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배후 ‘MB-박-이재오’ 밀월?

▲ 새누리당 유력 인사들의 잇단 총선불출마 선언의 기폭제가 된 김무성 의원의 지난 12월 총선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모습

안상수.진수희.김무성 등 유력인사 눈물의 불출마

“불출마 선언 합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공천불복으로 내홍을 겪던 새누리당이 당내 유력인사들의 잇단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당대표를 지냈던 안상수 의원을 비롯해 진수희 김무성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까지 잇달아 공천탈락의 불만을 삭이고,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며 당의 화합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한때 불었던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非박朴).반박(反朴)계와 친박계 의원들간 내부갈등도 일단 표면적으로는 수그러들고 있다.

또 제3창당설과 박세일 대표가 이끄는 국민생각 쪽으로의 탈당 움직임과 무소속출마설도 쏙 들어갔다. 이들 유력인사들이 잇달아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는 청와대와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물밑접촉을 통한 요청이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안상수 의원
이와함께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지난 12일 ‘우파정권 재창출을 위해 탈당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자 이어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그러나 일각에서는 탈당까지 고려하며 강경했던 당사자들의 잇단 총선불출마 선언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작용했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청와대-박근혜-이재오’간 밀월설이 그것이다.

새누리 불출마선언 잇달아…‘탈당사태’ 봉합될까?’

공천갈등으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탈당사태가 봉합국면에 접어들었다. 공천탈락에 강하게 반발했던 친이계 의원들이 잇달아 4·11 총선 불출마와 당 잔류를 선언하고 있다.진수희 의원은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를 재선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까지 키워준 당을 떠날 수 없었다.

당에 남아 공천제도를 포함한 정당쇄신과 정치개혁에 남은 열정을 바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이재오 의원의 최측근인 진 의원은 서울 성동갑 공천 탈락에 반발해 당초 지난 12일 탈당을 선언하고 출마를 강행할 방침이었다.하지만 이 의원이 “보수가 흩어져 좌파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만류해 탈당을 보류한 바 있다.

진 의원의 회견 직후 안상수 의원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포용과 통합의 정치로 나가고 계파적 이해관계는 과감히 버리고 서로 뭉쳐야 한다. 당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고 백의종군하겠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안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의왕·과천이 전략공천지역으로 묶여 공천 탈락이 유력한 상황으로 사실상의 불출마 선언인 셈이다.

경기 부천원미을 공천에서 탈락한 이사철 의원도 이날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이겠다”며 공천결과에 승복키로 했다. 이 의원은 친이계 정몽준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다.앞서 김무성(부산 남구을), 허태열(부산 북구·강서구을), 이경재(인천 서구강화군을), 박종근(대구 달서구갑), 김학송(경남 창원마산회원), 조진형(인천 부평구갑), 박대해(부산 연제구), 김성회(경기 화성갑), 윤영(경남 거제시), 정해걸(경북 군위·의성·청송), 조전혁(인천 남동구을) 의원 등 공천 탈락이 확정되거나 사실상 탈락한 의원들도 잇달아 불출마를 선언했다.

YS차남 김현철4·11총선 불출마 선언

새누리당 경남 거제선거구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모색해 온 YS의 차남 김현철 예비후보도 같은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그동안 경남 거제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 또는 보수연대를 통한 출마를 모색해왔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거제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문 첫 머리를 읽다가 감정이 북받치는 듯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이어 “많은 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으나 부덕과 역량의 부족함을 느꼈다”고 소회를 전하며 울먹였다.그는 “그동안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 존경하는 거제시민 여러분께 엎드려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고향 거제 발전과 시민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김 후보는 17대 총선을 준비하면서 측근의 선거법 문제로, 18대 총선을 앞두고는 당헌당규 문제로, 이번에는 공천에 탈락하면서 결국 세번째 출마의 뜻을 이루지 못한 셈이 됐다.이에 따라 허천(강원 춘천), 이윤성(인천 남동구갑),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최병국(울산 남구갑) 의원 등 친이계의 잇단 탈당으로 심화됐던 새누리당의 분열양상은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의 제3정당 구성 논의가 구심점 영입에 실패하면서 흐지부지된데다 청와대와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 등이 만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 눈물의 불출마 선언.. 새누리당 안상수(왼쪽) 전 대표와 진수희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안상수 대표와 진수희 의원은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했다.

4선 중진 김무성 의원 당 잔류 선언 ‘기폭제’  

이에앞서 4선중진의 한때 박근혜 위원장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김 의원은 당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내가 당과 동지들을 떠나면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다”며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파분열의 씨앗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백의종군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MB 아바타’로 불리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지난 13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홍보수석은 보도자료를 통해 “적전 분열로 제가 4년간 이명박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던 청와대 앞마당인 종로를 야당에 내줄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총선 출마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11개월 이상 남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 국정 마무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어느 곳에서든 제가 할 수 있는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종로 승리를 위해서도 흔쾌히 돕겠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공천 전반을 객관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공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공천 탈락에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그러나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한 이상 더 거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이계의 대거 회군바람에 당 분위기는 급상승”
청와대와 친이계 좌장 이재오 물밑접촉 ‘영향설’

이처럼 바람처럼 불고 있는 여권의 총선불출마 선언의 배경에 김무성 의원의 당 잔류 선언이 크게 한몫한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나보다 당이 먼저”라며 낙천에도 불구하고 탈당 대신 백의종군을 선언했으며, 김 의원의 당 잔류 선언이 결과적으로 당내의 탈당·무소속 출마 흐름을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야권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새누리당으로서는 뜻하지 않았던 ‘김무성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 셈이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 낙천자들의 잇단 당 잔류 선언에 고무된 모습이다.황영철 대변인은 최근 당내 유력인사들의 불출마선언에 대해 현안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의 공천결과에 대해 아름다운 승복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의 화합과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은 용기가 새누리당의 저력”이라고 자평했다.

잇단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박(非朴·비박근혜) 보수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방안도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한때 친이계 중심의 공천 탈락자들이 자유선진당 국민생각과 함께 기호 3번의 신당을 창당하자는 구상이었으나 구심적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고, 이 대통령과의 이심전심하에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도 만류하면서 당에 남기로 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 다수의 유력인사들이 총선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들이 당의 공천 결과를 완전히 수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은 25% 컷오프 문제나 후보적합도, 경쟁력 등의 기준에 대해 계속해서 쓴 소리를 날리고 있기때문이다. 실제 김무성 의원의 경우 “(이미 탈당한 의원들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렇게 했겠느냐”면서 “잘못된 ‘25% 컷오프’ 규정 때문에 아깝게 희생된 의원 중 몇 명은 재심청구를 통해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공천결과에 완벽하게 승복하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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