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단체 등 반대 단체 500여명 모여…고성·욕설 범벅 일부는 경찰에 연행

3일 오후 5시경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인근에서 동성애 반대 단체가 도로에 드러누워 성소수자단체의 거리행진을 막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인천광역시 도심 한복판에서 경찰을 사이에 두고 동성애 반대 단체가 성소수자 단체의 거리행진을 저지하면서 양측 간의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졌다. 

이번 충돌은 양측 간의 좁혀지지 않은 성의식 차이와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첨예한 의견대립이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비상위)는 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로데오거리 광장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 규탄 집회’를 열고 지난 9월8일 동인천 북광장에서 예정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반대단체 측과 물리적 충돌로 무산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퀴어문화축제 당시 반대 집회 측의 혐오 표현과 성희롱, 추행, 폭력 및 협박, 모욕, 도촬 등의 불법적인 방해 행위가 자행됐으며 인천지방경찰청은 조직위의 일방적인 양보와 협의를 종용하고 반대측의 혐오범죄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규모 혐오범죄가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데도 경찰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축제 해산을 종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행정관처인 인천 동구청에 대해서도 “비대위가 동인천역 북광장을 축제장으로 쓰기 위해 동구청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안전요원 300명과 주차장 100면이 필요하다며 부당한 편파 조건을 내걸어 승인을 사실상 거절했다. 당일 광장에서 혐오 범죄를 목격했음에도 방조하는 태도로 일관해 폭력사태의 빌미를 제공했고 관할 구역에서 행사 진행 시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비대위의 규탄 집회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 시간 광장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인천기독교총연합회 등 종교단체와 학부모 단체 200여 명이 ‘동성애 반대’, ‘소중한 생명 행복한 가정을 지켜내자’ 등의 손팻말을 흔들며 비대위의 집회를 규탄했다.

반대 단체 측은 애초 30여명 규모로 집회 신고를 했으나 이날 500여명(경찰 추산)이 반대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고하지 않은 마이크와 소형앰프 등 스피커 장치를 사용해 경찰의 제지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면서 경찰과의 마찰도 빚어졌다.

찬반 단체간 양측의 대규모 마찰은 오후 5시 주최 측의 거리행진 도중 벌어졌다. 경찰은 주최 측이 신고한 로데오거리 광장에서 인천시청 미래광장까지 2km 거리행진에서 찬반단체 간 물리적 충돌을 우려 총 2개 대대 15개 중대 등 1500명의 병력을 투입해 도로 곳곳에 인간띠를 만들어 양측을 분리해 집회 질서를 유지하려 했으나 반대 단체의 돌발 행동은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 집회를 방해하는 반대 단체는 행진 구간 도로에 드러눕고 기독교 단체 관계자 1명은 집회 차량인 트럭 밑에 들어가 경찰에 연행되는 등 집회를 적극적으로 저지했다. 또한 양 단체 간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일부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비대위 측 참가자 1명은 반대 집회 참가자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얼굴과 팔에 타박상을 입어 치료를 받기도 했다.

비대위가 목적지인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으로 행진 마무리 집회를 시작하자 기독교 단체 관계자들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맞불 집회를 이어갔고 양 찬반 단체가 서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대립했으나 물리적 충돌 없이 집회는 마무리됐다.  

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일대에서 인천퀴어문화축제 비상대책위원회가 ‘인천퀴어문화축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 규탄집회’를 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이 후 전국으로 확대돼 매년 개최되고 있다. 지난 9월 8일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예정된 동인천 북광장에서 동성애 찬반 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와 집시법 위반혐의 등으로 반대집회 참가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축제를 방해한 기독교 단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의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시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지자체와 경찰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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