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약파기, 대기업 은행 지분 추가 획득 길 열어
[민주신문=김병건 기자] 방북 길에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돌아오는 날 20일, 국회에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안이 통과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 44페이지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분리 원칙 준수’ 단락에서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이라 밝혔다. 그러나 국회는 이날 기어이(은산분리 완화 법안과 더불어) 규제프리존 법을 통과시켰다.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은 은산분리 완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완화 대상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권에 따라 재벌 대기업이 금융산업을 소유 또는 지배가 가능하게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점 상태에 놓여 있는 은행에 상호 경쟁을 자극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점유율은 상위 4개 은행의 1%에도 미치지 않고 있어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은행의 상호 경쟁을 자극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또 경쟁 없는 은행은 기업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0%이다. 아울러 가계대출에 특화한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들어서 기업대출을 늘리겠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에 통과된 법률안에서는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한다고 했지만 그럼 기존의 은행들이 중소기업에게 대출해주지 않았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점은 담보 제공 여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에 대해 외면한다는 것이다. 진정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려주고 강소기업으로 육성이 필요했다면 정부 보증범위와 방법을 더 찾았어야 했다는 점이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오늘 상정된 법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민주당에 대한 믿음도 모두 깨뜨렸다. 민주당은 금산분리 강화,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모두 포기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 진입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고도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추 의원은 “여당의 모습을 보면 지난 정부의 불통을 떠올리게 해 참담하다"며 "2015년 국회법 개정안이 탄핵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 익명의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하면 가계 대출이 훨씬 늘어날 뿐”이라며 “기존 은행권 대출금리가 지금 5% 수준인데 이번 인터넷 은행들 지원을 촉진해 저 신용자들에게 13%대의 대출을 하도록 한다는 것은 금융 약탈을 당하는 서민을 또 다른 금융 약탈을 당하도록 방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휴대폰으로 송금하고 소액 대출받는 것이 기존 은행도 가능한 일인데 카카오 뱅크와 K 뱅크만이 무슨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에 가까운 인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일자리 운운하는 것도 웃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서버 몇 개 구입하고 관리자 몇 명 더 고용하면 그만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은행 허용이 무슨 대단한 일자리 창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 보면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