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뛰어넘는 사이라며 유혹…목사 부자 측, 이단·꽃뱀 매도 협박도

인천 S교회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들이 6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인천 S교회 ‘그루밍(Grooming)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김모 목사와 아들의 성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부친 담임목사에 대한 사임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브릿지임팩트 정혜민 목사와 예하운선교회 김디모데 목사는 지난 6일 피해자 4명과 함께한 한국기독교회관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저희는 수년간 그루밍 성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했다. 저희처럼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 사역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직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S교회 주일공식 예배 시간인 11시에 모든 성도들 앞에서 피해자들이 작성한 사과문을 읽으며 공개사과하고 목사직을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피해자들에게 금전적·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피해자측의 주장에 의하면 인천 S교회 담임목사의 아들 김 모 목사는 전도사 시절부터 시작해 지난 10년간 미성년자인 중고등부와 청년부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 그루밍 성폭력은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피해자에게 성적 가해를 하는 것을 뜻한다.

피해자들이 직접 작성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가해자 김 목사는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을 성희롱과 성추행하고 이것도 모자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이 뿐만 아니라 잠시 교회를 다녔던 피해자들의 친구 중에도 상당수의 피해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김 목사는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며 미성년인 피해자들을 길들였고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고 말해 피해자들을 속여 계속적인 성관계를 이어갔다. 나중에 이런식으로 당한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님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4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검은 모자와 옷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한 피해자는 “미성년자일 때 존경하는 목사님이 스킨십을 시도하니까 이상함을 느끼고 사역자가 이런 행동을 해도 되냐고 물으니 성경의 해석이 잘못된 것이라며 혼전순결이 시대적 배경에 의해서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고 털어 놨다.

또 다른 피해자는 김 목사가 “너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 어렸을 때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적이 있어서 성적인 장애가 있는데 너와 만나서 이런 것들이 치유된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피해 사례를 대신 읽은 정 목사는 “너희도 같이 사랑하지 않았느냐는 어른들의 말이 저희를 더욱 힘들게 했다”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전달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1년 간 김 목사 부자를 찾아가 수차례 잘못을 뉘우치고 목사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고 오히려 협박과 회유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목사는 “가장 먼저 나온 얘기는 아이들과 저에게 이단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꽃뱀이라는 말도 듣기도 하고 전혀 상관없는 교단에서 다른 어른들을 통해 연락이 오거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고소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아이들은 믿고 의지하는 사역자가 그렇게 다가왔을 때 거부하기 쉽지 않았고 오랫동안 사랑이라고 믿고 정말 결혼할 사이라고 믿고 비밀을 지킨 것이다. 그런데 가해자 김모 목사는 같은 시기에 여러 아이를 동시다발적으로 만났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이 사실을 덮으려고 했던 합동총회 임원 목사 몇 분과 노회, 교회의 책임도 크다.한국 교회 안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잘못된 성인식이 변화되길 소망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해자 김 목사에게는 지난 10년간 10대 신도 최소 26명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 S교회 김 모 목사 부자를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측은 김 모 목사 부자의 목사직 사임과 공개 사과 그리고 해당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교단 헌법에 성폭력 처벌 규정 명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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