 당초 “‘피해자가 정확한 주소를 말해주지 않았다’며 휴대전화 발신음 추적으로 기지국 반경 300~500m를 3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밤새도록 수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피해자 곽씨는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 놀이터 가기 전 집인데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비교적 자세하게 위치를 가르쳐 줬다. 이에 경찰은 “누가 그러느냐. 주소를 다시 말해달라”고 황당한 질문을 했다.

아울러 112신고 통화 시간은 경찰이 밝힌 1분 20초가 아닌 7분 36초로 확인됐다. 경찰은 “곽씨의 통화가 1분20초간 이어지다 억지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다”고 밝혔지만 우씨가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온 뒤에도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통화에서는 곽씨의 살려달라는 애원과 비명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달됐으며 중간에 테이프를 뜯는 소리도 함께 들렸다.

경찰의 늦장 대응에 곽씨는 신고 13시간만에 우씨에 의해 토막난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래서 경찰 믿을 수 있겠냐. 앞으로 112에 신고하지 말고 119에 신고해야 할 판”, “우리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건 납치범에게 납치돼서 성폭행 당하고 감금되면 무조건 살해된다고 생각해야 겠다”고 경찰의 행태에 비난을 가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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