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조 굴리는 KKR 신한금융지주 2대주주로...KKR에 해외대체투자 맡길 듯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14일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잘 알려진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결정하고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잘 알려진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가 신한금융지주의 2대주주가 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와 업무협약서(MOU)를 체결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KKR은 신한금융지주가 지난달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지분 9.9%를 인수한 후, 다시 신한금융지주 주식 3.55%와 맞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대주주로 거듭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KKR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제일동포주주(10%대)들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의 4대주주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 국민연금(9.55%)과 블랙록(6.13%)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재무적투자자인 만큼 사실상 2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신한금융그룹은 KKR과 함께 최대 5조원대 규모의 '신한-KKR PEF'도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그룹 각 계열사를 투자금을 출자하고 KKR이 공동으로 운용을 맡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순이익 비중을 2020년까지 20%대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M&A에도 나서는 등 글로벌금융그룹으로서의 위용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KKR, 차후 신한금융지주 2대주주로 격상

신한금융그룹이 KKR을 전략적 파트너로 유치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금융권에서는 빅뱅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KKR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나섰다고 보고 있어서다. 

신한금융그룹과 KKR의 파트너십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내 4대금융지주 CEO 중 유일하게 참석한 조용병 회장이 KKR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1년간의 물밑 협상을 통해 신한금융그룹과 KKR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됐다.

투자방식을 놓고도 양측은 상당한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KR은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재일동포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상증자 방식은 배제됐다. 

결국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인수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9.9%를 KKR이 먼저 인수하고, 이후 신한금융지주 주식과 스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은 일단 신한금융에 유리한 결정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입장에서는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중 4000억원 정도를 KKR에 넘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주주현황. 그래픽=민주신문

이에 따라 KKR이 신한금융지주의 주요주주가 되는 시점도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되는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KKR이 신한금융지주 지분 3.55%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경우 실질적인 2대주주가 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10% 이상을 보유 중인 최대주주인 재일동포 주주들에 이어 국민연금(9.55%)과 블랙록(6.13%)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국민연금과 블랙록이 단순투자목적으로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인 만큼 적극적인 경영참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01년 BNP파리바를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도약에 나선 바 있다"면서 "당시 BNP파리바가 가졌던 지위를 이번에는 KKR이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KR 손잡은 신한, 글로벌 M&A 나설까

세계 3대 PEF인 KKR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신한금융그룹은 내년부터 '신한-KKR PEF'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KKR과 공동으로 운용한 뒤 일정한 수익률이 넘으면 추가적으로 매년 1조원 단위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신한금융그룹 내 대체투자 자산들의 운용을 KKR에 맡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이런 방식을 통해 KKR의 글로벌 M&A에 공동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2조원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투자활동을 벌이는 KKR과 함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이 KKR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M&A는 물론, 대체투자 부문에서 상당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룹 내 매출액의 상당부분도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KR은 1976년 설립된 사모펀드운용업체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최초로 차입인수(LBO:인수되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 전략을 도입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1680억달러(약 192조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칼라일, 블랙스톤과 함께 세계 3대 PEF로 불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함께 2조3000억원에 오비맥주를 사들인 후 재매각하면서 주목을 받은 후 2015년 티몬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전략을 펴고 있다. 현재 한국계로 알려진 조셉 배 CEO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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