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배당은 55억, 시설투자는 자산의 1.1%…2001년 민영화 이후 CEO 6명 모두 SK 출신

서울 종로구 종로 26에 소재한 SK 본사 빌딩. 사진=허홍국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대한송유관공사 서울북부저유지 지하 탱크 풍등 화재로 부실 관리감독 책임이 불거지고 있다. 계열사이면서 최대주주로서 안전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한송유관공사가 투자 정유사와 정부 협의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민영화된 이후 CEO 모두 SK 출신이 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고액 배당금은 최대주주로서 받아가고, 안전투자에 대해선 무감각했다.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인근 공사장에서 날아온 풍등 불씨로 경기도 고양시 저유지 지하 탱크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전시설 미비와 허술한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화재가 50미터 간격의 서울북부저유지 시설 사이 잔디밭에서 18분간 지속됐음에도 이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점과 소방대 운영 등의 비상사태 초동 조치를 하지 못한 점이 뭇매를 맞는 중이다.

대한송유관공사는 2001년 정부가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 한화토탈 등 4개 정유사와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중공업, 대한한공 등이 주주로 올랐다. 대주주로는 41% 지분을 보유한 SK이노베이션과 28.6% 가진 GS칼텍스, 9.8% 산업통상자원부와 8.9% S-Oil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지만 공정거래법에 따라 SK그룹 계열사로 분리된다. 엄밀히 보면 SK이노베이션 자회사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안전사고에 대해 최대 투자자의 입장을 강조하며 모 회사로서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근거는 대한송유관공사가 지분구조와 무관하게 송유관운영협의회에서 모든 사항을 결정한다는 것에 있다. 협의회는 회사가 지명하는 1인, 정유사가 지명하는 위원 각 1인, 공익을 대표하는 1인 등으로 구성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입장은 2001년 민영화된 이후 6명의 CEO 모두 SK 출신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실제 올해 1월 선임된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대표는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 출신이다.

여기에 최대주주로서 지난해 배당금은 지분 비율에 따라 55억원을 챙겼다. 지난해 대한송유관공사가 주주사에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135억원으로, 2016년 비해 50% 늘었다. 2016년 배당금 총액은 90억원이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38%다.

소방 관계자 등이 지난 8일 오전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서울북부저유지 지하 탱크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시설투자는 최대주주 배당금의 2배가 채 되지 않은 수준이다. 전체 자산규모로 보면 1% 조금 넘는다. 한국산업조직학회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 시설투자는 매년 약 99억원 가량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대한송유관공사 전체 자산 8952억원의 1.1% 비중이다.

특히 시설투자는 민영화된 이후 대폭 감소했다. 대한송유관공사 시설투자는 민영화 이전 연 평균 880억원 규모였다.

이와 관련 최대주주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라 인정은 하면서도 모 회사로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2001년부터 자회사로 편입됐다”면서도 “안전관리 부분에 대해 최대주주로서 대놓고 나설 수도 관여할 수도 없지만, 현재 내부 시설 현황 파악에 들어갔고, 추후 정유사들과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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