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박근혜와 굿바이?

▲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당은 감정적 보복적 공천을 하지 말고 투명,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 4·11총선 공천에서 자신의 계파가 전멸한데 대해 박근혜 비상대책위 위원장에게 공식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친이계에 대한 대량 공천탈락에 대해 친박계의 ‘공천보복’과 ‘친이계 죽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에대한 이재오 의원의 즉각적인 반발을 두고 분당과 함께 제3신당 창당을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관측 배경에는 같은 친이계 인사라도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의원쪽 계파 의원들이 다수 공천을 확정지은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어서 더욱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줄줄이 공천탈락한 친이계 의원들이 집단반발로 친이계 연대를 조직할 가능성도 가시화되고 있다. 친이계 쪽 공천 탈락자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탈당 후 무소속 연대 출마, 국민생각 등 제3당 합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측근 잇단 탈락에 이재오 “보복공천 말라” 반발

지난 2일 새누리당 2차 공천자 발표에서 이재오 직계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과 권택기 의원이 공천자 명단에서 줄줄이 낙방하며 당 안팎으로 보복공천설이 나돌았다.

여기에 이재오계 원내 수석부대표를 지낸 이군현 의원(경남 통영.고성) 의원은 일단 살아남았지만 김명주 전 의원, 강석우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국장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측근 권택기.유정연.진성호 줄줄이 탈락
박근혜 향해 “보복공천말라” 선전포고

또 부산권의 대표적인 이재로 라인인 안경률(부산 해운대.기장을) 의원은 발표가 미뤄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박형준(부산 수영구) 전 청와대 수석 역시 18대 때 ‘친박 무소속’으로 자신을 이겼던 유재중 의원과의 한판 경선이 예상돼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전체적으로 친이계의 머리인 이재오·정몽준 의원만 남겨둔채 모조리 탈락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재오 라인은 계파 좌장인 이 의원만이 공천명단에 이름을 올려 그 심각성이 더한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측근들의 공천탈락이 발표되는 가운데 이재오 의원의 무거운 침묵은 며칠간 계속 됐다. 이후 이 의원은 이후 지난 8일 여의도 국회 정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 공천 과정과 관련, 작심한 듯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감정적·보복적 공천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정면조준한 발언으로 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은 당이 불공정 공천을 할 경우 4월 총선에 표로써 당에 되돌려 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이 의원은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대 속에서도 서울 은평을에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측근인 권택기, 유정연, 진성호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신지호, 진수희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공천지역으로 묶이는 등 수족이 잘려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그는 작심한 듯 기자회견을 통해 “시스템 공천은 계파와 친소관계에 따른 공천, 당내 반대진영 제거를 위한 공천이 아닐 것”이라며 지도부를 겨냥했다.

▲ 이재오 기자회견
이어 “현역의원 25% 컷오프 조항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있다면 최소한 탈락자들에게는 조사결과를 열람시켜 주거나 공개해야 한다”며 공천자료 공개를 촉구했다.이 의원은 특히 제나라 재상 관중의 말을 인용해 “현명한 군주는 어떤 사람도 싫어하지 않고 물리치지 않았기에 수많은 대중을 이끌 수 있었다고 한다”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압박했다.

그는 “박 위원장은 낙천자도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며 “이 말은 낙천자들이 승복할 수 있을 때만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기자회견과 관련, 박 비대위원장을 향한 친이계의 선전포고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친이계·반박계 의원 줄탈당 공조조짐…‘내우외환’ 박근혜

새누리당은 현재 공천에 반발하는 비박(非朴)·반박(反朴)세력이 탈당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오 라인을 포함한 친이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합종연횡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미 친이계 핵심인 안상수 전 대표가 지역구(경기 과천ㆍ의왕)가 전략지역이 되면서 공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반발에 나섰다. 안 전 대표를 보좌했던 주요 당직자들도 총선 출마의 길이 막힌 상태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비례대표 원희목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 배제’로 서울 강남을 출마를 접었고, 대변인으로 활동한 여성 비례대표 배은희 의원은 용산 공천을 노렸으나, 진영 의원에게 밀렸다.사정이 이렇자 반박·비박 세력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

여권 원로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최근 ‘국민생각’의 박세일 대표와 함께 반박·비박 세력, 민주당 구민주계 등을 규합해 새로운 중도·보수정당 창당을 추진 중이다.김 의장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도 “여러 세력이 연대한 중도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을 만들어보자”고 권유했다. 또 안상수 전 대표, 정의화·원희룡 의원,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등과도 접촉을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자유선진당 측과도 연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장과,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동교동계의 한광옥 상임고문이 모두 지난해부터 김 의장과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를 가져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친이계의원들 조직적 연대 움직임
 합종연횡 反박근혜 전선 구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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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박(非朴)·반박(反朴)세력 
 탈당등 집단행동 조짐에 ‘내우외환’

오랜기간 침묵을 지켜온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도 8일 작심한 듯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날 동료 친이계 의원들에 대한 공천 번복을 요구하지도, 탈당을 시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친이계의 탈락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이 의원이 탈당을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원로인 박찬종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재오 동지, 민주화투쟁으로 10년의 감옥을 살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친이계 좌장으로서 박근혜 위원장의 ‘공천의 은혜를 입은 것이 오히려 화(禍)를 부르고 있다”는 글을 올려 결단을 촉구했다.

친이계인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도 이날 “한풀이 보복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며 탈당을 선언했고, 정몽준계인 전여옥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 비대위원장은) 정체성이 없어요. 대통령 병 환자입니다”고 말했다.

친이계 인사들은 새누리당에서 20~30명이 탈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도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높다고 공공연히 말을 하고 있다. 이번 공천결과에 불만을 품은 친이계의 이탈이 현실화되면 이번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는 다시 안개 속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당장 이재오 의원의 반발이 표출됐고, 당내 대권 잠룡 가운데 한 명인 정몽준 의원도 트위터와 홈페이지 글을 통해 이번 공천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공천위원인 권영세 사무총장은 “공천위의 결정엔 사적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 공천심사엔 객관적인 자료만 활용됐고 계파에 대한 배려나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성난 친이계를 무마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총선 공천을 둘러싼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연되면 야당에 유리한 국면을 제공할수 있다는 내부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공천 후유증으로 인한 갈등의 정점 한가운데 친이계의 좌장이라는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재오 의원이 버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이계 이재오 의원 대 박근혜 의원간 자존심 싸움으로 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신경전에 여의도가 숨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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