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자회사 CEO 추천권' 지주사 이관...임원 경력 5년 규정에 대구은행 임직원들 불만 폭발

DGB금융그룹이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개정하자,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금융사의 지배구조법을 무시한 처사"라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사진=DGB금융그룹 제공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DGB금융그룹이 7개월째 공석인 '대구은행장 추천권'을 놓고 내홍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DGB지주가 자회사에 대한 임원 추천권(은행장 포함)을 갖겠다고 규정을 개정하자, 은행 이사회와 대구은행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과 관련한 규정을 개정했다. 해당 규정은 지주회사가 금융그룹 내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과정을 총괄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전까지는 지주사가 대구은행과 DGB생명을 제외한 자회사의 CEO만 추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체 자회사의 CEO를 지주사가 통활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지주사가 정한 대구은행 자격 요건에서 불거졌다. 당초 '금융회사 경력 20년 이상'이던 규정이 이번 개정을 통해 '금융권 임원 경력 5년'으로 변경된 것. 

DGB지주는 이와 관련 "주요 금융그룹들이 운영 중인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를 염두에 두고, 이번 개정을 진행했다"면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통해 돌려막기식으로 이뤄졌던 DGB금융그룹의 인선도 과거와 달리 선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 이사회와 노동조합은 이번 DGB지주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선안을 통해 김태오 회장이 외부인사를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특히 대구은행 내 현 임원진 중 DGB지주가 개정한 내용인 '금융권 임원 경력 5년 이상'에 해당되는 이가 없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대구은행 임원진 중 가장 긴 경력을 가진 박명흠 행장 직무대행도 올해가 지나야만 4년경력이 인정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의 반발은 당연히 거셀 수밖에 없다. 대구은행 이사회 측 관계자는 "지주사가 은행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해도 결국 지주사가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결정하게 돼 법률에서 보장된 은행 임원추천위원회의 권한이 무력화된다"면서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어긋날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반발은 더 거세다. 대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김태오 회장이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1인 권력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지방은행을 보유한 다른 금융그룹을 살펴봐도 일정기간 임원을 지내야 은행장이 될 수 있는 요건을 명문화한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DGB금융그룹의 내홍과 관련해 '학맥다툼'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북고 출신들과 대구상고·영남대 출신들이 DGB금융그룹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 경북고를 졸업한 김 회장은 지난 7월 실시한 '인적 쇄신' 과정에서 11명의 임원을 퇴임시켰는데, 그 중 9명이 대구상고 또는 영남대 출신이었다. 대구상고와 영남대 라인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박인규 전 회장이 거론된다. 

반면 대구은행을 살펴보면 이사회 멤버 중 상당수가 박 전 회장과 같은 대구상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경룡 전 DGB금융 부사장과 박명흠 현 은행장 직무대행이 모두 영남대 출신이다. 

금융권에서는 DGB금융그룹의 이 같은 내홍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박 은행장 대행의 임기가 올해 말까지란 점도 부담이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갈등이 지속되면 그만큼 경영공백은 물론 영업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DGB지주는 일단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측에게 충분한 설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행장추천권은 지주에서 갖게 되지만, 임원 경력 5년 이상 규정은 추후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은행 이사회와 노조측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논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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