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지난 추석 연휴 하루 이틀 전, 명절 덕담이 바쁘게 오고 갔다. 대부분 “즐추하세요~”와 같은 류의 다정한 내용이었는데 돋보이는 예외가 있었다. “정치인들 뒷담화나 깝시다” 정치인에게 무슨 억하심정을 품을 만한 사연이 있구나 생각했다.

뒷담화는 어떤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남을 헐뜯거나 하는 대화, 또는 그 말을 일컫는다. “우리가 상대방의 등 뒤에서 쑥덕대는 말을 그의 면전에 대고 직접 한다면 이 사회는 도저히 유지되질 못할 것이다”, 오노레드발자크의 말이다. 뒷담화는 그만큼 아프다.

실제로 연휴 동안 여러 모임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뒷담화가 활발히(?) 이루어 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필자도 합세하여 침을 튀겼다. 뒷담화 대상은 정치인 모두를 겨냥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갑론을박. “김정은이 서울에 올까?”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시비, 급기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격려가 맞섰다. 경제, 일자리 등등.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쯤 되면 ‘전국민의 정치 평론가’라는 말이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뒷담화는 일종의 평판조회 즉 ‘Reference Check’다. ‘평판은 최고의 소개장’이라는 유태인의 속담이 있는데 평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평판은 또한 인간의 참 모습을 구경하는 좋은 연극이라는 표현도 있다. 기업에서는 이미 평판조회를 인력채용의 필수 과정으로 삼고 있다. 헤드헌팅업계 종사하는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좋은 평판은 평소 ‘나’라는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인 평판관리에서 나온다.

정치인 브랜드는 평판, 즉 뒷담화의 원리가 그 어느 직업인보다 더 냉정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고객)을 향하여 경쟁자와 치열한 가치창조의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 브랜드의 평판은 선거로 평가 받는다.

그렇다면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평소에 잘해, 있을 때 잘해”와 같이 답은 유행가 가사에 담겨있다. 그렇지만 보다 전략적인 방법은 자신의 브랜드에 ‘컨셉(concept)’을 착색하는 일이다. 나만의 컨셉을 갖고 그에 기반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은 난공불락의 성을 쌓는 것이기도 하다. 컨셉은 브랜드에 영혼(靈魂)을 심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한 번 들어 본다. 요즈음 ‘영혼 있는 공무원’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지 않고 영혼 없이 그저 열심히 일만하면 안 된다고 다그친다. 사실 복종의 의무가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 ‘영혼의 공무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 경찰간부가 1인 시위를 벌였다. ‘불법과 타협한 경찰청’이라는 팻말을 들고서 말이다.

1인 시위에 어떤 후속 조치가 따를지는 예측할 수 없다. 상을 줄지 징계를 할지. 그러나 브랜딩 관점으로 보면 결과에 상관없이 그는 이미 승리자다.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분명한 컨셉, 즉 영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브랜드 평판 나아가 뒷담화에서도 당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영혼 있는 정치인’이 되고자 분투노력하는 분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길 희망한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채용에 5분을 들인다면 그 직원이 일으킨 사고 수습에는 5000시간을 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들은 정치인을 채용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잘못된 정치인이 일으킨 사고 수습에는 얼마의 시간을 들여야 할지 아득하다. 앞으로 정치인 채용 절차가 더욱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정치인 브랜드에게 있어서 평판관리의 비책은 멀리에 있지 않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컨셉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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