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연화경’은 고려 무신정권 권력자 최우의 발문으로 확인

1240년 간행된 묘법연화경 권 7 절첩본의 표지. 당대 권력자 최우의 발문이 실려있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충남 예산의 천년고찰 수덕사 무이당에 봉안된 소조(塑造)여래좌상 복장에서 12~13세기 고려의 희귀불경 9점이 나왔다. 특히 고려시대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였던 최우(?~1249)가 발문을 쓰고 당시 고려의 국사이신 큰 스님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간행한 진귀한 보물급 불경들로 학계의 관심이 높다. 

31일 불교고문서 연구자이자 문화재위원인 정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2017년 수덕사 무이당의 소조여래좌상의 복장유물을 거두어 조사한 결과 ‘묘범연화경’ ‘대방광불화엄경소’ ‘사아함모초해’ 등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7종의 고려시대 불경들과 발원문, 다라니문 등 총 9종의 희귀 불경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높이 90㎝인 소조불상 안에서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 권79∼81, 권91∼93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다라니 등이 발견됐다. 특히 스님은 대방광불화엄경소에 대해 대각국사 의천이 11세기 후반에 편찬한 대장경 연구 해석서인 ‘교장(敎藏)’ 중 일부이고 “권79, 80은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유일본이며 나머지는 계명대와 화봉문고 소장본과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견된 대방광불화엄경소는 송나라에 들여온 판본으로만 찍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려말-조선초에 이미 자체적으로 인쇄됐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주는 근거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있다.

스님은 “종이 재질과 서지 형식으로 미뤄볼 때 고려시대 후기에서 조선시대 초기에 인출한 것으로 추정되며 목판을 새긴 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찍은 듯하다. 열람 흔적이 없어 인출하고 바로 불상 복장 안에 바로 납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엄경과 금강경 등과 함께 대표적인 불경으로 알려진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 묘법연화경은 권7, 권1, 권4-5, 권3-4 등 총 4점이 확인됐다. 불상에서 나온 것은 총 3종으로 정각 스님은 묘법연화경 권7을 분석한 뒤 “1240년 당대 무신 권력자 최우가 조판을 명령했다는 발문이 있고 여백 3면에 1390년 쓴 묵서가 실렸다. 1377년 이전 혹은 그즈음에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발견된 권 4~5에는 1392년 고려시대 최고의 문인이자 성리학 종주라 불리던 이색의 발문이 실려 있고 이미 충북 단양 구인사에 동일한 판본이 있다. 최우의 발문이 실린 ‘묘법연화경’ 판본들도 삼성문화재단 리움 소장품 등 5건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번에 나온 수덕사 복장 수습본은 푸른 감지로 정교한 표지화를 장식한 고급스런 장정이 눈길을 끈다.

정각 스님은 불상에서 나온 또 다른 책인 ‘사아함모초해(四阿含暮抄解)’ 권5는 소승불교의 경전으로 ‘사아함’의 의의를 분류해 해설했다. 책 말미에 붙은 간기를 통해 1245년 대장도감이란 관청에서 현재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재조대장경으로 찍은 고려시대에 희귀본이다.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은 목판본이 아니라 여말선초에 손으로 베껴 쓴 사경 작품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6세기 중국 양나라 황제 양무제의 불교 참회문인 ‘자비도량참법’을 푸른 감지에 금물로 일일이 써내려간 고려시대말~조선시대초의 사경본이 처음 출현했다는 것이다. 

양무제가 죽어 구렁이로 변한 왕비의 참상을 보며 회개하면서 지었다는 ‘자비도량참법’은 이땅의 왕족과 신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끌어 고려시대~조선초 10여종의 목판본이 나왔지만 사경본은 아직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현재 1장 단간만 남아있는데 39.5×71.2cm크기의 1장을 5면으로 접어 모두 30행에 걸쳐 정갈한 해서체 글씨로 회개문의 일부를 적었다. 

수덕사 소조여래좌상

또한 희귀한 고려 불경들이 몸 안에서 쏟아져 나온 수덕사 무이당 소조여래좌상(높이 90cm)은 구체적인 제작 시기를 적은 기록이 전하지 않는데 스님은 “다라니를 통해 불복장 시기가 1489년 11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때 불상이 처음 조성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15세기 불상을 계승해 1500년부터 1550년 사이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각 스님은 11월3일 열리는 ‘덕숭산 수덕사 본말사의 성보문화재’ 학술대회(충남 홍성 충남도서관 강당)에서 불상 복장유물로 수습된 고려불경들의 세부적인 분석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수덕사 소조삼존불 수종(樹種) 분석과 서산 일락사 금동여래좌상과 당진 성당사 제석천도 연구에 대한 발표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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