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후폭풍에 따이공 규제로 성장정체...조직개편과 글로벌전략으로 정면승부

서경배 회장(오른쪽)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최근 대대적인 인력·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선다. 

22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예고했다. 특히 사내 인사이동 지원제도인 '커리어마켓' 공고가 등장했는데, 무려 세자릿수였다. 인사이동 대상자가 수백명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반기 직원 현황은 5837명(기간제 근로자 포함시 6175명)이다. 무려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 이번 인사이동을 통해 부서재배치를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최근 실적이 부진해지자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HAD) 논란 이후 중국 관광객의 감소와 더불어 중국 정부가 최근 따이공(보따리상인) 규제에 나서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눈에 띄게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된 아모레퍼시픽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부진은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가가 최근 3개월 새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서다. 실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그룹 내 지분가치는 3개월 만에 크게 하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4444만620주와 아모레퍼시픽우선주 104만2240주, 그리고 아모레퍼시픽 626만4450주를 보유 중이다. 이 지분의 가치는 3개월 전인 8월만 해도 7조원을 상회했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4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단 3개월 사이에 2조원 이상의 가치가 사리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중국 정부의 규제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 악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따리상인으로 불리는 '따이공' 규제에 나서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지난주 14% 가까이 하락하는 등 중국정부의 규제방침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랜차이즈가맹점인 '아리따움'의 매출 역시 줄어들고 있다. 기업경영성과평가업체인 CEO스코어가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리따움의 지난해 연평균 매출액은 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아리따움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액은 2015년 6억원을 넘어선 후 2016년 5억9720만원에 달했지만, 단 1년 새 무려 1억원이 줄어들었다. 

주목할 대목은 아리따움의 매출액 하락과 함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리미엄 제품군인 마몽드, 아이오페, 라네즈 등의 실적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프리미엄 제품군의 매출액은 2016년 1조132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8856억원으로 줄었다. 고가 제품군인 설화수와 헤라 등도 연평균 매출액도 16% 이상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 가맹점 수도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신규 가맹점 수는 3%로 2016년 6.1%보다 3%p 이상 하락했다. 

디지털·글로벌 전략으로 정면돌파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뷰티그룹으로의 성장을 위한 리빌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사적 규모의 인사이동과 조직개편, 그리고 글로벌 전략을 통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를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디지털 조직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맡아왔던 박종만 상무의 '디지털전략유닛'을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전략유닛에는 아모레퍼시픽의 공식 온라인몰을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되며, 외부 브랜드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졋다. 

글로벌 전략으로는 면세사업 강화가 눈에 띈다. 현재 글로벌 업무는 각각의 브랜드와 해외법인이 담당하는 구조인데, 이를 총괄하는 부서를 신설할 것으로 알려졋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해외매출액은 상반기 기준 9776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내 매출액의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대규모 조직개편에 대한 반발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개편과정에서 기존 유통채널을 담당했던 직원들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현재 조직개편 방향이나 실제 이동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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