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서울 시장의 첫 번째 타종과 동시에 필자의 아내는 40대를 마감하고 50대 반열에 들어섰다. 올 초부터 다이어트를 계획했으므로 제야의 종소리와 동시에 야식을 좋아하는 아줌마의 손을 떠난 과자 봉지는 박격포탄이 목표에 명중하듯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에 꽂혔다.

저게 대체 뭐 좋은 일일까. 새해를 맞는 환호성을 이해하기 힘든 필자에게 해마다 되풀이되는 의문이다. 어쨌거나 무술년을 맞이하는 많은 이의 환호를 축하처럼 받으며 아내는 불혹의 나잇대와 카우치 포테이토 생활을 마감하였다. 40대로 다시 돌아올 순 없다.

하지만 소파 위에서 TV를 보며 팝콘을 입에 던져 넣던 세월 또한 돌아올 수 없을지는 의문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필자와 쌍둥이들은 쓰레기통의 과자가 못내 아깝다. 과자가 뭔 죄가 있나. 쉴 새 없이 집어 먹은 인간의 입과 손과 뇌가 잘못이지.

하지만 그 과자를 탐닉하게 만든 인간의 의도도 칭찬할 일은 아니다. 필자의 아내를 비롯하여 텐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독자가 나이트 스낵을 끊는다면 향후 제과 회사 주식은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차치하고 텐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이어터로 거듭난 50세 여성은 분명 야식을 끊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저울의 눈금을 확인했는데 뭐야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저께 아침에 잰 몸무게보다 되려 상승한 것이다. 어제 식이조절을 잘 했더라도 그저께 점심, 저녁이 과했다면 체중은 합산되어 그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새해 첫날부터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는 게 두려워 체중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등 식상한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체중은 과자 하루 참았다고 줄어드는 게 아니다는 말이 입을 맴돌았지만 꿈 참았다. 제대로 약이 오른 아내는 이내 화살을 내게 돌리는데 텐텐 프로젝트의 지침을 독자에게 준 적이 있냐며 따진다.

참다못한 필자 역시 머리에 김이 오르기 시작한다. 약장사도 아니고 내가 당신들 살 빼서 얻는 이익이 뭐냐며 텐텐 프로젝트 3편의 내용을 되새겨 준다. “10주간 금주, 오후 7시 이후 금식, 기존 식사량에서 밥 반 공기 덜 먹기, 분당 80m의 속도로 30분(2.4Km) 걷기” 내용을 들은 아내는 그 정도로 살이 빠지겠냐며 2시간씩 뛰다시피 걷고 살을 뺀 사람의 예를 근거로 든다.

운동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일반인이 어떻게 반 구보를 2시간씩 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매 끼니마다 복잡한 식단을 짜주면 그대로 지킬 수 있겠냐며 반격한다. 30분 걷기는 했느냐는 질문에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기세가 꺾인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지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다이어트의 실패 요인은 바로 좌절이며 그 중심에 무리한 계획 및 시도가 있다. 하루에 2시간씩 걷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엄동설한 고난의 행군을 얼마나 지속하겠는가. 지속이 어려운 비일상적 행위를 하지 말 것을 필자는 일관성 있게 강조해왔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금주와 오후 7시 이후의 금식을 실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평생 지속이 가능한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다면 필자는 이 두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이 술과 야식임은 절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텐텐 프로젝트에 동참하시는 독자께서 반드시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이 있다. 체중은 생각처럼 쉽게 줄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일관성 있게 줄어들지도 않는다. 우리의 몸은 체중의 변화, 특히 증가보다 감량에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체중 감소가 진행됨에 따라 체중 감소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감량 속도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정상적으로 식이와 운동을 병행한 다이어트라면 체중의 증가는 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어제보다 오늘의 체중이 증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음 호에 다이어트 한 달 시점인 아내의 상태와 변화를 중간 점검 차원에서 글로 적어 보고자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