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행정관이 증거인멸 함구 회유"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이 사건 은폐를 위해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지난 2010년 10월 1심 판결을 한 달 앞두고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윗선에 대한 함구할 것을 회유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것.

▲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민간사찰 증거은폐 관련 대통령 사과 및 진실규명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청와대의 민간사찰 증거인멸을 규탄하고 있다.

당장 민주통합당을 비롯 시민 사회단체는 “청와대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깊이 개입했음을 증명하는 증거들”이라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 안팎에서도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진술과 물증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범위는 총리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핵심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실체적 규명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불법사찰 의혹은 후반기 정국을 관통할 ‘뇌관’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 행정관이 사건 은폐를 위해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지난 2010년 10월 1심 판결을 한 달 앞두고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윗선에 대한 함구할 것을 회유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장 전 주무관이 지난 3월 12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장 전 주무관이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진술할 뜻을 밝히자, 최 전 행정관이 “모두 죽자는 얘기”라며 “그렇게 되면 민정수석실과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폭로를 막았다.최 전 행정관은 특히 “캐쉬(현금)를 주겠다.

현대차 또는 포스코에 취직시켜 주겠다. 검찰에 말해 벌금형을 받게 해 주겠다”는 식의 약속으로 장 전 주무관을 회유하려 했다.이에 장 전 주무관이 확답을 주지 않고 머뭇거리자, 최 전 행정관은 “내 이야기를 불신한다면 (민정수석실)공직기강비서관을 만나게 해 줄까, 아니면 현대차 부사장을 만나게 해 줄까. 자네(장씨)한테 한 번도 허풍을 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만약 사실관계를 폭로할 경우 민정수석실이나 총리실이 자유롭지 못해 자신들을 보호할 윗선이 사라질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암시했다.최 전 행정관은 “내가 이영호 비서관을 원망하는 마음이 좀 있지만 ‘저 사람 여기서 더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며 거듭 회유했다.앞서 장 전 주무관은 지난 2010년 7월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팀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민주, 청와대 ‘증거인멸’ 개입 의혹 최종석 장진수 녹취록 공개 파장
한명숙 “한국판 워터게이트” 일갈, 검찰 안팎 재수사 불가피 여론 확산

한편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의 인터뷰 내용이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수사 착수를 검토하는 기간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민주통합당도 지난 3월 14일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개입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입막음용’으로 돈을 건넸다는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진술 녹취록을 공개했다.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위(MB정권비리특위)’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배달책을 통해 현금 2000만원을 건넸다는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이 담겨있다.

녹취록에는 장 전 주무관이 “전임자로부터 소개 받은 사람이 2011년 8월 8일 신길역 근처에서 ‘이 비서관이 마련해 주신 건데, 아무 걱정 없이 받아서 써라’라며 5만 원짜리 네 묶음을 건넸다”고 진술한 내용이 들어있다.또 장 전 주무관이 이 전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받았으며, 지난해 5월에도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이 전 비서관의 돈을 건네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는 진술도 포함됐다.

한명숙 “민간인 불법사찰, 한국판 워터게이트”

▲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명숙 대표가 불법사찰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14일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한국판 워터게이트”라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청와대와 총리실, 검찰이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표는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정권 차원의 범죄 은닉이 점입가경”이라며 “아랫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회유는 영화 속 범죄집단의 뒷거래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또 “역대 어느 정권도 이런 대범한 조작을 한 정권은 없었다. 이명박 정권은 참 겁도 없다”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한 대표는 이어 “검찰이 수사를 받아야 할 입장에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청와대가 해명해도, 검찰이 재수사해도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범죄 은닉의 공범인 청와대와 검찰은 수사 대상일 뿐”이라며 “19대 국회에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정권 차원의 은폐·조작 사건의 진실을 알리겠다”고 덧붙였다.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와 관련,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도대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총선정책·공약 점검회의에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의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해 “청와대까지 나서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은 국기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김 원내대표는 “검찰은 총리실 직원 몇 명만 처벌했을 뿐 꼬리자르기 수사, 봐주기 수사, 축소수사로 일관했다”며 “검찰이 총리실에서 불법사찰의 증거물인 컴퓨터를 복구불능상태로 파기한 후 늑장 압수수색을 펼쳤고, 대포폰 수사도 흐지부지 했던 것이 이미 사실로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청와대가 지시하고, 총리실이 적극 실행하고, 검찰이 앞장서서 은폐한 MB 새누리당 정권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규정한다”면서 “워터게이트도 도청 자체보다 거짓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변·참여연대, 민간인사찰 ‘윗선개입’ 재수사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14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

▲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3월 5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장진수 주무관 녹취록을 공개 청와대 행정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축소와 증거 인멸에 관련 박영선 최고위원과 이재화 변호사가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관실) 민간인 사찰 사건과 관련,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이승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장 전 주무관의 증언을 통해 증거 인멸을 지시한 윗선의 일부가 정확히 공개됐다”며 “이제 더 윗선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핵심 권력자들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진실 규명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은 검찰에 재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또 “당시 사건수사를 진행한 수사팀에게 증거인멸의 혐의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증거 인멸의 검찰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수사진을 구성해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찰,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검토
검찰 고위간부들은 내부적으로 재수사 방침을 정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하거나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이는 최근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진술과 물증이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검찰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청와대의 직접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나와 검찰의 수사범위는 총리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이번 사건을 폭로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을 비롯해 총리실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이강덕 전 공직기강팀장과 정동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최 전 행정관은 주미한국대사관 노무관으로 근무 중이며, 이 전 비서관은 4·11 총선에서 포항 출마 검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장 전 주무관이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방송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에서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을 주도했다고 폭로하면서 재점화됐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청와대로부터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받았고, 2009년 8월부터 2년간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를 매월 280만원씩 청와대에 상납해 왔다는 내용의 녹취록도 공개했다. 앞서 검찰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를 중심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했지만 ‘몸통’ 대신 ‘깃털’만 사법처리하는데 그쳤다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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