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사회에서 교보생명 상장 미루자 풋옵션 시사...FI 보유지분 50% 넘어, 신 회장 경영권 흔들릴 수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교보생명(왼쪽)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최근 신창재(오른쪽)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보생명의 차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상장을 하든가, 아니면 되사가라!"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들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보유 지분을 되팔 권리)를 전격 행사했다. 1조원대 이상의 투자지분을 신 회장에게 당장 사들이라고 요구한 것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된 교보생명 FI들은 최근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신 회장과 교보생명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교보생명의 상장 안건이 이사회에서 무산된데 따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어피너티 등 교보생명 FI들이 풋옵션 행사 방침을 시사하자, 재계에서는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 회장의 지분율이 특수관계인을 합쳐 36.91%(6월말 기준)에 달하지만, FI들이 보유한 지분은 모두 합치면 50%가 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07년 유상증자와 구주매각 과정에서 코세어, SC PE 등에 지분을 매각했으며, 2012년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지분 24%를 어피너티가 주도하는 FI컨소시엄에 매각한 바 있다.

6년 기다린 FI, 상장 미루자 풋옵션 행사 나서

어피너티가 주도하는 FI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말까지 교보생명을 상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신 회장에게 보유 지분을 되 팔수 있는 권리(풋옵션)도 이 때 받았다.

당시 약속했던 기한이 3년이나 지났지만, 교보생명 FI들은 교보생명의 상장 약속을 믿고 기다렸다. 실제 교보생명은 지난 7월27일 이사회를 통해 기업공개(IPO)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NH투자증권과 크레딧스위스(CS)를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교보생명은 돌연 이사회를 통해 상장을 연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다 2021년 도입될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주관사의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상장을 뒤로 미루자고 FI들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FI들은 교보생명의 결정에 반발했다. 출자자들에게 투자금과 이익금을 돌려줘야 하는 FI들로서는 교보생명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FI들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 행사 방침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 vs 경영권 매각, 신 회장의 선택은?

과정이 어찌됐든 FI들이 풋옵션 행사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신 회장은 교보생명을 상장하거나, 경영권이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 회장이 FI들의 풋옵션 행사를 받아들이면 신 회장과 FI들은 각각 증권사와 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정해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평가해 인수하면 된다.

금융권에서는 FI들이 보유한 교보생명의 지분 가치를 1조3000억원+α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2년 5조2000억원대로 기업가치가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2조원 정도 더 늘어난 7조원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FI들의 풋옵션 행사방침이 교보생명의 IPO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 회장이 FI들의 풋옵션을 받으려면 엄청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려면 경영권 지분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신 회장을 압박해 다시 이사회를 열고,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를 재개하려는 압박수단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신 회장이 풋옵션 이행을 거부하고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상장을 위한 자본확충 컨설팅을 받았고, 상장을 위한 주관사까지 선정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연기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FI들은 교보생명이 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압박하는 투자자들을 의식해 상장을 압박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라며 "하지만 풋옵션을 공동으로 행사하면 담합행위 등 법적 이슈가 생길 수 있고, 상장을 고의적으로 회피한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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