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철주금의 포스코 주식 압류가능, 美 법원 승인 필요...日 니혼게이자이 "민간소송인 만큼 압류가능성"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린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승소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지리한 소송에서 이겼지만,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배상금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지만, 곧바로 배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판결을 인정해야 배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상책임을 지게 된 신일철주금은 일제시대 당시 일본제철이 전신이다. 일본제철은 태평양전쟁 이후 재벌해체 정책에 따라 4개 회사로 분할됐는데, 이중 야와타제철과 후지제철이 다시 1970년 합병하면서 신일본제철이 출범했다. 야와타제철은 일제시대 당시 일본제철의 존속법인이다. 

이렇게 설립된 신일본제철은 다시 2012년 스미모토금속이 살림을 합쳤다. 바로 이번 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지게된 '신일철주금'이다. 신일철주금은 지난해 철강생산량 기준 세계 3위의 글로벌 철강사로,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순매출액 5조6686억엔(약 57조4038억원), 영업이익 1824억엔(약 1조8485억원)을 기록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외국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원고(피해자) 측은 피고(가해자, 외국기업)의 국내 법인 또는 지사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영토에 있는 경우 국내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기업이 지급을 거부할 경우에는 가압류 등 강제집행절차에도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재판에서 패소해 배상책임이 생긴 신일철주금은 현재 국내에 법인이나 지사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신일철주금이 보유한 국내자산에 대한 압류는 가능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신일철주금이 전향적인 자세로 배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배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일철주금이 국내에서 보유 중인 재산은 정말 없는 것일까. 재계에 따르면 신일철주금은 한국법인이나 지사가 없는 상태다. 소송에 참여한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과거 포스코와 함께 제철소 설립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소송제기 당시만 해도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자산에 변동이 생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의 자산이 없어 해외 자산을 상대로 집행에 나설 경우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먼저 일본 법원으로부터 배상과 관련한 판결을 받아야 한다. 이후 압류에 나설 수 있지만, 일본 정부가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신일철주금은 포스코 주식 3%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식이 한국증권예탁원에 보관됐으면 압류가 가능하지만, 현재 알려진 바로는 압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주식들은 주식예탁증서(DR)로 미국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주식증서에 압류절차를 진행하려면 미국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조계에서는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배상과 관련해서는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일철주금의 결정이 배상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일철주금은 2012년만 해도 한국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동일하게 대법원의 판결을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일본 내에서는 국제법을 근거로 신일철주금의 포스코 주식이 압류 당할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미국에서 보면 민간 대 민간의 소송"이라며 "종전 이후 청구권협정 등의 경위를 중요하지 않게 여겼을 경우 의외로 미국 법원의 압류결정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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