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윗선 논란

▲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관련 재수사를 받기 위해 지난 3월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자신을 회유하려고 5천만 원을 건냈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을 수사중인 검찰이 폭로 당사자인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를 끝마쳤다. 지난 2010년 7월 당시 검찰 수사가 총리실 사찰의 진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뒀다면,
2년만의 재수사는 사찰 혐의보다는 증거인멸 혐의에 수사력이 집중된다고 볼 수 있다. 재수사는 이전의 부실수사 혹은 실패한 수사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삼수(三修)’를 피하기 위해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다음 소환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청와대의 증거인멸 개입 혹은 지시, ‘입막음용’ 자금전달을 기획·지시한 인물, ‘입막음용’ 자금 출처 및 규모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민간인 사찰 지시는 부인하면서도, 사찰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지시는 인정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증거인멸 함구 대가로 자금을 건넨 인물로 누구를 수사선상에 올려놓는지가 관건이다. 경우에 따라선 자금을 건넨 인물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윗선’과 겹칠 수도 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지난 3월 20일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한 내가 ‘몸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와대와 저는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총리실내 공직윤리지원관실 자료 삭제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용어는 현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고 정치공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는 KB한마음 대표의 개인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공기업 자회사 임원으로 오인해 우발적으로 빚어진 사건”이라며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업무미숙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청와대와 제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 후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준 사실은 인정했으나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그는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준 것은 사실이나 선의로 준 것일 뿐 입막음용이 아니다”며 “장 전 주무관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선의의 목적으로 건낸 것이고 최근에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자료삭제 지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불법자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그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어떤 자료가 저장돼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며 “국가의 중요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악의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자 제 책임하에 자료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존재했던 국무총리실내 조사심의관실의 명칭을 바꾼 조직일 뿐”이라며 “노무현 정부도 모든 자료를 디가우징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철저히 삭제했다”고 강조했다.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설도 부인했다.

그는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단 한푼도 상납 받은 적이 없다”며 “민주통합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280만원 청와대 상납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민주통합당이 국면을 전환하고 총선과 대선에 이용하고자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며 한명숙 대표와 박영선 의원에게 생방송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 전 비서관은 따라나온 기자들이 “오늘 왜 나왔냐”고 묻자 “진실을 밝히러 나왔다”고 짧게 말했다.이어 “왜 일문일답을 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냐”라는 질문에는 “다음에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퉁명스럽게 답변을 내놨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기자회견을) 시킨 것이냐”라는 질문에 말 없이 손사래를 쳤다.

이어 기자들이 “그럼 청와대에 시킨 것 맞다는 이야기냐”라고 되묻자 “아니라고”라고 소리를 친 후 자리를 떠났다.한편 이 전 비서관은 장진수 전 주무관으로부터 2010년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윗선으로 지목됐다.장 전 주무관은 최근 이 전 비서관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을 지시했고 이후 자신의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용’으로 2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영호 “내가 ‘몸통’” 靑 개입 부정…野 “가짜 몸통이 진짜 행세”
장진수 측 “이영호 주장 ‘소가 웃을일’…검찰 자금흐름 추적 박차”

이 전 비서관은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최근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그를 출국금지 조치했다.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 고용노사비서관에 발탁됐다. 현 정권 실세인 ‘영포라인’(이명박 대통령 고향인 영덕·포항 출신) 계열 인사로 꼽힌다

장진수 측 “이영호가 몸통? 소가 웃을 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관련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형사3부장검사)은 20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수사팀은 이날 장 전 주무관을 상대로 청와대나 총리실로부터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증거인멸에 간여한 인물과 증거인멸 방법 등을 조사했다.또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 사실을 함구하는 대가로 금품을 건네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하고, 장 전 주무관에게 금품을 건넨 사람 또는 기관, 금품전달 경위 등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아울러 장 전 주무관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의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사건 관련자들의 통화내역을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장 전 주무관은 전날 검찰에 진술서를 제출하지 않는 대신, 이날 폭로관련 녹취파일과 증거인멸을 입증할만한 자료 등을 정리해 검찰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측은 20일 자신이 ‘이번 사건의 몸통’이라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언급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다.장 전 주무관의 검찰 조사에 입회한 이재화 변호사는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궤변도 그런 궤변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 “검찰이 실체를 밝히려고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장 전 주무관은 이 전 비서관이 “2000만원은 선의로 준 것”이라고 한데 대해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조사에서 알고 있는대로 최대한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 2010년 7월7일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민간인 사찰을 맡은 점검1팀과 진경락 지원과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애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주장했다.

또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측으로부터 지난해 8월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건네받고 반납한 사실과 2009년 8월부터 2년간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를 매월 280만원씩 청와대에 상납한 사실도 폭로했다.지난해 4월에는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후임인 류충렬 당시 공직복무관리관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으며, 2010년 8월 이후 고용노동부 간부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뒤 1500만원을 변호사 보수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최 전 행정관에게 전달했다.

결국 장 전 주무관이 증거인멸 ‘입막음’ 대가로 수수한 돈은 총 1억1000만원이며 이 중 6500만원을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돌려준 셈이다. 장 전 주무관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그동안 순차적으로 공개한 폭로물의 사실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와 관련, “사찰 기록이 담긴 컴퓨터를 망치로 부숴도 좋고 한강물에 버리는 것도 좋다.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다”는 녹취록과 동일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캐쉬(현금)를 주겠다. 현대차 또는 포스코에 취직시켜 주겠다. 검찰에 말해 벌금형을 받게 해 주겠다” 등의 증거인멸 회유 사실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장 주무관이 언론을 통해 폭로한 내용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제한을 두지 않고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장 전 주무관에 대해선 사법처리 방침을 세우지 않고 있으며, 방대한 조사분량을 감안해 이튿날인 21일 장 전 조사관을 재소환 한다. 이후 장 전 주무관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녹취록에서 증거인멸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5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장진수 주무관 녹취록을 공개 청와대 행정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축소와 증거 인멸에 관여한 진상관련해 박영선 최고위원과 이재화 변호사가 검찰은 즉각 재수사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인규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직급 등에 상관없이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차례대로 불러들일 방침이다. 필요에 따라 장 전 주무관과의 대질신문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검찰 관계자는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등장한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들의 소환일정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장 전 주무관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검찰청사에 담담한 표정으로 들어선 뒤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를 폭로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진실을 밝혀야하기 때문”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를 맡은 이재화 변호사(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진상조사특별위원)는 “장 전 주무관이 생각을 보태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진실 그대로 진술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의지가 확인되면 적극 협조하겠지만 ‘꼬리자르기’식의 수사를 한다면 협력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野 “민간인 불법사찰 진짜 몸통은 청와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한 몸통임을 인정한 가운데 야당이 지시를 내린 주체는 청와대를 지목하며 공세를 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3월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어제 이용호 전 비서관이 느닷없이 기자회견 열고 호통을 치면서 ‘내가 몸통이다, 나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했는데 국민을 바보로 알아도 유분수”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가짜 몸통이 진짜 몸통 행세를 한다면 누가 믿겠나”라며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네진 것으로)드러난 돈만 1억원이 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상을 밝히고 용서를 빌어야한다”며 “침묵하는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침묵의 동조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지원 최고위원도 “이영호씨가 내가 몸통이라 외치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진짜 몸통은 박영준, 형님(이상득)으로 이어지는 영포라인과 청와대”라고 말했다.이어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며 “이제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 청와대가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차례“라고 이명박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아울러 박 비대위원장을 향해 “박 비대위원장도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침묵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제발 입을 좀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통합진보당도 논평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입막음용으로 준 5000만원은 국세청 간부가 마련한 돈이고 청와대에서만 1억1000만원이 전달됐다고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인사가 검찰수사를 무마했다면 대형 권력형게이트가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도 이 전 비서관을 향해 “본인이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해보겠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이는 오히려 몸통이 따로 있음을 드러내는 일일 뿐”이라며 “이 전 비서관은 몸통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아니라 몸통을 감싸는 깃털”이라고 비난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