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요즈음 부쩍 정치인들에 대한 상스러운 욕설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직장에서 점심을 먹을 때나 동창회 등 이런저런 모임에서나 때와 장소의 가림이 없다. 

화살은 주로 여당 정치인들에 집중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야당 정치인을 좋게 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 정권의 출범, 특히 문재인이라는 정치인 브랜드를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바야흐로 한 해를 정리하는 결산시점이다. 브랜드 업계에서도 ‘올해의 브랜드’를 발표하고 있는데 선정 기준의 핵심은 ‘고객감동’이다. 앞으로는 정치인들도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를 기대한다. 정치인은 곧 하나의 중요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소비자로서 정치인 브랜드를 선택(구매)한다. 소비자는 불량품을 과감히 내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등에서 소비자의 불호령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시장의 원리는 정치권 시장에서도 똑같이 작동될 것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정치인 브랜드만이 생존할 수 있다.

국민지향의 국민감동을 실천하는 방법은 멀리에 있지 않다. 2018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감사하기도 하지만 국민이 국회의원을 감사하는 계기도 된다. 국회의원들의 평판이나 자질이 만천하에 드러나기도 한다. 누구는 어이없는 병살타를 쳐서 개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어떤 국회의원은 홈런을 쳐서 국민들을 열광케 한다. 이번 국정감사의 스타는 초선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이다.

언론과 국민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의 판단은 이렇다. 첫째는 용기다. 박의원은 비리 의혹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며 이슈를 선점했다. 관련 이익단체가 거세게 반발했다. “박용진, 벌집을 건드렸다”그는 굴하지 않았다. “내 지지기반은 풀 뿌리 민심입니다. 선거 때 이익단체대신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며 한 표를 호소했습니다. 이익단체가 겁나지 않았습니다.”

박의원의 인터뷰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념이나 진영이 아닌 상식에 따라 정치를 해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순리를 확인시킨 것이다. 국민들의 격려가 뒤따랐다. 박의원의 지금과 같은 정치 철학과 감각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둘째는 브랜딩정신(精神)이다. 브랜딩 정신은 나 스스로를 하나의 브랜드로 생각하여 고객에게 최고의 감동을 제공하는 정신이다. 이는 곧 상식과 순리에 따라 정치를 해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고객은 당연히 ‘국민’이다. 앞으로 국민들의 선택 기준은 더욱더 엄격해질 것이다. 브랜딩 정신이 없는 정치인 브랜드들은 국민들의 선택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 지향이 아닌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당리당략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원전 4~5세기 중국 전국시대에 오기(吳起)라는 장수는 병사 한 명이 다리에 심한 종기가 생겨 고름을 흘리자 서슴없이 입으로 그 고름을 빨았다. 그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대성통곡했다.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오기 장군이 애 아버지 종기도 빨았는데, 그 사람은 전장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다 죽었다”라며 “이번엔 저 애가 언제 어디서 전사할지 모른다”라고 대답했다. ‘종기를 빠는 인자함’이란 뜻의 연저지인(吮疽之仁) 고사다.

정치인에게 21세기의 연저지인은 브랜딩 정신을 갖는 것이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감동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정치인 브랜드야 말로 오기(吳起)장군 그 이상의 진정한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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