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신설 경전철 하청업체 단가 후려쳐 공정위 제재...과징금 내고도 9억 이득(?)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이신설 경전철.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 현대로템이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로 남는 장사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지만, 후려친 총 단가의 1/3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경제검찰 공정위도 늑장조사로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데 한 몫했다. 원청 갑(甲)질에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 것이다.

26일 공정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최근 우이신설 경전철 건설공사 불공정 하도급으로 향후 재발방지명령과 과징금 4억1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현대로템이 지난 2014년 11월 말 우이신설 경전철 건설공사 중 2공구와 3공구 기계설비공사 하도급계약을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된 과정에서 수급사업자의 낙찰금액을 부당하게 삭감한 것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 사업 공사 규모는 83억원 규모로, 현대로템은 자신이 도급받은 금액의 약 72% 수준에서 목표가격을 정한 후 최저 입찰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높다는 이유로 3회에 걸친 입찰을 모두 유찰시켰다. 목표 가격은 59억7500만원. 그 후 가장 낮은 금액을 투찰한 2개 사업자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것을 요청해 목표가보다 낮아진 금액으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를 한 것이다.

이를 수주한 업체는 중소기업 성민산업개발이다. 성민산업개발은 현대로템으로부터 59억원에 울며겨자먹기로 따냈다. 당초 계약 금액인 72억원보다 13억원이 빠졌다. 이는 매출 150억 내외 중소기업 입장에서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2016년 8월 부도가 났다. 성민산업개발은 그해 9월 하도급분쟁위원회에 대금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관련사안은 지난해 5월 공정위 부산사무소로 이관됐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현대로템의 이 같은 행위를 경쟁 입찰에 의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무려 1년 5개월만이다. 그 사이 우이신설 경전철은 개통됐지만, 현대로템 협력업체는 이미 부도가 난 상황이다. 공정위의 빠른 사건 처리가 아쉬운 부분이다. 우이신설 경전철은 서울 동북부지역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해 동대문구 신설동역에서 북한산 우이역까지를 연결하는 경전철로 지난해 9월 개통됐다.

우이신설 도시철도 노선도. 사진=뉴시스

공정위 늑장조사 덕(?)에 웃는 것은 현대로템이다. 후려친 총 하도급 대금 13억원 중 과태료를 내고도 8억9900만원을 남겼다. 이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2배를 넘는다. 공정위 과징금은 후려친 단가의 1/3 가량이다. 현대로템 입장에선 경제검찰 제재로 사실상 손해 볼 것이 없다.

하지만 스스로의 다짐을 어겼다는 점에선 뼈아프다. 현대로템은 2011년 3월 현대차그룹이 마련한 공정위와 동반성장협약식에 참석해 동반성장을 다짐한 바 있다. 부품 협력사들과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실질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해 협력사들의 지속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사는 이민호 현대로템 사장과 현대차를 비롯한 그룹 주요 5개 계열사 대표들이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 측은 아직까지 공정위 전원위 의결서를 전달받지 못한 상태다.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협약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엔 묵묵부답이다.

공정위 역시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접수순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사건 처리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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