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1)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위)자켓 제작 완료 후 수송을 위해 선적하는 모습. (아래)자켓을 미얀마 해상에 내린 후 설치 지점으로 이동하는 모습. 물 위에 드러나는 것은 자켓 상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물 아래 있다. 사진=저자 제공

개발단계 진입

운영권자로서 사업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파트너들의 승인이 늦어졌지만 프로젝트를 1년 지연시킬 수는 없었다.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현대중공업에게 낙찰 통보 서신(LOA, Letter of Award)을 10월 중순에 발송해,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지만 일단 조건부로 본 공사의 1차 단계인 상세설계를 시작했고, 정식계약은 모든 승인이 완료된 2010년 2월에 체결했다.

한편, 우리는 미얀마 정부와 체결한 생산물 분배 계약에 따라 ‘상업적 가스전 발견’을 정식으로 선언했고, 이로써 사업은 2009년 11월 1일부로 탐사단계에서 개발단계로 진입하게 됐다. 2000년 8월 광권을 취득하고 그 해 11월 탐사작업을 시작한 이래 9년 만에 개발단계로 진입하게 된 것이며, 쉐 가스전을 최초로 발견한 2004년 1월 기준으로는 거의 6년만이었다.

생산물 분배 계약에 의하면 개발단계에 진입할 경우 미얀마 국영 석유회사인 MOGE가 15%의 지분으로 참여하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발생한 모든 투자비에 대해 15%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이다.

MOGE는 당연히 이 옵션을 행사해 15%의 지분을 가진 파트너가 됐으며, 이에 따라 모든 참여사들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우리 회사의 지분은 당초 60%에서 51%로 감소했다.

가스개발 본공사(EPCIC) - 해상 구조물 제작

쉐 가스전 프로젝트 개발공사는 상세 설계를 거친 후, 201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가장 중요한 시설인 생산플랫폼 탑사이드(topside)는 울산의 현대중공업 야드에서 제작됐다. 탑사이드는 가로 98m, 세로 56m 규모의 5층으로 구성된 무게 2만6000톤의 대규모 시설물로서, 여러 가지 가스처리시설을 비롯해 시추장비, 거주시설 등 가스전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설비다.

생산플랫폼의 기둥 역할을 하는 자켓은 가로 76m, 세로 61m, 높이 128m에 무게가 2만 톤이나 되는 대규모 구조물이다. 중국에서 제작을 끝내고 2012년 4월 미얀마 해상으로 이동해 수심 110m 해상에 설치했다.

자켓 자체의 무게만도 엄청난데 그 위에 2만6000톤이나 되는 탑사이드를 올려야 하고 파도나 조류 심지어 지진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켓은 해저면에 아주 튼튼히 고정돼 있어야 한다. 자켓을 해저면에 설치한 후 자켓의 각 기둥에 4개씩 모두 16개의 지지말뚝을 해저면 아래 110m까지 박아 자켓을 고정시켰다.

자켓 위에 놓일 탑사이드는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2012년 11월에 제작을 완료했다. 제작된 탑사이드를 수송 선박으로 선적하기 위해서는 레일 위에서 약 200m 정도 이동시켜야 하는데, 2만6000톤이나 되는 거대한 구조물을 야드에서 2년간 제작하다 보니 레일 위에 있는 탑사이드 구조물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위)바지선에 실은 2만6000톤 규모의 탑사이드를 float-over 공법으로 자켓에 설치하는 모습. (아래)설치 완료된 탑사이드 내부 모습. 사진에 보이는 것은 1개 층에 불과한데, 탑사이드는 5개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무게는 약 2만6000돈이다. 사진=저자 제공

쉐 생산플랫폼과 해상가스관 설치

며칠 밤을 꼬박 새워 작업한 끝에 간신히 구조물을 선박으로 이동시킨 후 23일간 수송 끝에 마침내 미얀마 해상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수개월 전에 설치돼 있는 자켓 위에 탑사이드를 설치하는 것도 매우 고난도 작업이었다. 대형 탑사이드 해양구조물을 설치할 때 일반적으로 몇 개의 모듈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법을 많이 쓰는데, 우리의 경우는 탑사이드를 한 덩어리로 제작하여 자켓 위에 올리는 float-over 공법을 선택했다.

대형 탑사이드를 실은 바지선이 자켓 기둥 사이로 들어가 기둥에 탑사이드 하부 기둥을 끼워 넣어 탑사이드를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마침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float-over 공법으로 설치된 쉐 생산플랫폼이 2012년 12월 미얀마 해상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한편, 미야 북부가스전은 생산플랫폼을 설치하기 이전에 이미 시추선을 용선해 4개의 생산정 시추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해저에 모든 생산설비와 해상가스관 설치를 완료했다. 미야 북부 가스전으로부터 쉐 생산플랫폼까지는 14인치 직경의 해상가스관이 설치됐으며, 쉐 생산플랫폼으로부터 육지까지는 32인치 직경의 해상가스관이 설치됐다.

육상가스관 건설

미얀마 서부 해안에서 중국 국경까지 가는 육상가스관 건설과 운영을 위해 합작회사가 설립됐다. 중국 CNPC가 50.9% 지분을 가지는 대주주로, 그리고 우리 컨소시엄이 49.1% 지분을 가지는 파트너로 참여했다.

우리 가스전 인근 해안에 있는 짜욱퓨로부터 미얀마-중국 국경까지 793km에 이르는 40인치 직경의 가스관 공사가 진행됐다. 당초에는 송유관만 건설하기로 됐으나, 우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중국으로 판매하게 돼 송유관과 동시에 가스관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중국 측이 LNG 건설보다 가스관 건설 기간이 짧기 때문에 가스 생산을 앞당길 수 있다고 미얀마 정부를 설득해 가스를 중국에 팔게 되었으나, 가스관 건설 공사는 당초 계획보다 느리게 진행됐다.

실제로 우리는 모든 개발공사를 완료하고 2013년 4월부터 가스를 생산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중국 측의 가스관 건설 공사 지연으로 인해 가스 생산은 7월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미얀마 내의 793km에 이르는 가스관 외에도 중국 내의 간선 1726km, 지선 858km 등 총 2584km의 가스관 등 우리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가스 수송을 위해 약 3400km에 이르는 대규모 가스관 건설공사를 수행했다. 이로써 미얀마 해상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신설 가스관을 통해 중국 남해안 광서자치구까지 수송이 가능하게 됐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는 총 50억달러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가스전 발견을 위한 탐사작업과 가스전 개발, 해상가스관과 육상 인수기지 건설 등의 작업은 대우인터내셔널이 51% 지분을 가진 운영권자로서 사업을 주도해 진행했다. 총 30억달러의 투자비가 소요 됐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투자비는 약 15억달러였다.

한편 육상가스관 건설에는 총 20억 달러의 투자비가 소요됐는데, 우리 회사는 25.041%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비는 약 5억달러였다. 따라서 총 투자비 50억 달러의 프로젝트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투자비만 해도 약 20억달러나 되는 실로 대규모 투자였다.

과거 대우그룹 시절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당시 정부 출자회사인 자산관리공사의 통제 아래 있던 종합상사로서는 상당한 자금 부담이 되는 투자비였다.

그동안 자금 조달을 위해 한국의 은행들과 협의를 해 왔으나,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한국의 어느 은행도 선뜻 대출을 해주겠다고 나서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개발은행(CDB)으로부터의 차입을 추진해왔는데, 회사의 재무구조가 좋지 못해 이자율 등 차입 조건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위)육상 가스관 건설공사 현장. 송유관과 가스관 이동시에 건설됐다. (아래)쉐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미얀마와 중국에 약 3400km에 이르는 가스관을 건설했다. 사진=저자 제공

대우인터내셔널, 새 주인을 찾다

그러던 중, 2010년 9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여 대주주가 됐다. 명실공히 국내 굴지의 그룹으로서 철강 외의 사업에도 진출해 외연을 넓히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경영 전략에 대우인터내셔널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인수 대상 기업이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와 미얀마 가스전을 개발하는 자원개발의 전문성을 높이 산 것이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회사이며 국내 10대 그룹 중 하나인 포스코가 회사를 인수함에 따라,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안정적으로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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