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일부 매니아층에서 시작된 먹방 탐험이 이제는 삶은 먹는 거야하며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말초적인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다.

각 세대들은 성별을 떠나 좌우이념은 없어도 먹는 것 앞에서는 대동단결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고 삶의 에너지이니 당연하다. 다만 먹으면 또 배고프다는 반복적인 말처럼 우리의 생각과 마음도 비우면 또 배고프다는 합리적인 본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일 수개의 채널과 온라인으로 쏟아지는 먹방 이야기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합리적 먹방이 필요하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내가 보고 느끼고 읽히는 것을, 또 그런 것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소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보며 또 소화를 하는 것이다. 그게 인간인 우리에게 요만큼이나 남아 있었던 합리적 이상의 갈망 본능이다.

매 순간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비윤리적인 감정 레시피들 그리고 버려지는 인간의 원천 감정들이 슬프게도 우리는 브런치에도 끼지 못하는 이성적 성찰의 시간조차도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설령 억지로 좋은 것을 먹어야 키가 큰다는 소싯적 어른들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먹어대는 한줌의 지혜도 지금은 온전히 다른 것을 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큰 생각이 필요할 땐 소화해 내지도 다시 비우지도 못하고 생각과 마음에만 머물다보니 마지막으로 먹은 이성적 맛은 언제인지 기억조차 안 난다.

우리에게 지금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정의의 눈은 어디인가? 혹시 오랫동안 눈이나 입으로만 편형(扁形)되었던 촉각이라면 이제 생각과 마음의 미각도 찾아야 한다. 촉각의 맛은 강렬하지만 순간에 사라진다. 깊은 잔상과 기억을 남기는 것은 바로 생각과 마음에서 만나는 이성의 소산이다. 혀끝으로 맛보고 몰래 훔쳐보는 말초적 본능이 아닌 정신과 마음이 만족을 말하는 제2의 합리적 본능이 만나야 나의 정체성이 우리의 미래가 가치있게 다가설 수가 있다. 나의 존재와 우리 사회의 정의가 온전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만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일찌기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을 하며 수많은 시간을 자아와 존재 그리고 인류에 대한 고민을 한 그들은 바로 이성의 맛을 만났고 이를 알리고자 했을 것이다.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마음을 만나는 것은 순간의 쾌락이 아닌 영혼의 쾌락이자 안녕이다. 혀끝에 남는 달콤함이 아닌 기억에 남는 황홀함이다. 이제 눈으로 만나는 말초적 프로그램이 아닌 나로부터 나오는 생각을 보아야 한다. 말초 감각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의 순간적인 마력은 이성과 행동을 지배하여 순간에 나를 잊어버리게 만든다.

잊어버린 나를 발견한 순간에도 말초적 감각의 감각적 유희로 인하여 쉽사리 본래의 궤도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그 때의 나도 나이지만 나의 온전한 사고를 지속하는 내가 아닌 형태만 가진 나이다. 존재하는 나는 이성이 살아 있는 나이다. 혀끝과 촉각적인 쾌락이 전부가 아닌 나라는 온전체가 지속적인 나라는 아이덴티티를 발휘하는 나이다. 감각과 쾌락의 반복적 소모가 아닌 미래와 진화하는 내가 되기 위해서는 정신과 마음이 만나는 합리적 본능을 찾아와야 한다. 그리하여 더는 생각의 맛 감정의 맛을 잃어 좋은 생각 좋은 마음을 보고도 맛을 느끼지 못하는 참담함이 오지 않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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