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민주신문 편집국장

[민주신문=김경훈 편집국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일희일비 않겠다’고 했다. 애써 지지율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 김 대변인은 전혀 다른 논평을 내놨다. 국정지지율 추락이라는 같은 결과에 대해 말이다.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는 올해 5월 첫째 주 83%에서 8월 다섯째 주 53%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9월 첫째 주에는 49%로 급락했다. 70∼80%대를 구가하던 취임 초나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와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다. 철옹성 같았던 지지율은 급전직하, 넉 달 만에 34%가 증발했다. 김 대변인이 일희일비를 운운한 게 엊그제다. 위험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사방에서 빗발쳤다. 늦었지만 이제야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니 다행이다.

지난 9월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0명에게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49%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42%, '어느 쪽도 아니다'와 '모름·응답거절'은 9%로 집계됐다. 긍정률 49%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 부정률 42%는 최고치다.

연령별 대통령 직무 긍정률에서는 30대가 62%(부정률 34%)로 가장 높았다. 20대 61%(29%), 40대 54%(40%), 60대 이상 39%(49%), 50대 38%(53%)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69%), 서울(55%), 대전·세종·충청, 인천·경기(이상 49%), 부산·울산·경남(42%), 대구·경북(33%) 순으로 집계됐다.

지지정당별 대통령 직무 긍정률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78%, 정의당 지지층에서도 64%로 높은 편이지만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층에서는 긍정률(6%·18%)보다 부정률(90%·74%)이 높았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의 대통령 직무 긍정·부정률은 각각 26%·55%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자(493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16%)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대북·안보 정책'(11%),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10%), '서민 위한 노력·복지 확대'(9%) 등이 뒤를 이었다. 부정 평가자(423명)는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1%), '대북 관계·친북 성향'(8%), '최저임금 인상'(7%) 등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 취임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직무 긍·부정률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줄었다.  지방선거 이후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 이유에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 비중이 줄곧 40% 안팎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일자리, 소득주도성장 논란,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이 심화되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갤럽은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갤럽 발표가 있었던 9월 7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4개월 정도 지났던 시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1년 4개월 지난 때가 2014년 6월이었다. 당시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47% 정도였다. 취임 초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익숙해 있어서 그렇지 집권 2년차의 49% 지지율은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문제는 하락 추이다. 5월 83%에서 9월 49%로 추락한 것은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꺾인 것은 부동산정책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사기간(9월 4∼6일)은 대북특별사절단이 방북하면서 대북 호재가 있었던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국민들이 이제 북한 관련 이슈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미·북정상회담까지 남북화해와 안정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우리 정부가 과도하게 앞서 나간다는 평가가 커지면서 여론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비해 일자리, 소득분배, 부동산 등 국민의 생계와 밀접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부정평가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7일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00개를 웃도는 부동산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작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쏟아져 나온 규제와 대책이 오히려 집값 `폭등`이라는 역효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시켜 분노와 혼란을 야기 시켰다고 분석이다.

게시판에는 `집값이 안정됐던 이명박 정부가 그립다`거나 `집값만 올려놓고 나몰라라 하는 부동산 정책에 피눈물이 난다`는 극단적 토로가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다는 한 시민은 "열심히 벌어 서울 좋다는 동네에 집 한 채 가지겠다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하냐" 면서 "집값은 8·2대책 이후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대출은 막아놓고 한다는 소리가 임대주택 짓는다는 거냐. 서민은 임대주택에나 살면 된다는 말인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으로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고용 상황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7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불과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0년 1월 1만명 감소를 기록한 이후 8년6개월 만에 가장 작은 증가폭이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 기반인 서민·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제빵원, 경비원, 배달원 등 서민일자리가 1년 새 26만개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옳다. 그것이 촛불민심을 받드는 길이다.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떨쳐내기 위한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냉경열(政冷經熱)의 자세를 가다듬기 바란다. 정치는 냉정하게, 경제는 치열하게 운용하는 거 말이다. 절대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국리민복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좇아야 옳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질 수도 있고 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변화율 추이를 냉정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바꿀 건 바꾸고 고칠 건 과감히 고쳐야 한다. 그게 정치고 지도자의 길이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에 대한 믿음이다.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헌신의 마음이다. 부디 자만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방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