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2)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2013년 7월 개최한 쉐 가스전 프로젝트 준공 기념식. 사진=뉴시스

포스코와의 윈-윈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이후 새로운 CEO로 부임한 이동희 부회장의 첫 손가락에 꼽는 역점사업이 미얀마 가스전의 성공적인 완수였다.

CEO의 지대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모회사인 포스코의 적극적이고 끊임없는 지원에 힘입어 개발공사는 순풍에 돛단 듯이 순조롭게 진행돼 우리 책임 아래 있는 모든 공사를 공기 지연과 투자비 초과없이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가스전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올바른 결정이었음을 입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얀마 가스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 계열사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cash cow 역할을 하게 됐으며, 풍부한 해외사업 경험을 가진 무역 부문의 우수한 인력들이 포스코 해외사업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미얀마 가스전 생산이 개시되고 몇 년 후 대우인터내셔널은 2016년 3월부로 포스코대우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포스코의 우산 아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됨은 물론이고 무역 부문도 철강을 비롯한 여러 해외사업에서 더욱 활기를 띄게 됐다.

포스코그룹 역시 미얀마 가스전 사업으로 인해 그룹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해외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미얀마를 비롯한 중동 등 세계 각국에서 포스코 그룹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져 그야말로 윈-윈이 되고 있다.

황금가스전프로젝트 개발완료

쉐 생산플랫폼 설치는 2012년 12월에 모두 완료됐다. 미야 북부 가스전은 그 전에 이미 4개의 생산정 시추를 끝내고 해저 생산설비를 설치하는 등 생산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쉐 가스전의 생산플랫폼 설치 후 미야 북부가스전의 해저생산설비와 연결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시운전을 한 끝에 드디어 2013년 7월부터 미야 북부가스전으로부터 2억 입방피트의 가스를 생산해 중국으로 가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3년 7월 28일 우냔툰(U Nyan Tun)미얀마 부통령과 정준양 포스코그룹 회장 등 미얀마와 한국의 주요 인사들을 모시고 양곤에서 역사적인 가스전 준공식을 거행했다. 2000년 8월 A-1광구 광권계약을 체결한 후 13년 만에 마침내 가스를 생산하게 됐다. 실로 13년 만에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됐던 것이다.

쉐 가스전의 생산과정과 컨덴세이트 주입정. 사진=저자 제공

쉐 가스전 생산정 시추

쉐 가스전 자체의 가스 생산은 쉐 플랫폼이 설치된 후 시작됐다. 미야 북부가스전의 경우, 별도의 시추선을 용선해 생산정을 시추했으나, 쉐 가스전은 생산플랫폼에서 직접 시추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고, 향후 유정 보수작업을 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판단돼 생산플랫폼에 시추 장비를 설치했다.

생산플랫폼 설치가 완료된 직후부터 쉐 가스전 생산정 시추에 착수했다. 당초에는 쉐 생산정을 11개 공(孔) 시추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초기에 뚫은 중심부 지역 몇 개의 생산정에서 각 시추공 당 예상보다 더 많은 가스가 산출돼 시추공 수를 2개 줄여 9개공을 시추했다.

쉐 생산정에 대한 모든 시추가 2015년 11월 완료됐으며, 이들 결과에 대한 평가가 현재 진행 중이므로 공인인증을 거쳐 매장량이 재평가될 것이다.

또한 쉐 가스전에서는 소량의 컨덴세이트(지하에서는 기체 상태지만 지표에서 액체 상태로 변환되는 초경질유)가 생산되고 있다.

컨덴세이트가 많이 생산되는 가스전에서는 컨덴세이트를 별도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우리 가스전의 경우 생산되는 컨덴세이트의 양이 적어 판매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환경 문제로 대기 중에서 연소시키거나 폐기할 수 없어 지층 속에 다시 주입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쉐 가스전 생산정 외에 컨덴세이트 주입정을 1공 시추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와 동시에 생산되는 액체 상태의 컨덴세이트를 지층 속으로 주입시키고 있다.

2013년 7월부터 2억 입방피트로 출발하여 생산되기 시작한 가스는 쉐 생산정 시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증산돼 2014년 12월 목표로 했던 최대안정생산량(plateau production) 5억 입방피트에 도달했다.

앞으로 20년 이상 일일 5억 입방피트의 가스가 지속적으로 생산돼 그 중 80%는 중국으로 판매되고 20%는 미얀마 내수용으로 판매될 것이다.

헬기에서 내려다 본 쉐 플랫폼. 헬기 날개의 바람에 의해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위). 2013년 7월 쉐 플랫폼 방문한 기자단(아래). 사진=저자 제공

성공적인 마무리

미얀마 가스전의 모든 설비와 생산정 시추가 마무리돼 이제는 생산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현장을 가기 위해서는 양곤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미얀마 서부 해안선을 따라 약 45분을 북쪽으로 가서 짜욱퓨 공항에 내린 다음, 다시 헬리콥터를 타고 약 30분 서북서 방향으로 105킬로미터 가량을 바다 위로 가야한다.

헬기를 타고 인도양을 한참 가다 보면 저 멀리 바다 위에 해상구조물이 나타나는데, 막상 내려서 보면 축구장 크기의 엄청난 5층 구조물을 보고 놀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얀마 서부 해상 인도양에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황금가스전으로부터, 우리나라 기업이 건설한 대형 해상구조물 쉐 생산플랫폼을 통해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탐사에 성공하여 기적적으로 가스를 발견한 것 못지않게 개발 작업에 있어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가 주관한 가스전 생산설비와 해상가스관, 육상 인수기지 건설에 총 30억 달러가 투자됐는데, 이러한 대규모 공사는 예산을 초과하거나 공기가 늦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데 우리 개발팀은 지난 수년간 진행해 온 가스전 개발공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생산정의 시추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당초 승인받은 예산을 전혀 초과하지 않고 예정된 일정대로 모든 작업을 마무리했다.

얼마 전 우리 회사의 경영진이 인도의 국영가스회사(GAIL) 경영진을 만났을 때 GAIL의 회장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GAIL이 그동안 석유개발을 포함한 수많은 프로젝트에 운영권자로서, 때로는 파트너로서 사업에 참여해 왔는데, 대우처럼 탐사는 물론이고 개발공사를 이렇게 완벽하게 수행하는 회사를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미얀마 가스전의 탐사와 개발에 대한 성공 이야기는 <벵골만 13년의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2013년 11월 SBS 창조경제 특집 다큐멘터리로 2회(2부, 3부)에 걸쳐 방영됐으며, 그 후 미얀마 국영방송인 MRTV를 통해 미얀마 전역에도 방영됐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