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호 화백 작품, 22일부터 ‘세조’ 테마전 개최

세조 어진 초본, 김은호, 1935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으로 조카 단종에게 왕위를 찬탈했으나 ‘경국대전’을 편찬하는 등 조선 초기 국가기틀을 잡은 조선 제7대 왕 세조의 초상화가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0월22일부터 2019년 1월13일까지 지하층 궁중서화실에서 테마전 ‘세조’를 통해 2016년 국내 경매에 순종 어진(御眞·임금 초상화)을 그린 화가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 작품이 대거 출품됐을 당시 구입한 ‘세조 어진 초본’을 처음 공개한다. 

이밖에 ‘세종의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 ‘세조의 왕위 찬탈과 단종 복위 사건의 그늘’ ‘세조의 통치와 업적’ ‘세조의 불교 후원’ ‘세조 어진의 전승 내력과 세조 어진 초본’ ‘나라를 다시 세운 왕으로 숭배된 세조’ ‘세조의 왕릉, 광릉’ 등 주제 7가지로 유물 30여점과 사진, 영상을 통해 조선 초 격동의 시대를 만든 수양대군 세조를 소개한다. 

특히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세조 어진 초본’은 1935년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제국 황족 의전과 황족 관련 사무를 담당한 이왕직(李王職)의 의뢰를 받은 화가 김은호가 조수 장운봉과 함께 1735년에 제작한 세조 어진 모사본을 다시 옮겨 그린 초본이다. 

당시 김은호는 초본 외에 채색본인 정본(正本)도 만들었으나 6.25동란시절 부산국악원 창고로 옮겨 보관된 조선 시대 어진 대다수가 1954년 12월 용두산 화재로 소실되면서 이 초본은 세조의 모습을 알려주는 유일한 자료다. 

이밖에도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에 형인 문종 지시로 육지에서 전투의 진을 짜는 방법을 모아 편찬한 책 진법(陳法), 세조 10년(1464)에 불교 서적 ‘선종영가집’(禪宗永嘉集)을 번역해 펴낸 ‘선종영가집언해’도 선보인다.

세조 어진에 대한 보수·모사 작업의 내용을 기록한 등록 자료도 소개하는데 세조 사후 광릉 옆에 어진을 모신 전각인 봉선전에 세조 어진이 봉안된 덕분에 조선시대 최고의 환란인 임진왜란과 두 차례 호란에서 태조 어진과 함께 극적으로 보존돼 일제강점기까지 전승된 내력을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체험과 강연도 마련했다. 전시실에 설치한 화면 속 ‘세조 어진 초본’에 색을 입히는 영상 체험, 세조 초본 따라 그리기 등 어진 제작에 참여해보는 체험 행사, 세조를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특별전 기간 테마전시와 연계한 강연이 열린다. 

박물관 관계자는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활쏘기와 말타기에 독보적 재능을 보인 수양대군 시절부터 잔혹한 왕위 찬탈과 왕좌에 오른 뒤 이룩한 업적과 사후 후대 인물들의 숭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세조의 생애와 정치·문화적 업적과 관련된 유물도 조명하고자 한다. 피의 군주라 불리나 왕좌에 오른 뒤 이룬 업적과 그의 사후 왕릉 묘호(廟號)에서 알 수 있는 ‘나라를 다시 세운 왕’에서 알 수 있듯이 치적 군주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는 세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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