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게임이용 망치는 불법 프로그램에 이용자 급감
펍지, 뒤늦은 이용약관·운영정책 변경…'머신 밴' 효용 논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게임국제전시회 '지스타2017'에 참석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부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글로벌 인기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불법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용자가 급감하고 있다. 제조사인 펍지가 뒤늦게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국내 게임 개발사가 직접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다. 스팀 역사상 최초로 동시접속자수 300만명을 돌파했으며, 국내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지난해 기준 누적 판매액 5000억원, 기업가치 5조원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수가 꾸준히 감소하면서 최근 동시접속자수는 1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PC방 점유율에서도 1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절반 수준으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락 요인으로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게임 내 이 같은 불법 프로그램이 만연해지면서 정상적인 게임 이용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금지하고 막아야 할 펍지의 소극적인 대응이 이 같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펍지는 그동안 불법 프로그램 사용하다 적발되는 이용자에게는 게임 이용을 영구 정지해왔지만,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수가 워낙 많고 이들을 적발하는 게 쉽지 않다보니 정상적 이용자들이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펍지가 불법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근절 의지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지난 18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배틀그라운드와 서든어택에서 게임 조작 프로그램을 판매해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이모씨(24) 등 4명과 공범 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게임 이용자 8700여명으로부터 6억4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판매한 불법 프로그램은 상대가 숨어있는 곳을 투시해 자동 조준과 공격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즉 벽 너머에 숨어있는 상대방 이용자를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펍지는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이용약관과 운영정책을 변경했다. 이에 따르면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영구 이용 정지뿐만 아니라 해당 하드웨어를 통한 게임 접속까지 차단하는 ‘머신 밴’을 도입한다.

머신 밴은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용자의 하드웨어 정보를 수집해 해당 하드웨어를 통해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컴퓨터 기기에서 접속해야 한다.

펍지는 이밖에 게임 내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거나 공정한 플레이를 저해하는 오토 마우스 또는 매크로 마우스 등 비인가 하드웨어 사용도 금지한다. 이 같은 변경사항은 다음 달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펍지의 대응이 진작에 나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때를 놓쳐 떠나갈 사람은 모두 떠나고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불법 프로그램 사용 논란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라는 것이다.

한 게임 이용자는 “정식 서비스 출시 전부터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을 근절해달라는 민원이 계속해서 있었지만 출시 이후에도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면서 “지금에 와서 내놓은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 역시 “머신 밴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불법 프로그램 사용을 완벽히 근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진작에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더라면 게임 이용자들의 이탈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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