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목전에 '오비이락' 논란

▲ 검찰, 노정연씨 미국 아파트 매매대금 13억원 자금출처 조사
지난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내사종결 처리됐던 ‘박연차 게이트’ 사건이 정치권의 뇌관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 의혹과 관련 최근 보수단체가 검찰에 고발한 건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가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핵심 인물로 여겨지고 있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재조사도 이뤄진 상태다.

야권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민감한 사항에 대해 지체 없이 수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 정치적 목적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반면 검찰은 이에 대해 정연씨 아파트 구입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은모씨에 대한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수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금품수수 의혹의 파급력은 결과에 따라 ‘MB 정부 심판론’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립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검찰 수사의 향방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대금과 관련한 불법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박연차(67) 전 태광실업 회장을 전날 조사했다고 2월 28일 밝혔다.중수부는 박 전 회장을 상대로 전직 수입차 중개상 은모(54)씨가 현금 13억원을 불법 환전한 뒤 송금한 100만 달러의 자금출처와 송금을 지시한 인물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정연씨의 아파트 매입자금 명목으로 140만 달러를 건넨 사실이 있어 아파트 거래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박 전 회장은 전날 검찰조사에서 정연씨의 아파트 매입과 관련한 100만 달러 자금 출처에 대해 ‘당시 수감 중이라 돈을 보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22일 서울 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 및 벌금 291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으며, 최근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이다.대검 관계자는 “13억원의 자금 출처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전날 병원을 방문조사했다”며 “현재로서는 박 전 회장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이와 함께 아파트 전 주인 경모(42·여)씨를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중수부는 전날 저녁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검찰에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경씨는 검찰의 전화통화를 거부한 채 귀국 여부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중수부는 경씨가 끝내 귀국을 거부할 경우 신병을 강제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경씨가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응하지 않는다면 검찰에 출석시킬 방법을 다각적으로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경씨에게 상자 7개 분량의 돈 13억원을 환치기해 불법 송금한 혐의(외환거래법 위반 등)로 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 조사했다. 이 돈을 정연씨 측으로부터 받아 은씨에게 건넸다는 이모씨 형제도 최근 2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이 돈이 정연씨가 경씨로부터 구입하려 한 미국 뉴저지주의 고급 아파트 허드슨클럽의 매매 잔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경씨에 대해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은씨 등을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노정연 씨의 남편인 곽상언 변호사가 출산을 앞둔 자신의 아내를 걱정하는 글을 남겼다.

곽 변호사는 지난 2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제 아내가 불쑥 언론에 등장했다”며 “셋째 아이의 출산을 불과 20여일 앞둔 아내의 모습이 처량하다”고 비통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저로서는 지금까지 보도된 이야기들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다”며 “다만, 저는 제 아내가 이 정도로 비난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곽 변호사는 이어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한들, 제 아내는 아비를 잃은 불쌍한 여인”이라며 “그것도 하늘에서 떨어진 모습을 목도했고, 지금껏 마음을 삭힐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경한, 노가족 수사종결 부정 논란
김경한 “盧가족 수사종결 아니다” 논란한편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내사종결된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종결된 것은 노 전 대통령에 국한될 뿐 가족에 대한 것까지 포함한 얘기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발언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가 최근 노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대금 관련 불법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정연씨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날 대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날 대검 중앙수사부 관계자에 전화를 걸어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공소권없음으로 수사종결됐다고 한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것이었다”며 “그 가족에 대한 것까지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일부 언론이 ‘노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됐다’는 식으로 보도한데 대해 정정을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현재 정연씨에 대한 수사 재개 또는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긴 하지만 결국 칼끝이 정연씨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의 단초가 됐던 ‘박연차 게이트’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전날 형집행정지 중인 병원으로 찾아가 면담 조사를 진행, 다양한 해석을 낳던 상황이다. 다만 중수부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정연씨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수사의 초점이 ‘13억 돈 상자’의 종착점인 미국 뉴저지주 고급 아파트 허드슨클럽 주인 경모(42)씨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드슨클럽은 정연씨가 경씨로부터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 이 사건의 돈 13억원이 매매대금 잔금이라는 주장이 나왔는데도 검찰은 “현재로서는 정연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의뢰된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관련)수사 재개나 재수사로 비쳐지는데 대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어떤 정치적 소용돌이에 들어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또 박 전 회장에 대한 면담조사에 대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며 “검찰이 정중하게 요청을 했고 박 전 회장도 이에 응해 면담했던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 검찰 정면충돌
민주당 검찰 정면충돌 민주당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관련 수사를 쟁점화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야권을 향한 흡집내기의 일환이라는 평를 내놓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불법 선거개입 행위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지 3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들을 상대로 기획수사를 하는 것은 인면수심”이라며 “비열한 표적 기획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국민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지난 2월 28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따님 노정연 씨를 재 수사하는 것은 노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이고 총선을 앞둔 야당 탄압이고, 개인에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종의 기획수사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잘못된 이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민주당은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의 내곡동 사저 매입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문제삼아 맞불을 놓고 있다.

박영선 최고위원 등으로 구성된 ‘MB정권비리 및 불법비자금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민주당이 고발한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시형씨 등 핵심인물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은 피고발인 시형씨를 소환·조사하지 않을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기에 BBK 사건, 대통령 측근 비자금 의혹 등을 총선·대선 쟁점으로 부각시킬 방침이어서 양대 선거를 앞두고 검찰 수사에 대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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