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모텔서 몸 맞대고 논문지도(?)”

▲ 지난 3월 22일 고려대학교에서 대학원의 지도교수가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성희롱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학생들은 성폭력적인 발언도 모자라 고발자로 추측되는 학생들에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는 한편 해당 교수 측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3월 22일 고려대학교에서 대학원의 지도교수가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성희롱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학생들은 성폭력적인 발언도 모자라 고발자로 추측되는 학생들에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는 한편 해당 교수 측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명문사학’이라고 불리는 고려대가 이처럼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건의 전모와 문제점에 대해 알아본다.

상습 성추행에 성폭력 발언은 기본, 가짜 조교 만들어 교비 횡령까지 총체적 난국
양측 “허벅지 더듬는 등 성추행” VS “제자가 성추행범 꽃뱀”엇갈린 주장 팽팽

국내 명문사학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 ‘명문사학’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고려대에서 난잡한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제자를 성추행해 징계처분을 받은 모 교수에 이어 올해 역시 같은 사건이 발생해 학내의 질서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학생만 아니면 어떻게 해볼 텐데…”

고려대학교 대학원의 지도교수가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학내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와 대학원총학생회에 따르면 19일 이같은 내용을 게재한 대자보를 서울 안암 캠퍼스 내에 게시했다. 총학생회는 대자보에서 “지도교수 A씨가 그간 논문 지도 등을 핑계로 여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모텔을 예약하라’고 지시했으며 ‘모텔에서 놀다가자’는 등 성폭력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논문지도 때 술자리 등에서 여학생들의 허벅지와 등 팔을 수시로 더듬고 전공과는 무관한 성적인 내용이 노골적으로 담긴 이메일을 수시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교수가 여학생들에게 ‘어깨를 주물러 보라’, ‘학생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해봤을텐데’,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손을 넣어보고 싶지 않냐’ 등 학생들에게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A교수가 제자들에게 고가의 음식과 선물을 요구했으며 온갖 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며 “최근 학술목적과는 전혀 관계없는 중국 여행에 강제로 참가하게 하고 교수가 자신의 여행 경비를 제자들에게 부담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조교비를 횡령했다”며 “교수의 요구로 가짜 연구조교 서류를 제출해 계좌로 이체 받은 조교비를 현금으로 인출해 다시 교수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총학생회는 “A교수에게 당한 해당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A교수는 논문지도와 심사를 비롯해 생활에서 불이익을 주고 따돌림 시켰다”며 “A교수가 고발자로 추측되고 있는 학생들을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다”고 게재했다.

또한 “피해 학생들이 A교수를 양성평등센터와 교원윤리위원회에 신고했다”며 “절차상 시간이 걸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학교는 즉시 A교수 해임과 변경, 주임교수 직위해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구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교원윤리위원회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원윤리위원회 측은 “교수 인성이 달린 문제로 교수 성격이 나쁘면 신고자를 찾아볼 수 있으며 이런 일까지 학교는 해결해줄 수 없다”며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니 조심해라”고 경고했으며 피해 내용을 신고한 후 2주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A교수는 한 매체와의 만남에서 “중국 여행 당시 여학생들이 성매매를 권유했으나 거절했다”며 가이드 등의 진술이 녹음된 파일을 제시했다. 아울러 “여학생들이 논문 통과가 어려워 질 것 같으니 나를 음해하는 중”이라며 “증거가 전혀 없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냐”며 강조했다. 한편, 26일 서울 안암캠퍼스 민주광장 앞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열었던 기자회견장에는 A 교수의 제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나타나 이날 기자들에게 ‘인면수심(人面獸心) 여제자들, 지도교수에게 비수를 날려’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해당 교수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지는가 하면,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장난을 친 것은 오히려 (신고자 중 한 명인) 여제자였다”고 전했다.

제자 성추행 매년 불거지는 이유

고려대학교에서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고려대 정경대학의 교수가 노래방에서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의혹이 제기돼 고려대 내에서 진상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강의를 중단시키고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진 후 이듬해인 지난해 고려대 내 재임용 심의에서 해당 교수를 탈락시켜 복직이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재임용 거부 취소 결정이 내려져 논란이 됐었다. 또한 지난해 고려대 의대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교에서 가장 무거운 징계인 출교 처분이 내려진 가운데 현재 여학생이 무죄를 주장한 가해 학생의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처럼 고려대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가운데 가해자 뿐만 아니라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학교 측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0년 교수 성추행 사건 당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재임용 거부 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재임용 탈락을 번복해 물의를 빚었으며 성추행 의대생 3명에 대한 출교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학교 측은 오랜 시간동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방학 중 학생들이 나서서 시위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 또한 고려대는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요지부동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는 사고를 은폐하려고 하기보다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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