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1.2조원 대비 1/4토막...KSDS 비용만 5000억원, 품질경영이 관건

현대자동차가 지난 25일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영업실적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가 최악의 성적표를 제출했다. 

현대차는 25일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영업이익이 28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조2040억원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2017년 3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76%가 급감했다. 수익이 낮아지면서 이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3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2%로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2년 11.6%에 달했던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된 셈이다. 

다만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 늘어나며 24조4337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매출은 줄었지만, 원화강세에 따르면 금융부문과 기타부문에서 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게 된 현대차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8년 만의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은 현대차의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품질 관련 비용에만 5000억원 반영

재계에서는 이번 현대차 실적부진은 막대한 품질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3분기에 리콜과 KSDS(엔진진단 신기술) 장착 등의 품질비용으로 각각 5000억원과 2800억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3분기 판매관리비 중 판매보증 관련 비중은 올해 7530억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KSDS 비용으로 최소 1500억원 이상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이보다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막대한 비용을 들인 KSDS는 예방안전기술과 관련된 현대차의 신기술이다. 엔진의 소리, 진동 등을 모니터링해 상식적이지 않은 이상한 신호를 감지해 고장여부를 진단하는 기술이다. 현대차 측은 "KSDS 기술 개발은 안전문제가 아닌 품질에 대한 선제적인 시장조치"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KSDS 기술을 본격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인 기술을 나눠 반영하지 않고 한번에 반영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 "품질비용에는 기존에 판매된 일부 차종들에 대한 자발적인 KSDS 적용 등 고객 케어를 위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품질경영과 관련된 예방적 투자인 만큼, 향후 품질 관련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기존 제품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비용으로 반영됐으며, 이후 추가적인 비용발생이 없어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이란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신차 출시 반전 기대, 미래 겨냥한 임원인사도 

현대차는 4분기에는 예년과 같은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비용발생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된 3분기와 달리 4분기부터는 새로운 신차 출시를 통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고한 것이다. 현대차 측은 "4분기에는 국내외에서 신차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라며 "신규 SUV를 포함해 제네시스 신차 등이 선보일 계획이어서 수익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는 하반기 중 신규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3세대 플랫폼을 공개할 계획이다.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신차 빅 싸이클을 구축해 수익성 향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3세대 플랫폼 순차로 적용해 부품공용화를 통한 재료비 절감, 파생차종에 대한 투자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주요시장별로 모델을 최적화시켜 불필요한 비용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사이동도 단행했다. 29일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상품·디자인·AI 등에 방점을 찍은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날 인사를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은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며, 신기술 등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고성능사업부장이던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했다. 쉬미에라 부사장은 과거 BMW그룹에서 고성능 브랜드인 M의 북남미 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후, 현재 현대차의 고성능 사업부장을 맡아 'N' 브랜드를 책임지고 있다. 

또한 최고 디자인책임자(CDO)에는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 겸 부사장을 임명했다. 푸조와 폭스바겐에서 근무한 그는 대중적인 차량부터 럭셔리카와 슈퍼카에 이르는 다양한 업무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벤틀리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이상엽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이밖에도 연료전지사업부를 신설해 김세훈 상무를 신임 사업부장으로 임명했으며, 네이버랩스의 김정희 이사를 영입해 AIR랩(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의 총괄로 임명했다. AIR랩은 현대차그룹의 '6대 AI전략과제'를 맡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은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미래기술에 대한 선도적인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적극적인 전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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