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신탁 인수 시가총액 1위 복귀...'채용비리' 조용병 회장 기소 '일진일퇴'

은행장 재직 시절 임원 자녀 등 특혜채용 혐의를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리딩뱅크 탈환을 위한 신한금융그룹(조용병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일 신한금융그룹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신탁 경영권 인수 안건을 통과시키고, 신탁업에 공식적으로 진출했다. 신한지주가 아시아신탁 지분 60%를 1934억원에 사들이고, 나머지 40%는 2022년 이후 매입하는 조건이다. 아시아신탁은 업계 5위의 중견사다. 

그러나 신한의 앞길이 아직 화창한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라는 걸림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은행권 채용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같은 날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을 업무방행, 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것. 조 회장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외부청탁 지원자, 부서장 이상의 자녀들과 함께 남성 직원을 많이 뽑기 위해 채용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권은 이와 관련 신한금융그룹의 향후 행보를 우려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이어 아시아신탁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확장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조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신한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공격경영 통해 시가총액 1위 복귀한 신한금융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달 31일 시가총액 20조1772억원을 기록하며 1년 4개월만에 리딩뱅크의 왕좌를 탈환했다. 지난달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이어 31일 아시아신탁까지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활동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위를 기록한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19조8185억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지주의 성장 원인을 M&A에서 찾고 있다. 지난 9월 생보업계 6위권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신탁업계 5위의 아시아신탁을 잇달아 인수했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3402억원을, 아시아신탁은 2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외국계 자본들의 투자도 신한지주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 9월 신한지주 지분을 6.13%(기존 5.13%)로 늘린데 이어, 세계 3대 사모펀드운용사로 불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KKR은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먼저 사들인 후 보유 지분을 신한지주 주식과 스왑하는 형식으로 신한지주 주식 3.55%를 취득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수한 회사들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이 전격적으로 인수한 아시아신탁과의 협업이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로 부동산의 관리, 임대, 개발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서비스업이 주력이다. 이미 리츠를 통해 부동산투자사업에 뛰어든 신한금융그룹이 아시아신탁을 통해 직접 분양시장에 진출하거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신탁사가 자금을 대는 차입형 신탁시장은 KB부동산신탁(KB금융그룹계열)과 하나자산신탁(하나금융그룹계열)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면서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률도 높아 아시아신탁을 인수한 신한지주가 이 시장에 진출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결국 기소된 은행권 채용비리, 걸림돌 될까

공격적인 M&A를 통해 리딩뱅크 왕좌를 되찾은 신한금융그룹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근심도 많다. 검찰이 지난달 31일 조 회장을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위반 등의 협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외부로부터 들어온 청탁형 지원자, 그룹 내 부서장 이상의 자녀들, 그리고 남성 직원을 더 많이 뽑기 위해 서류전형-면접 과정에서 응시자 131명의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조 회장 외에도 신한은행의 전 인사담당 부행장인 윤모씨와 실무자 2명도 모두 기소했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했다. 거래처로부터 들어온 청탁은 물론, 내부 임직원 자녀에 이르기까지 청탁받은 지원자들의 명단을 특별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성 직원을 더 뽑기 위해 남녀 성비를 3:1로 조정했으며,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명문대 출신들의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채용과정에서 부정합격한 지원자는 모두 154명에 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게다가 검찰 및 금감원의 조사에 대비해 지난해 12월말에는 인사 관련 파일을 모두 폐기한 것은 물론, 관련 데이터가 보관됐던 CD를 송곳으로 훼손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조 회장의 재판이 신한금융그룹의 성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이 나와야 알수 있겠지만, 조 회장이 결국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이 의욕적으로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심사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조 회장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심사 자체를 연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는 있지만, 조 회장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변하고 있다"며 "재판결과에 따라 신한금융그룹 내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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