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마약 조직원 8명 검거…나사 제조기에 필로폰 112㎏ 숨겨 부산항 반입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15일 오전 나사제조기 속에 필로폰 90kg분량(압수한 필로폰은 3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세로 약 3000억원 규모)을 숨겨 밀반입한 대만과 일본, 한국 3개 마약 조직원 일당 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나사제조기 속에 필로폰 112㎏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시킨 국내외 마약 조직 일당이 경찰에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이 마약밀수를 적발하면서 압수한 3000억원대 필로폰은 한국 수사기관이 압수한 필로폰 중 역대 최대 규모다.

15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대만 마약조직원 장모(25)씨 등 3명과 일본 마약조직원정모(32)씨 등 2명, 한국 마약조직원 이모(63)씨를 포함한 국내외 마약조직원 총 6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마약조직에 속한 한국인 김모(43·여)씨와 정모(36·여)씨 등 두 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이 한국에 밀반입한 필로폰의 양은 112㎏으로 수사기관이 적발한 필로폰 중 가장 많은 양이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수사당국이 한해 압수한 필로폰의 통계를 보면 2015년 56㎏, 2016년 28㎏, 2017년 30㎏인 것으로 볼 때 엄청난 규모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수사의 시발점은 국가정보원의 첩보로 시작됐다. 지난 4월 대만의 마약밀매조직이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해 서울 모처에 분산 보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이를 서울지방경찰청과 관세청에 전달해 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한 대만인이 필로폰을 커피숍에 숨겨놨다는 정보를 입수한 국정원은 경찰에 알려 폐쇄회로(CCTV)등을 분석하고 이번에 구속된 장씨를 마약거래 용의자로 지목했다.

또한 장씨가 커피숍을 떠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원룸에 3∼4시간 가량 머문 것을 확인한 경찰은 건물주에게 계약자 명단을 넘겨받아 대만 국적의 임차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 8월 초 부터 국정원에서 필로폰 75㎏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첩보를 넘겨받은 관세청은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대만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대만인이 한국으로 보낸 수입화물을 모니터링한 결과 필로폰을 숨긴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례 5건을 발견했다. 그 중 하나가 장씨가 태국 방콕항에서 부산항으로 부친 나사제조기였다.

대만의 마약밀매조직은 2018년 7월6일부터 8월20일까지 부산항을 통해 필로폰 112㎏(시가 3700억원)를 밀반입해 그 일부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만인 장씨는 대만 마약 조직 총책 A씨(27)로부터 지시를 받고 지난 7월6일 필로폰 112㎏이 숨겨져 있는 나사제조기를 태국 방콕항에서 부산항으로 밀반입했다.

7월 6일 부산에 도착한 필로폰이 숨겨진 나사제조기를 장씨는 같은 달 16일 세관에 신고했으나 항구 세관 당국은 필로폰이 용접을 거쳐 나사제조기 내부에 밀봉돼 있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다. 

장씨는 7월29일부터 8월18일까지 일본 마약조직 총책 병씨와 한국인 마약 총책 이씨(62)가 맺은 필로폰 계약에 따라 세 차례에 나누어 일본 마약 조직원인 한국인 정(47·여)씨 등 5명에게 필로폰 22㎏을 전달했다. 그리고 남은 필로폰 90㎏은 여행용 가방에 보관했다. 장씨는 이들을 통해 일본 마약조직에게 대금 11억원을 지불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 범행에 가담한 해외 마약 조직은 조직원들에게 밀반입·판매·대금전달(회수)·활동비 제공 등의 필요한 역할을 주고 채팅앱을 통해 점조직으로 지시해 조직원들 서로가 정체를 모르도록 했다. 필로폰 거래시에는 상대가 가지고 있는 지폐 일련번호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철저히 신분을 감췄다.

이렇게 커피숍 화장실 변기 안에 필로폰을 숨겨놓은 인물과 나사제조기를 한국으로 들여온 인물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고, 8월26일 대만으로 출국하려는 장씨를 인천공항에서 구속했다.

경찰은 현재 대만·일본·태국 경찰 및 미국 마약단속청(DEA)와의 공조를 통해 대만 마약총책 A씨 등 대만인 2명, 일본 마약총책 병씨 등 일본인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A씨는 대만 폭력 조직의 죽련방의 중간급 간부이고 병씨는 일본 3대 야쿠자인 이나가와카이의 간부급 조직원이며 한국 마약총책 B씨 등 한국인 2명 또한 경찰이 추적 중이다. 

경찰은 “경찰이 외국 마약 조직원들의 범행을 확인하면 국정원과 관세청이 국내외 정보망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 경찰의 수사력과 국정원·관세청의 정보력이 결합한 입체적 공조”였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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